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 또는 암질환 보장이 포함되는 종합 보험하나 들어놓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암환자를 보는 의사이지만 역시 암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나도 암질환 보장을 포함한 보험을 하나 들어놓고 있다. 보장범위가 대단히 넓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달에 8만원정도씩 내고 있다. 2005년에 가입하였으니 8년째 넣고 있고 사실 이 정도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계산해보니 거의 700만원 정도 넣은 셈이 되었다....) 근데 사실은 나도 이 보험의 보장범위에 대해 정확히는 모른다. 의사여도 약관을 다 의학적으로 검토하고 가입하기란 쉽지 않다.

아무튼 암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공통적인 것이다. 큰 병에 걸려도 안심하자는 것. 그러나 보험회사들이 그렇게 믿고 돈을 차곡차곡 내온 고객들을 정말 황당하게 배신하고 뒤통수를 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입하라고 광고는 줄기차게 하고 모든 것이 보장되는 양 선전을 하지만, 일단 고객이 병에 걸리면 어떻게든 돈을 안주려고 별별 핑계를 다 대며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수 년 전에도 블로그에 한번 적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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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환자의 수술/시술에 대한 소견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질문 아래 보기로 "통증감소를 위한 신경차단 목적" "암에 대한 직접적 치료 목적"이라고 되어 있다. 신경차단술을 했으니 당연히 전자에 체크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대개 이렇게 보기를 만들어 놓은 의도는 이런 것이다. 

"암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가 아니므로 비용을 보상하지 못하겠다"는 근거를 만들기 위한 것. 의사가 이렇게 말했으니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암을 줄이는 독한 항암제나 방사선, 수술이 아니면 보장을 받지 못하며, 그 암이 진행되어 아프고 숨이차고 붓고 괴로운 증상을 조절하기 위한 치료는 직접치료가 아니므로 보장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누가 보험을 들겠는가? 암성통증의 조절은 직접적인 암치료가 아니므로 보장대상이 아니라는 보험회사 인간들은, 의사로서 이런 악담을 하면 안되겠지만 정말 나중에 암에 걸려 진통제나 보존적 치료 없이 그 고통을 집에서 혼자 다 당해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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