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은 비싸다.
유기농은 맛없다.
유기농은 귀찮다.
그래도 그렇게 먹고 살면 좋은건 맞는 말이다.
식생활은 평생 생활 습관이 되어야 한다.

뭘 먹으면 암에 걸리고
뭘 먹으면 암을 치료하고
뭘 먹으면 암을 예방하고

그런건 없다.
그렇게 몇가지 음식을 먹고 마는 것이 암에 걸리고 말고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지 않는다.
평생에 걸쳐 건강한 식단, 운동, 생활습관을 갖고자 노력하는 것이 내 몸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나는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단거 먹으면 안된다.
짜게 먹으면 안된다.
기름기있는 거 먹으면 안된다.
그런 원칙에 얽매여 음식을 조절하라고 권유하지 않는다.

항암치료는 내 몸의 정상세포도 많이 손상시키고 체내 단백질이 감소하여 쉽게 피곤하고 몸이 힘들다.
그 기간에는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항암치료를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 뿐만 아니라 뭐든 잘 먹는게 좋다.

삼겹살에 지방이 많이 끼어 있어도, 자기가 삼겹살을 좋아하면 그냥 드시는게 좋다.
속이 쓰리지 않으면 커피도 한잔씩 하고
소화만 잘 된다면 피자도 한두조각 드시고
그 자체가 건강식은 아니어도, 설령 인스턴트 음식이라 해도 그게 먹고 싶으면 드시라고 한다.

가능한 삼시 세때를 지키고 잡곡밥과 염분기 없는 국, 유기농 야채로 만든 반찬, 신선한 과일을 챙겨먹는게 당연히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정크푸드라도 뭐가 되었든 드시는게 좋다. 그래야 항암치료를 견딜 수 있다.

나중에 항암치료가 끝났을 때, 그래서 몸이 덜 고달플 때는 다시 타이트하게 노력해야 겠지만
일단 지금 치료 중이라면 그냥 먹고 싶은 거 먹고 기분도 좋고 너무 힘들지 않게 지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 1년 좀 넘었을까.

젊은 아가씨 답지않게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유기농 식단, 자연주의, 건강간식 등으로 식단을 바꾸고
자기의 일상생활 습관도 고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지내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가끔 나에게 도시락을 선물하기도 했던 그녀는 최근 바꾼 약 탓이겠지만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짜증이 난다고 한다. 음식먹기가 싫다고 한다.


유기농 맛없지 않아요?
난 항암치료 안해도 유기농 맛없어서 먹기 싫어요. ㅎㅎ

맞아요. 유기농 맛없어요.
음식을 먹을 생각만 해도 입맛이 뚝 떨어져요.

그냥 반칙해요. 다른 거 먹어요.
유기농 먹기 힘들어서 살 쑥쑥 빠지는거 보다 반칙으로 다른 거 먹고 일단 체중을 유지하는게 좋겠어요.

그래도 될까요? 유기농 짜증나요.


우리는 유기농 짜증난다는 말을 하면서 막 웃었다.
음식을 잘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강박관념처럼 자리잡고 있었나 보다. 당분간 반칙하시라고 했다.

힘든 치료 여정에서 환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싶어한다.
치료의 중요한 결정은 의사가 다 하는 거고 환자는 의사의 지침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거니까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환자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뭔가 최선을 다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좋은 음식을 먹고 식단을 조절하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물론 음식을 넘어선 건강보조식품까지 다들 알아서 열심히 하신다. ㅠㅠ)

그런데 그게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유기농 안먹는거 보다 더 나쁘다. 일단은 스트레스 받지 않고 반칙하면서 나쁜 음식 먹고
일단 기분 우울해지지 않게 오늘을 넘겼으면 좋겠다. 그냥 하루를 기분좋게 사는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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