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수술한지 3년만에 골반뼈로 재발했는데 방사선치료 하고 호르몬제만 바꿨다.
항암치료를 하지 않고 호르몬제만 복용한지 2년.

선생님, 저 항암치료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이번에 찍은 PET-CT에서는 더이상 암세포의 활성도가 거의 보이지 않는군요.
높았던 종양수치도 1년째 정상이에요. 바꿔먹은 호르몬제가 효과가 좋은 것 같고
방사선 치료 효과도 잘 유지되는거 같아요.

유방암 수술한지 7년만에 폐로 전이가 되었다. 한 구역에 국한되어 있어 진단 겸 수술로 폐의 한 엽을 떼어 내었다. 폐전이는 예후가 안 좋은 타입이지만 환자는 6차례 항암치료를 한 후 지금은 5년째 호르몬제를 복용하며 유지중이다.

호르몬제 계속 드시는 거 힘들지 않으세요?
5년이나 호르몬제를 드셨더니 골다공증도 심해지는 것 같고...

괜찮아요. 덕분에 병을 꾹꾹 눌러주고 있잖아요.
햇빛 많이 보고 칼슘제도 열심히 먹을게요. 더 먹을 수 있어요. 계속 병원 다니는거 부담스럽지 않아요.

처음부터 전이성 유방암 폐전이였다. 지금도 폐에는 쪼그맣게 남아있는 폐 병변이 보인다.
중간에 방사선 치료도 하고 항암치료도 한번 바꿨다. 그렇게 5년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5년간 3개월에 한번씩 흉부 CT를 찍고 있는데 - 우리나라 보험에서는 3개월에 한번씩 사진을 찍지 않으면 삭감이 된다. 아무리 안정적이어도 3개월에 한번씩 CT를 찍어야 한다 - 

그 결과를 들으러 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모양이다.

이번에도 괜찮으세요.
폐에 여전히 병은 남아있지만 5년째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네요.
오늘도 축하!

선생님, 종양 표지자는 어때요?

계속 괜찮아요. 정상 범위안에 있어요. 새삼스레 왜요?

그냥요...

환자가 진료실을 나가고 보니 중간에 유방이 나빠지면서 방사선 치료를 하기로 결정했을 때 종양표지자 수치가 한번 오른 적이 있었다. 나는 잊고 있었는데 환자는 매번 그 사실이 떠오르나 보다.

오늘 수술 전 항암치료를 시작하기로 한 날.
외래 전에 미리 항암치료 교육을 받고 오시라고 했다.모든 검사를 마치고 오늘부터 항암치료를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환자가 두통도 있고 이마랑 눈 앞쪽이 뻑뻑하면서 뻐근하다고 한다. 한달 정도 된 증상이라고 한다.

갑자기 유방 크기가 커져서 하루라도 항암치료를 빨리 시작하려고 했는데 마음에 걸린다. 그녀는 HER2 강양성이었다. 만에만에만에 하나라도 뇌전이가 동반되어 있다면 어떻게 하지? 약이 바뀌게 된다. 오늘 급하게 뇌 MRI를 찍고 보냈다.

내일 아침 첫 환자로 다시 진료하기로 했다. 환자가 사진을 찍고 돌아갔고 나는 2-3시간 지나서 사진을 확인했다.
아무 문제 없다. 괜히 찍은 걸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핑계삼아 잘 찍었다.

오늘 사진 찍으신거 괜찮아요.

환자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전화를 했다.
환자 잠시 침묵

전화까지 직접 해주시고 감사해요.

안그래도 병 진단받고 마음 심란하고 유방도 빨리 커지는거 같아 많이 불안할 텐데
오늘 밤이라도 잠 편히 주무시라고 전화드렸어요. 내일 아침 일찍 와서 항암치료 시작합시다.

선생님, 저 항암치료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아직 학교도 안간 어린 두 아들 때문에 항암치료 받는 것을 걱정하던 그녀가 이제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항암치료를 받는다고 하지 않고 자기가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수동태에서 능동태로 바뀐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소식만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소식을 전할 때면 난 정말 어깨가 으쓱이다.
정말 내가 자랑스럽다. 내가 한 것이 아니어도 그런 소식을 전하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다.
그런 기쁨이야 말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큰 행복이다.

잠시의 행복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현실을 견딜 준비를 한다.
슬픔이 희망에게 주는 메시지로도 삶은 충만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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