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노력과 실패 사이에 운명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희망을 이야기하며 발버둥 치며 노력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돌아오기도 한다. 이럴 때 운명(fate)란 단어가 머리에 떠오른다.

삶에는 다양한 선택이 있다. 여러 갈래의 길 중에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는 그 시점에서 그 사람에게 주어진 자유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뒤 돌아보면 안되려도 이렇게 온 것인지 나의 선택이 잘못된 것인지 뒤 돌아볼때 운명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건강도 마찬가지이다. 60부터 인생이 시작이라고 이야기하는 장수의 시대지만 아직도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이때 운명을 달리하셨다라고 표현한다. 정말 운명이 달라진 것일까?

아버지는 희귀한 질병인 모야모야병이라는 뇌혈관 기형 질환을 가지고 계신다. 어린 아이들의 뇌출혈의 원인이기도한 이 질환을 성인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 정확한 발생 원인은 모른다. 유전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것이 밝혀져 있을 뿐이다.

고혈압을 지병으로 가지고 계셨던 아버지는 정말 말 잘듣는 환자였다. 한번도 약을 거른 적도 없었고 건강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사셨다. 아들이 의사라서 그래셨을 런지도 모르겠다.

2년전 두통과 소화 불량이 지속된다고 미안한 듯 전화하셨다. 입원하여 신경과 내과에서 여러가지 검사를 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열과 두통은 지속되었다. 더 이상 원인을 모르겠다고 속으로 생각 할 때 즈음, 조금 과한 검사일 수 있지만 비용이 비싸더라도 뇌 cT를 촬영했다. 결과는 경미한 뇌출혈. 이 때 모야모야로 진단 되었다.

그 2년간 더 건강에 신경써서 힘든 일도 안하고 약도 정확히 복용하셨다. 혈압도 잘 조절되었고 항상 낙천적이고 교회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셨다. 나에게 열심히 교회 다니라는 말씀도 늘 하셨다.

2달 전, 아버지는 직장에서 쓰러져 119를 타고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소식을 듣자 마자 KTX를 타고 올라갔다. 2시간이 몇 일처럼 길었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119 구조대원과의 통화. 전형적인 뇌출혈 양상으로 보였는데 잠시 의식을 찾으셨다고 한다. 잠시 안도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며 인근 병원으로 후송하겠다고 했다.

내가 근무하던 병원이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그 근처에 대학 병원이 있기에 원칙에 따라 가까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그러나 응급실에서 도착하시자 마자 다시 재출혈로 내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수술실로 들어가셨다.

원인은 뇌출혈이였다. 평소 혈압 조절이 잘 되던분이였는데 직장에서 전화 통화하다가 쓰러지셨다. 내원시 혈압은 많이 상승되어 있었다고 했다.

진료하다보면 혈압이 수축기 혈압이 200 가까이 되는데도 혈압약 안먹겠다는 노인 분들 많이 계신다. 아무리 설명해도 평생 먹어야할 약이 부담스럽다며 안드신다. 그렇게 혈압약은 안드시면서 감기 걸리시면 진료 받으러 오시는 분들. 벌써 오랜 시간 그런 실랭이를 벌이지만 별탈 없이 지내는 분들도 많은데...

사람이 노력하는 것이 결과로 꼭 이어지지 않는다. 그 것이 운명인가.

아버지는 다행히 한쪽 편 마비가 왔지만 생명은 구할 수 있었다. 약해지신 아버지를 보면서 그 앞에서는 눈물을 참았지만 뒤 돌아서 많이 울었다.

이제는 다시 희망을 심어드려야 한다. 더 나아져서 손주를 두손으로 꼭 안고 걸을 수 있다는 꿈을 이루기위해 오늘도 힘겹게 걸음을 걷고 계신다.

희망과 좌절을 반복하는 과정. 똑 바로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뒤 돌아보면 이미 많이 길에서 벗어난 듯한 삶속에 하나님은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 것일까?

정말 운명이란 것이 존재한다면 나의 노력도 부질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잠시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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