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의사협회, 병원 등에서 수많은 논의를 거쳐 연명의료 관련 지침을 제정하여 공표한바 있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및 보건복지부에서 합의안을 발표하였지만, 진료현장에서는 지켜지고 있지 않습니다.

 주된 이유는 법적 책임문제입니다. 이런 법적 문제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없으면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들이 진료현장에는 많습니다.

서울대병원에서 간암으로 사망했던 xx할머니 (사망 당시 72세)의 실제 예입니다.
이런 일로 의사들이 경찰 및 검찰의 조사를 받고, 이를 피하기 위해 의사들은 방어진료를 하게 되고, 결국 불필요한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은 환자와 그 가족들입니다.

<사례>
환자분은 1998년 10월 간암으로 진단되어 수술, 항암제 치료를 반복해서 받아 왔습니다. 여러 차례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마지막 입원은 2006년3월13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치료를 받으며 3개월째 입원해 계시던 중, 2006년6월8일 낮에 3시간 정도 의식이 흐려졌다가 오후 4시경에 의식이 회복되었습니다. 간병을 해왔던 가족들은 이전에도 간성혼수로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던 터라, 의식이 회복된 모습을 보고 귀가하였습니다.

당일 (6월8일) 오후 10시 호흡곤란을 호소하여 마스크로 산소공급을 받기 시작하였는데, 6월9일 아침 7시에 다시 의식이 없어졌습니다. 당직 의사가 와서 산소농도를 증가시켰으나, 환자상태에 호전이 없어 가족들에게 급히 연락하였습니다.

간병을 주로 담당해오던 딸이 오전 8시50분에 병실에 도착하였고, 환자상태는 자발호흡은 있었으나 저산소증이 계속 악화되어 9시20분 기관내삽관 (intubation)을 하였고, 중환자실로 이동하여 인공호흡을 시작할 수도 있음을 담당전공의가 가족에게 설명하였습니다. 기관내삽관은 인공호흡기를 적용하기 위한 사전조치입니다.

주간병자인 딸은 어머니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중환자실로 옮기는 것을 반대하였고 기관지삽관도 제거해 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지난 7년여 동안 진료해왔던 선택진료의사(전문의)가 병실을 방문하여, 환자가 많은 치료를 받아 왔으나, 더 이상 적극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급속도로 악화되는 임종과정에 진입했음을 설명하였고, 환자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한 논의끝에 중환자실에 가서 인공호흡기를 시작하는 것은 환자에게 고통만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에 가족과 의료진이 의견을 같이 하였습니다.

 가족대표와 의료진의 구두합의로 11시20분 기관지삽관이 제거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산소 및 수액을 계속 공급되었지만, 1시간 30분 지난 12시 50분 사망하였습니다.


<환자 사망후 추가로 발생했던 상황>

환자가 사망한뒤 1달후 환자의 아들(45세)은 기관내삽관을 제거한 의료진 2명(담당 전공의와 교수)과 누나(47세)를 살인죄 및 친족살인죄로 각각 고소했습니다. 아들은 “당시 어머니의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어서 산소 공급 호스를 뽑을 이유가 없었다”며 “진료를 포기하고 호스를 제거한 것은 살인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환자의 아들은 보라매병원 사건을 주장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이후 1년간 의료진들은 경찰과 검찰로부터 반복된 조사를 받았습니다. 결국, 다른 병원 의료진에게 감정이 의뢰되어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었다고 판단되었고, 또 평소 간병에 참여하지 않았고 문병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아들이 문제를 제기한 배경에는 누나와 분쟁중이던 재산 상속문제에서 유리한 입장을 얻고자 하는 불순한 동기가 있다는 점등이 고려되어 의료진과 환자의 딸은 무혐의 처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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