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이곳저곳에서 매우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각종 근거 없는 음모론이나
잘못된 정보들이 널리 퍼지는 현상에 대해  이런저런 개인적 생각을 적어봅니다ㅎ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일들을 매우 흔하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1. 권력을 잡고있는 못된 '주류' VS. 청렴하고 올곧은 '재야'학자라는 진영논리나
2. '너님들은 모두 음모에 속고있는 거임!!' '내가 진실을 말하니 나를 따르시오!'라는 일종의 영웅심리나
3. 감정적이고 단정적인 메시지
 


등등이 특히 잘못된 정보나 사이비 종교를 설파하는 과정에서 자주 나타나는 듯 보이는데요.
제가 아는 몇몇 심리학 연구들을 통해 이를 바라보면  참.. 교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의식적으로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요)

1. 진영 논리
많은 연구들에 의하면 우리는 사람들을 구분하기를 좋아합니다.
사람들을 딱 보고서 제일 먼저 판단하는 것 중 하나가
'이 사람이 내 편인가? 아님 적인가?'라는 것이거든요.

Fiske라는 저명한 고정관념이나 인상형성을 연구하는 심리학자에 의하면 우리는 딱 봐서 (나한테) 좋은 사람인 것 같으면 내 편이라고 판단하고 그렇지 않으면 상관 없는 사람이거나 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내집단(in-group)과 외집단(out-group)을 나누는 과정에 필요한 중요한 사고 과정 중 하나가
'확실히 구분짓기(categorical thinking)'입니다. (
참고: 소외감과 편가르기)

사실 사람들의 특성은 대부분 딱 두개로 나누기 어렵지요.
성격특성, 예컨대 외향성만 봐도 어떨 때는 외향적인데 어떨 때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
(외향성 분포의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제일 많아요ㅎ

하다 못해 '인종'도 두부자르듯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흑인과 백인을 구분하는 경우 생김새에 따라 완전 흑인, 조금 흑인, 조금 백인, 완전 백인 같이 우리의 머리 속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생긴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Krosch et al., 2013).

그런데 어떤 사람이 내 편인지를 구분할 때 우리는 거의 본능적으로 이 사람이 일단 나랑 '같은 인종', '같은 지역 출신'같이 객관적 특성이 유사한가라는 질문 뿐 아니라 성격, 가치관-정치라면 보수냐 진보냐-등의 내적 특성들이 나랑 유사한지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유사성을 판단하는 데 제일 편한 게 바로 '같은 카테고리에 속하는가?'라는 것이지요.
스펙트럼같이 연속선상에서 뭐가 '비교적' 어떻다고 판단하는 것보다 딱 구분해서 나랑 같다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게 훨씬 쉽거든요.

이쯤에서 다시 저런 진영논리를 보면..
이들 논리들이 대부분 벌써 기존의 전문가들을 탐욕스럽고 나쁜 놈들로 포지셔닝을 하면서 반대 편을 뭔가 청렴하고 진실을 말하는 착한 사람들로 이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이는 '구분짓기 사고'의 대표적인 예가 되겠네요ㅎㅎ

물론 전문가 중에 실제로 그런 케이스가 있겠지만 '모두'가 그런 건 절대 아니겠지요.
이는 그 반대편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편에도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있을 거에요.

두 집단이 절대 '탐욕'이나 '정직성' 등에서 실제로는 차이가 없을텐데 (집단 간 변산이 집단 내 변산보다 크지 않.. 다고도 이야기 하기도 합...) 차이가 나는 것처럼 구분을 지어 놓으면 일단 정말 그런 실체들이 있는 것 마냥 마음에 확 와닿지요. 그만큼 '이해가 쉽다'는 얘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이해가 쉬울 뿐만 아니라 이 구분 안에 벌써 나쁜놈과 착한놈이라는,
내집단(내편)과 외집단(상관없거나 적인 사람들)을 확실히 갈라주는 가치 정보까지 들어 가 있으니..

이런 식의 진영논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거의 자동적으로 판단하게 하는 엄청난 효과가 있을 듯 합니다.

일단 이 단계에 넘어가게 되면..
게임 끝.. 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논리를 보고 이게 옳으면 -> 좋은 사람이군
이라고 판단하기도 하지만

내 편이 말함 -> 무조건 맞음
같은 식의 '내집단 편향'
을 보이기도 하거든요..

같은 맥락에서 외집단 인간들이 말함 -> 무조건 틀림
을 보이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사람들 마음에 일단 니편 내편이 한 번 갈리고 나면 '논리'를 통한 설득이 굉장히 어려울 수 있는데
진영논리가 이 과정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


2. 영웅 심리
많은 유사과학자들에게서 '지금껏 속아온 우매한 사람들이여 나를 따르라 오오~~' 같은 모습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참고: 잘못된 믿음과 싸우는 방법)

그리고 여기에는 결국 '(잘못된 믿음일지언정) 이를 통해 내 존재감을 높이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면!!' 같은 욕구가 그 밑에 깔려 있다고 합니다.

유사과학이나 사이비종교 지도자 치고 깊은 곳에 혼자 은거하며 혼자 연구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잖아요?ㅎㅎ

자신만의 새로운 이론을 검증받지 않은 채로, 학술논문이 아닌 단행본으로 낸다던가 인터넷에서 아무런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마구 한다던가.. 하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야 Fundamental need라고 불려질 정도로 기본적이고 강한 욕망인데
그 욕망을 충족시키는 한 '방법'으로 이들은 이런 걸 선택한 거라고 봐도 무방하겠지요.

여튼
이렇게 사람들을 구제한다고 하는 '영웅'과 같은 행동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연구들에 의하면 뭔가 위험해 보이는 행동 + '사람들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쓴다는 메시지가 있을 때 비로소 영웅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고 사람들의 호감을 얻게 되거든요(Franco et al.,, 2011).

따라서
'주류들의 핍박을 무릎쓰고(위험) + 그대들의 안전을 위해(이타적 동기)' 이런 걸 한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전달되는 경우 사람들은 '잘은 모르겠지만 이 사람 뭔가 영웅적인 행동을 하려는 것 같은데..' 라고 인지하기 쉽겠지요.
'좀 틀리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래도 대단한/이로운 사람'이라는,
'그래도 대체적으로 영웅'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겠고요.


3. 감정적이고 단정적인 메시지
단정적인 메시지가 끌리게 되는 건 역시 어떤 게 맞고 틀린지를 자신의 지식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경우
아무래도 단정적인 말투로 자신감 있게 말하는 사람-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의 말에 더 설득당하기 쉽겠지요.

뭐가 선이고 뭐가 적인지를 딱 단정적으로 규정하는 이야기(예컨대, 천연은 선이요 합성은 악이라)는 1번의 편가르기 과정을 도와주기도 하고요.

그리고 공포나 분노 등의 감정을 일으키는 메시지들은 그 자체로 큰 설득력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의 의사결정 과정에는 '정서'자체가 큰 정보가를 가지게 되거든요(Loewenstein et al., 2001).
 
예컨대
ㄱ) 같은 동네에 있는 집에서 불이 나는 경우와
ㄴ) 전혀 다른 도시에 사는 친구 집에서 불이 나는 경우

화재 보험 가입률이 달라지는데요 어떨 때 더 보험에 많이 가입할까요?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ㄱ)일 거 같지만 ㄴ)의 '멀리 사는 친구 집'에 불이 날 때 화재 보험 가입률이 더 높습니다.

그 이유는 같은 동네에 살아도 잘 모르는 누군가의 집에 불이 나는 것보다
사랑하는 내 친구 집에 불이 날 때가 더 큰 정서적 반응을 가져오거든요.

이 경우가 더 마음에 '확' 와닿아 더 높은 '주관적 확률(왠지 정말 일어날 것만 같아!!)'을 구성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정서의 saliency(명확함; 확 와닿음?)이라고 합니다.
날카롭고 명확한 정서일수록 의사 결정시 높은 정보가를 가지며 많은 지분을 행사한다는 것이지요.

의료나 음식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들 중 '거짓', '진실', '고통', '생명을 잃는다' 같이 공포나 분노 같은 고각성(강렬한) 정서를 유발하는 표현들이 많이 담겨 있는 경우가 보이는데요

이런 자극적인 표현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더 해당 정보를 잘 받아들이도록 하겠지요.

또한
'안전'과 관련된 정보들은 훨씬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우리의 위험 회피 시스템은 '위험할 것 같으면 일단 피하고 보자'라는 식으로 돌아가곤 하거든요

실제로 많이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ㅎ 
(참고: 상한 음식, 똥과 믿을 수 없는 인간의 공통점)

심리학에도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하도 진짜인것처럼 돌아다녀서(혈액형 성격이라던가.. MBTI라던가..)
개인적으로 이런 일들에 대해 좀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지인이 '현대의학 음모론'의 영향으로 큰 병을 진단받고도 치료를 거부한 사건으로 인해 더 이런 사건들에 대한 saliency가 높아지기도 했고요ㅎㅎ

다음에는 또 다른 고민거리인
'그래서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을 한번 적어볼게요ㅎ

진영논리-탐욕스럽고 나쁜 주류-라는 편견에 대한 대처
영웅심리-이 경우에서는 그릇된 방법으로라도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에 대한 대처
자극적인 메시지에 대한 대처

정도의 이야기가 되겠네요 :)


[참고]
 
Krosch, A. R., Berntsen, L., Amodio, D. M., Jost, J. T., & Van Bavel, J. J. (2013). On the Ideology of Hypodescent: Political Conservatism Predicts Categorization of Racially Ambiguous Faces as Black.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Franco, Z. E., Blau, K., & Zimbardo, P. G. (2011). Heroism: A conceptual analysis and differentiation between heroic action and altruism.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15, 99.

Loewenstein, G. F., Weber, E. U., Hsee, C. K., & Welch, N. (2001). Risk as feelings. Psychological bulletin, 127,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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