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뉴욕타임스에 안젤리나 졸리가 자신이 얼마 전 유방절제술을 받은 사실을 공개해서 크게 이슈가 되었습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그녀가 여성성의 상징인 가슴을, 그것도 암이 발병한 것도 아니고, 유방암 예방차원에서 유방절제술을 받았다는 사실에 다들 놀라셨을 텐데요. 현대 의학이 전통적인 ‘병 진단 후 치료’에서 ‘위험성 진단 후 예방치료’의 형태로 변모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그녀가 수술을 결정한 것은 그녀의 어머니가 암으로 7년 가까이 투병하다 56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암은 가족력이 큰 영향을 미치는 까닭에 주치의의 권유로 그녀는 유전자 검사를 받았고요. 그 검사에서 BRCA 유전자의 변이가 발견되었던 거지요.

BRCA 유전자는 원래 유방암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몸을 돕는 유방암 억제 유전자입니다. 이름도 그래서 BReast CAncer 유전자의 영어단어 스펠링 두 개씩을 모아 이름 붙여졌지요. 그런데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게 문제입니다. 유방암 억제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서 억제를 해주지 못하니 유방암의 발병률이 확 증가하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총 두 개의 BRCA 유전자가 밝혀졌고요. 그래서 각각을 BRCA1과 BRCA2라고 부르는데요. 2007년 전국 38개 의료기관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 결과에 따르면 BRCA1 유전자 변이가 있는 사람의 72.1%에서 그리고 BRCA2 유전자 변이가 있는 사람의 66.3%에서 유방암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변이가 발견된 사람 중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사람이 암에 걸리니 정말 무서운 유전자 변이지요. 안젤리나 졸리는 둘 중 BRCA1의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유방암에 걸리기도 전에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선택했습니다.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모든 환자에게 일차적으로 유방절제술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미혼이거나 출산 전의 여성에게는 맘모그램(유방암 조기 진단 검사법)을 25세부터 매년 한 번씩 받기를 권하고요. 유방암 수술 후 치료제로 쓰이는 타목시펜을 예방적 차원에서 복용시키기도 합니다. 안젤리나 졸리는 브래드 피트와 결혼에서 이미 예쁜 아이들 셋을 낳았고 나이가 곧 마흔이기 때문에 좀 더 과감하게 유방절제술을 택했던 것 같습니다. 뉴욕타임스에 투고한 글에서 그녀는 ‘수술 전 87%였던 유방암 위험이 수술 후 5% 이하로 감소했다.’고 밝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로 많은 질병의 위험률을 예측하게 되면서 의학에도 엄청난 지각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암뿐만 아니라, 어떤 병도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겁니다. SF 영화 속 이야기처럼 들리는 할리우드 여배우의 예방적 유방절제술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유전을 타고난 운명이 아닌, 극복할 수 있는 난관으로 바라보고 적극 대처한 그녀가 오늘따라 유난히 멋져 보입니다. 



얼마 전 제 책이 새로 나왔습니다.
이름하여,
'의사아빠 깜신의 육아시크릿'!!

뻔한 육아 정보들은 탁탁 떨어버리고, 의사인 저마저도 아이를 키울 때 정말 고민했던 애매한 내용만 따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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