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다. 유난히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는 날이기도 하고, 홀로 되신 어머니가 안쓰러운 날이기도 하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이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만, 이런 날을 통해 부모님의 은공을 생각하면서 전화라도 안부를 전하고 찾아뵙는 날이다. 교편을 잡고 있는 누나가 9교시 수업이 없는 날이라 하루 앞당겨 어제 저녁에 본가로 갔다. 누나는 퇴근길에 자갈치에서 도다리회를 사고, 누리는 소고기를 샀다. 미리 카네이션 바구니도 준비했다. 이모부가 어머니는 오래사시겠다고 하니까 ‘누구 욕보일 일 있나?’고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그래도 어머니가 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오늘 병실 회진을 도는데 어르신들이 하나같이 왼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았다. 병원에서 달아드린 것이다. 대부분 누워 지내시는 분들이라 거울을 보기도 힘들다. 목욕도 하시고, 머리도 깎으시고 꽃을 다니 얼굴이 환해 보인다. 알츠하이머병이나 노인성 치매, 뇌졸중으로 말년에 고생을 하시지만, 오늘만큼은 보기에 참 좋다! 스마트폰으로 한 분씩 사진을 찍어 보여드렸더니 모두들 환하게 웃으신다. 부끄러워하시기도 했다. 늙으면 어린아이와 같아진단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어르신들에게 보았다. 가시는 그날까지 큰 고통 없이 편히 쉬시다가 소풍가시기를 빈다. 나는 그 길에 기댈 어깨를 잠시 내밀 뿐이다. /플라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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