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문둥이라고 천시받았던 한센인들. 유전 질환으로 오해 받아 단종대에서 정관 수술을 받아야 했고 자식과는 생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또 자식이 한센병에 걸리면 남의 이목이 두려워 보이지 않는 곳에 몰래 키우거나 자식을 버리기도 했던 질병입니다.

이 한센병은 나균(M. leprae)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 감염병으로 이 균은 1873년 노르웨이의 한센(Hansen, 1841-1912)에 의해 최초로 발견되었습니다. 결핵과 같은 항산균으로 현재까지 인공배양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증식 속도가 매우 느려 병의 잠복기가 5년에서 20년 사이로 매우 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나균의 전염력은 매우 낮고 치료 받지 않은 증상이 심한 환자와의 긴밀한 접촉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 전염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치료를 받은 한센병 환자나 한센병이 다 나은 후 후유증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전염력이 없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균에 대한 강한 면역을 가지고 있어 균에 노출되더라도 쉽게 감염되지 않으나 과거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 헐벗고 못 먹어 면역력이 떨어져 있던 시기에 감염되기 쉬웠으리라 추측됩니다. 특히 결핵균과 매우 유사한 특성이 있어 결핵의 예방접종인 BCG 접종을 받은 요즘 세대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2007년 우리나라에 한센인으로 등록된 사람은 모두 15,239명입니다. 전국에 89개의 한센인 정착마을이 있습니다. 2006년에 모두 56명의 신환이 새로 등록되었는데 대부분 고령의 BCG 접종을 받지 않은 연세 많은 분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센병은 국가에서 모든 치료비를 부담하는 법정 전염인데 진단이 빨리 이뤄지고 나균이 적은 희균형인 경우 2년여간의 투약으로 완치되고, 다균형의 경우 수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센병 전문 치료 기관이 있는데 바로 국립 소록도 병원입니다.

일제 시대부터 소록도는 한센인들이 치료받기 위해 모이는 곳이였습니다. 일제 시대의 소록도에는 가족에게만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 치료 받을 권리가 있는 환자로써의 인권도 무시당하는 아픔만 있었다고 합니다. 수많은 한센병 환자들이 그런 비인간적인 처사에 탈출을 시도하였지만, 바깥 세상에서도 받아주지 않기에 스스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을 정도로 힘든 삶을 살아오셨죠.



최근에 발간된 '천국의 하모니카'는 이런 삶을 살아온 한센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지은이인 김범석 선생님은 소록도병원 내과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면서 소록도에서 한 많은 삶을 살아온 한센인들의 생생한 증언과 여전히 팽배해 있는 한센인에 대한 편견에 대한 목격담, 의사로 느낀 감정들을 에세이로 담았습니다. 목이 아플 정도로 감정에 북 받혀 쓰여진 부분도, 한센병과 한센인에 대한 비문둥이들의 편견에 분개해 쓰여진 부분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센병과 소록도의 역사를 올바르게 알리려고 하는 노력이 가장 많이 보입니다.

화려한 미사여구는 없지만, 한센인들의 아픈 역사를 되짚는 부분에서 눈이 뜨거워 지는 것은 제가 환자를 대하는 의사이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에 대한 무관심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겠죠. 아직도 한센인들은 관심과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소록도 병원에서는 이러한 어르신들께 봉사하시고자 하는 자원 봉사자를 수시로 모집하고 있다고 하네요. 최소 1주 이상의 봉사가 가능한 분들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국립소록도병원 자원 봉사계 (061) 840 0552, 0583으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천국의 하모니카 상세보기
김범석 지음 | 휴먼앤북스 펴냄

인생의 길목에서 만난 청년의사의 소록도 이야기 청년의사 김범석의 감동적인 휴먼 에세이. 공중보건의인 저자가 자원해서 1년간 소록도병원에서 근무하며 한센병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환자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한때는 멸시받아, 이제는 잊혀져 더 슬픈 우리 이웃들의 가슴 아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