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 중에서 '익살꾼(Jokester)'란 작품이 있습니다.

농담이란, 유머란 어디에서 오는걸까, 라는 의문이 어떤 비극으로 끝나는가에 대한 희극적인 이야기로 제가 사랑하는 단편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여기에 대한 포스팅을 한 기억이 있지만, 갑자기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낸 이유는 독일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fMRI를 통해 웃음이 어디에서 유래되는지를 찾으려는 독일의 연구팀이 지난 월요일 온라인 저널 PLOS One에 논문을 하나 발표했습니다.

여러종류의 웃음을 들을때 뇌가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뇌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데요.... 간지러워서 웃는 웃음과 비웃는 웃음, 즐거운 웃음이 각각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다르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작 아시모프의 '익살꾼'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있는 저는 이 실험을 듣고 웃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웃을 수가 없더라고요.

* 조인스 블로그 발췌 (http://article.joinsmsn.com/news/blognews/article.asp?listid=11673124)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도 이 문제의 해답을 궁리했습니다. 『익살꾼』이라는 소설의 주인공은 슈퍼컴퓨터에 자신이 아는 유머를 입력합니다. 많은 유머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유머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슈퍼컴퓨터가 대답해주리라고, 그는 기대합니다.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아마 전 지금껏 수백, 수천 개의 농담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제가 만든 것은 하나도 없어요. 단 한 개도 말입니다. 되풀이했을 뿐, 제가 한 일이라고는 농담을 읊은 것뿐. 게다가 자신이 농담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습니다. 그냥 늘 ‘내가 얼마 전에 웃기는 얘기를 하나 들었어’라고 하죠.”

슈퍼컴퓨터는 아래와 같은 설명을 내놓습니다.

“외계의 어떤 지성체가 농담을 모두 만들어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게, 선택된 인간의 마음 속에 집어넣은 것이다. 모든 농담은 이 원형을 약간씩 바꾸고 다듬은 것이다. 외계의 지성체가 그렇게 한 이유는 인간 심리 연구다. 우리가 생쥐를 미로에 넣어두고 연구하는 것이나 본질적으로 비슷하다.”

아이작 아시모프에 따르면 유머가 웃음을 주는 이유는 갑작스레 깨닫게 되는 부조리, 긴장으로부터의 해방감, 사건의 급격한 재조명 등입니다. 『익살꾼』은 그이런 측면에서 유머러스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나중에 혹시 웃음이 없어지고 뭔가 새로운게 생긴것을 느끼게 되면 무리지어 횃불을 들고 찾아가야할 곳이 어디인지는 알게되어 다행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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