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사상충은 이름에 심장을 달고 있지만, 정확히 말해서 ‘심장’에 기생하는 녀석은 아닙니다. 보통은 폐동맥에 기생하며 폐조직과 혈관에 손상을 입혀 증상을 나타내지요. 하지만 감염량이 너무 많아지면 혈관 내에 기생할 자리가 없어져 심장까지 밀려 올라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혈관 뿐만 아니라 심장에서도 발견이 되지요. 그럼에도 심장사상충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맨 처음 1856년 심장사상충을 분류하고 이름 붙인 사람이 개의 심장에서 기생충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또 혈관보다는 심장에 들어있는 기생충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한 탓도 있었겠죠.

'한 건'

심장사상충은 모기에 의해 전파됩니다. 워낙 다양한 모기 종에 의해 전파되기 때문에 전파 모기 종에 따른 특성을 구분해서 예방하기는 힘들지요. 감염된 개의 혈액에는 미세유충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모기가 감염된 개의 혈액을 흡혈하면 감염이 되지요. 모기 안에서 유충이 자라는데는 온도가 최소 14도로 꾸준히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늦은봄부터나 전파가 가능해집니다. 모기의 뱃속에서 성장한 유충은 모기 주둥이로 옮겨갑니다. 특이하게 심장사상충은 흡혈 중 주둥이를 타고 바로 혈액으로 들어가는게 아니라 그냥 모기 주둥이를 뚫고 나와 피부 위로 떨어집니다. 그리고 모기가 물어 뚫린 상처로 기어 들어가 체내로 감염되지요. 혈류를 타고 폐동맥으로 가서 성충이 되며 5-10년까지 생존이 가능합니다. 암컷은 20-30cm 정도, 수컷은 12-19cm까지 자라나지요. 그리고 평생동안 미세유충들을 혈관 내로 뿜어 냅니다.

과거 한국에는 인간에게 감염되는 사상충도 있었지만, 80년대 제주도를 마지막으로 해서 사라졌지요. 지역적 분포는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온열대 지역 어디서나 나타나고 있을정도로 성공적인 기생충입니다. 심장사상충의 최종숙주는 개이지만, 고양이나 늑대, 코요테, 여우, 족제비, 바다사자 등 다양한 동물을 감염시킬 수 있지만 개과 동물에서 주로 미세유충 전파가 일어나고, 고양이나 족제비의 경우 성충이 자라나기는 하지만 생존기간이 짧고 미세유충을 생산하는 시기도 짧습니다.

인간이 감염되는 경우도 드물지만 꾸준히 보고되고 있지요. 한국에서도 지금까지 감염이 '한 건' 보고되어 있습니다. 사람 안에 들어가면 성충이 되지는 못하고 유충 상태로 머무르게 되지요. 대체로 피하나 폐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건강검진 중에 폐암으로 오인되어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하게 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감염될 경우 거의 대부분 무증상으로 지나가지만 일부의 경우 폐병변 때문에 기침이나 각혈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고, 다른 장기로 가서 손상을 입히는 경우가 매우 드물게 발생합니다.

개에게 있어 심장사상충의 가장 큰 위협은 바로 심혈관계 질환입니다. 보통은 심장사상충이 혈관을 틀어막는 것 보다는 지속적인 손상으로 혈관 내막이 두꺼워지면서 전체적으로 혈관 자체가 가늘어지는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로 인한 고혈압도 문제지요. 심혈관계 질환과 폐손상으로 체중감소, 각혈, 고혈압, 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손상이 지속되거나 기생충의 수가 많아지거나 죽은 기생충이 심장으로 밀려 올라갈 경우 심장마비가 올 수 있습니다. 물론 기생충의 숫자가 적은 경우에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요.

이런 이유로 대체로 개의 심장사상충 치료/예방은 주기적인 투약으로 이루어집니다. 주로 사용하는 이버멕틴(하트가드, 레볼루션)계 약물들은 유충에만 효과가 있고 성충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모기가 활동을 시작하고 전파가 시작될 무렵 투약을 시작하여 한달에 한번 간격으로 약을 투여합니다. 이버멕틴은 사람 구충제와 비슷하게 예방효과는 없습니다. 치료제일 뿐이죠. 하지만 혈류 내에 있는 유충이 다 죽고, 또 한달 동안 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새로 들어온 유충들이 성충이 되려면 한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문에 한달에 한번씩 투약을 함으로서 성충으로 성장할 기회를 완전히 막아버리는 방법입니다. 성충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유충 단계에서 구충을 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대로 성충이 죽는 과정에서 심한 면역반응이 일어나 쇼크가 일어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죽은 성충들이 혈류를 타고 돌다 심장이나 혈관을 막아 더 심각한 증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혈전색전증) 살아있는 기생충 보다 죽은 기생충이 더 위험한거죠. 이 때문에 일본 같은 지역에서는 수술적으로 제거하는 경우 - 혈관조영술을 통해 포셉으로 직접 집어내는 방법 - 도 있습니다.

고양이의 경우 기생충 자체의 생활사는 비슷하게 이루어집니다. 고양이의 경우 주변 강아지에 비해 감염률도 낮은 편이고, 체내에 미세 유충이 잘 나타나지도 않고, 감염량(성충 숫자)도 적지만, 증상은 개보다 훨씬 심하게 나타납니다. 아마도 기생충이 고양이라는 숙주에 잘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많은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심부전이나 호흡부전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지요. 또 성체를 죽이는 약을 썼을 때의 부작용도 더 심합니다. 개도 그렇지만 고양이도 치료 후에 절대 안정과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수입니다. 보통 감염이 일어나더라도 증상이 경미하거나 아무런 임상증상도 나타나지 않을 경우 자체적으로 회복하고 기생충이 사멸하는 경우가 많지만 매 6-12개월마다 검사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국내 개들의 감염률은 약 10%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가정 내에서 키우는 개인지, 옥외에서 키우는 개인지에 대한 구분이 없어서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옥외에서 키우는 개들이 훨씬 위험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지요.

심장사상충은 월바키아라는 박테리아와 공생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사상충의 세포 내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지요. 항생제를 이용해 기생충 내에 있는 박테리아를 ‘치료’해주면 오히려 성장이 둔화되거나 새끼를 낳는 것이 불가능해진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또 죽은 기생충이 심각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세포 내에 있는 월바키아가 새어 나오면서 일어나는 것이라 보는 견해도 있지요. 때문에 성충 치료시 항생제를 같이 투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최성준 님의 알짜배기 코멘트. 감사합니다 :)

“실제로 심장사상충 치료제는 비소화합물로 부작용이 꽤 있는 약물입니다. 성충 구제시 immiticide 같은 것도 허리 쪽의 근육에 투여하고는 하는데, 심한 통증과 부종이 있기 때문이고, 간과 신장 등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ivermectin 은 정말 기적의 약물이라고 밖에 말 할 수가 없지만, “콜리나 보더 콜리 같은 품종의 경우 민감”하니 그 부분도 언급해 주셨으면 좋았을거라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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