기생충 이야기를 하다보면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기생충약 꼭 먹어야 하나요?', 그 다음이 바로 '기생충으로 다이어트 가능할까요?'다. 기생충 다이어트에 대한 개념은 아주 옛날부터 있었다. 20세기 초반부터 촌충 다이어트 광고가 잡지에 실릴 정도였다. 아무리 먹어도 찌지 않는 기적의 다이어트! 같은 문구를 달고 있다. 요즘도 중국 같은 지역에서 다이어트 목적으로 회충을 잔뜩 먹어 병원에 실려온 사람 이야기가 떠도는걸 보면 기생충 다이어트는 꽤나 매력적인 주제인가보다. 기생충 다이어트의 효과나 진실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 하도록 하고, 이번에는 다이어트 보다 조금 더 현실서 있어보이는 기생충으로 몸짱되기를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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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숙주를 조종하고 변화시킨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체격이다. 생명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두가지 요소는 공간과 영양이다. 숙주의 몸집이 커지면 이 두가지를 동시에 취할 수 있다. 몸이 커지면 기생충이 기생해서 살 수 있는 공간도 늘어나고, 체격이 커지면서 다른 동물들과의 경쟁에서도 유리해지기 문에 더 많은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 그만큼 기생충에게 더 많은 영양이 돌아온다는 의미다.

사람을 감염시키는 물고기 촌충의 친척뻘인 열두조충(Diphyllobothrium spp.)는 숙주 안에서 아주 특이한 단백질을 분비한다.(1) 인간이나 여러 포유동물에서 발견되는 성장호르몬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단백질로, 성장 호르몬들과는 유전적으로 전혀 연관성이나 유사성이 없다. 오히려 고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연육작용을 일으키는 단백질 효소와 40-50% 가량 유사성을 보이다. 하지만 몸은 이를 성장호르몬으로 인식하기 문에 성장이 촉진된다. 쥐의 경우 몸무게 90g에서 성장호르몬 분비를 중단시키고, 일부만 촌충에 감염시켜 보았더니 감염된 녀석들만 6개월 후 몸집이 3-4배로 불어났다.

기생충의 효과는 이 뿐이 아니다. 인간의 성장호르몬은 항인슐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성장호르몬을 남용하면 당뇨병 위험이 상승한다. 최근 소아 2형당뇨가 증가 추세에 있는 것도 성장호르몬을 정기적으로 주사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기생충 성장호르몬에는 이런 부작용이 없다. 완벽한 대체품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보통 다른 동물들에서 추출한 성장 호르몬이 인간에는 효과가 없는데 반해, 기생충 호르몬은 인간 자체의 성장호르몬과 동일한 특이성과 접합성을 보인다. 실제로 콜라겐을 분해하는 효과를 보이는데, 이 때문에 기생충이 이 단백질을 분비하던 원래 목적은 숙주의 장벽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고정시키거나 파고들기 좋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가설도 있다. 어쨌든 기생충은 이를 통해 숙주의 몸집을 불리는 동시에 자신의 아늑한 보금자리도 만들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내는 셈이다.

하지만 성장호르몬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감이 있다. 몸집만 키운다고 몸짱이 되나. 근육을 키울 차례다. 물론 운동도 하지 않고 근육이 늘어나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근육량을 쉽게 늘려줄 수 있는 여러 도우미들이 있다. 예를들면 스테로이드 같은. 스테로이드라고 하면 도핑 테스트에 등장하는 약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본래는 특정 유기물 집단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중 체내에서 호르몬으로 작용하는 물질을 스테로이드 호르몬이라 하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다. 테스토스테론에는 여러가지 효과가 있지만 주요한 효과는 바로 이차성징. 근육량이 늘어나고 골밀도가 높아지며 체모가 늘어나는 현상이다. 즉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이 여성보다 근육량을 쉽게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며 운동 효과를 높여주는 자연산 스테로이드인 셈이다.

최근에는 기생충을 통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을 늘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발견되었다.(2) 세상의 거의 모든 온혈동물을 감염시키고 있고 인류의 1/3가량이 감염되어 있다는 톡소포자충. 흔히 한국에서는 쥐의 공포심을 없애는 기생충으로도 잘 알려진 이 기생충에 감염되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늘어난다고 한다. 정확한 기전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쥐에서 가능하다면 인간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게다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수컷 쥐는 성적 매력이 증가했으며 공포심도 감소했다고 한다. 인간 역시 성적으로 더 문란해지고 외향적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즉 촌충과 톡소포자충에 어릴적부터 일찍 감염되면 성장호르몬을 펌프질시켜 키 185에 도달할 수 있고, 테스토스테론이 뿜어져 나와 근육량이 증가하고 성적 매력이 높아지는데다, 공포심이 줄어들어 더욱 과감하게 운동을 할 수 있으며, 외향적인 성격으로 호남이 될 수 있다는 의미. 그러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 모두 기생충을 먹고 몸짱이 되자. 어서.

1. http://www.ncbi.nlm.nih.gov/pubmed/9780799
2. http://www.ncbi.nlm.nih.gov/pubmed/231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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