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외향성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외향성은 다섯 가지 성격 요소(외향성, 신경증, 원만성, 성실성, 개방성)중 신경증과 함께 유전적 영향(60~70%)이 가장 큰 요소입니다.

(모든 성격 요소들이 다 그렇지만) 외향성이라는 도화지는 반 이상이 이미 그려져있고
이런저런 경험과 환경을 통해 나머지를 덫칠하는 식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따라서 외향성은 잘 변하지 않는, 안정적인 특성 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조금씩은 변하지만 내향적인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외향적인 사람이 되거나
또는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것이지요.

외향적인 사람들의 특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이들이 '사회성이 좋다'는 것입니다.

이는 물론 외향적인 사람들의 중요한 특징이지요.
하지만 이게 외향성의 '핵심'은 아닙니다.

연구에 의하면 외향적인 사람들의 핵심은
긍정적 정서성,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보상/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즉 외향적인 사람들은 자극이나 즐거운 무언가를
ㄱ)찾으려고 (비교적) 혈안이 되어 있고
ㄴ)쉽게 잘 찾는 사람들

이라는 이야기인데요

실제로 외향적인 사람들은 같은 정적인 행동-에컨대 독서-를 시켜도 내향적인 사람들에 비해 더 즐거워 합니다.
같은 걸 해도 즐거움을 좀 더 쉽게, 잘 찾아내고 잘 느낀다는 것이겠지요(Rusting & Larsen, 1997)

또 심심한 걸 잘 못 견뎌하고 재미있는 일을 찾아다니는 경향을 보이는데요.

학자들은 이들이 사람을 만나는 것이나 모임을 즐기는 것도
결국 이런 '보상/즐거움 추구'의 일환일 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Lucas et al., 2000)

비슷한 맥락에서 외향적인 사람들이 사람을 만나는 이유에는
'이 사람이 좋아서(liking)'라는 것도 물론 있지만
'이 사람이랑 있으면 내가 즐거워서(wanting)'같은 보상추구 관련 동기도 상당히 크다고 합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별로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사람이 상당히 웃기거나
날 즐겁게 해 준다면 충분히 만날 수 있다-같은 것이려나요ㅎ

여튼 이렇게 외향적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뭔가 재미있는 게 없을까? +_+' 모드라고 볼 수 있는데요
내향적인 편인 저는 'ㅁㅁ가 재미있을 것 같아. 놀러가자!'라고 했을 때 '음.. 귀찮아. 그냥 집에 있을래'이러는 편인 반면 외향적인 사람들은 '그래? 오키' 이러는 편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내향적인 사람들이 비교적 사회성이 낮은 이유 역시 이들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기 보다
혼자 있어도 별로 심심하지 않거나 '즐거움을 열심히 찾아다니지 않아도 무탈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외향적인 사람이나 내향적인 사람이나 사회적 상황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비슷해요(Fleeson et al., 2002)

여튼 이렇게 외향성은 즐거움을 열심히 찾아다니는 것과 관련되다 보니
결과적으로 외향적인 사람들은 내향적인 사람들에 비해 더 행복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행복과 외향성의 상관은 .5~6  정도를 보이는데 이 정도면 사회심리학에서는 꽤 높은 수치이지요(Diener et al., 1992)

즐거움을 쉽게 잘 느끼기도 하고 + 열심히 찾아다니기도 하니.. 행복하지 않기 어렵겠지요ㅎ
실제로 외향성이 높을수록 삶에서 즐거운 일을 많이 겪게 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Magnus et al., 1993)

하지만!
그렇다고 내향적인 사람들이 '불행'하다는 건 아니에요.

우리는 보통 평상시에 긍정적 정서가 10점 만점이라면 6점 정도의 살짝 행복한 기분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런 살짝 긍정적인 평상시의 정서가 '미지근한 물'이라고 본다면
외향적인 사람들은 여기에 뜨거운 물-큰 즐거움-을 좀 더 잘, 그리고 열심히 찾아서 붓고 다니니
평균적으로 좀 더 뜨거워지는 것일 뿐입니다 ;)

저도 엄청 뜨거운-엄청 행복한-상태 까지는 아니지만
미지근지근하게 그럭저럭 잘 살고 있어요ㅎ

그리고..
모든 성격 특성들이 다 그렇지만 외향성도 역시 단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험하더라도 즐거우면 한다'라는 보상추구 모드가 가져오는 부작용들이겠지요.
실제로 외향성이 높은 사람들은 외향성이 낮은 사람들에 비해
도박이나 약물에 쉽게 빠지거나(Zuckerman & Kuhlman, 2000)
위험한 스포츠-암벽타기, 스쿠버다이빙이나, 과속 같은 걸 비교적 잘 하는 걸로 나타납니다(Nicholson et al., 2005)

또 외향적인 사람들은 자기만 이야기의 중심이 되길 원한다던가..
자기 주장이 강해서 좀 독불장군 같은 모습을 보이거나
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 자신감에 넘친다던가 들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음.. 외향성에 대해 설명하려다 보니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요ㅎㅎ
오늘 소개할 연구는 이런 외향성의 '단점'과 관련된 연구입니다 :)

여러분이 만약 사장이라면
1) 외향성이 높은 사람 2) 중간인 사람 3) 낮은 사람 중
어떤 사람을 '영업사원'으로 뽑으시겠어요?

아무래도 1) 쪽으로 마음이 기울겠지요.

실제로 외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의 호감을 잘 얻어서 직장 자체를 쉽게 얻기도 하고
영업직으로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근데 정말 외향성이 높은 사람들이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영업실적이 좋을까요?

좀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있었어요(Grant et al., 2013).
한 회사의 영업 사원들의 영업실적과 외향성 간의 상관을 보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뒤집어진 U자 형태의 그래프인데요.
외향성이 '중간'인 영업사원들이 가장 좋은 영업실적을 올렸다는 결과이지요.

* 영업사원이라는 직업을 좋아하는가는 실적과 별개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도전적이라는 점에서 외향성이 높을수록 이 직업을 좋아하는 현상은 나타날 수 있겠지요.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에 대해 연구자들은
외향성이 높은 영업사원들은 고객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자기의 주장을 밀고 나가거나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 고객들로 하여금 방어적인  태도를 갖게 만들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했어요.

반면 외향성이 '중간'인 사람들은
'상황이나 고객의 특성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잘 조절하면서
고객의 말을 들을 때는 듣고, 자기 주장을 할 때는 하고
자신감을 비출 때는 비추고 겸손해야 할 때는 겸손하게 하는 식의
'유연성'을 잘 보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실적을 내는 것으로 보았지요.

그래서 '영업직은 역시 외향적인 사람이 제격이지'라는 믿음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언급도 했네요.

사실 이런 '유연성'이 살면서 매우 중요할텐데..
이 점이 참 많은 깨달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외향성, 성실성, 개방성, 원만성, 신경증의 다섯가지의 성격 특성들이 장점 못지 않게 다양한 단점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각 특성들에 있어 양 극단으로 치우치는 것보다 중간에 위치하는 것이 '다양한 상황을 잘 커버하면서' 두루뭉실하게 살기에는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치우치지 않는 성격이라.. 이게 중용의 미덕이던가요?ㅎ

물론 이 경우 '어떨 때는 이렇고 어떨 때는 저렇고.. 내 성격이 뭔지 모르겠어'의 상황에 빠지기 쉽겠지만요ㅎㅎ
그리고 신기한 사실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외향성을 포함한 다양한 성격특성에 있어 '중간'에 위치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

어떨 때는 외향적인데 어떨 때는 혼자 있는 게 좋고.. (외향성)
어떨 때는 친절한데 어떨 때는 까칠하게 굴기도 하고.. (원만성)
어떨 때는 신경질이 팍 나다가도 어떨 때는 태평하고 (신경증)
어떨 때는 신선한 경험을 필요로 하는데 어떨 때는 안정적이고 익숙한 일이 좋아지기도 하고 (개방성)
어떨 때는 꼼꼼하고 계획적인데 어떨 때는 덜렁거리고 (성실성)
이런 사람들이 제일 많다는 거에요 :)

음.. 결론적으로
'극단적인 한 가지 모습'으로만 살기에는 우리 삶을 둘러싼 환경들이 너무 복잡하다는 걸 고려하면
별 특성 없는 내 성격이 가장 무난하게 살아남기 좋은 성격이다-라고도 할 수 있으려나요

이렇게 '애매한' 성격도 다 나름 의미를 가지는 걸 보면 우리 존재는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ㅎ

혈액형 성격론이나 기타 성격 유형론들 같이 사람들을 유형으로 딱 나눠서 이런 인간은 저렇고 요런 인간은 어떻다고 하는 이야기들은 역시나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너무 단순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드는군요 ;)

음.. 애매한 인생 다들 파이팅!ㅎㅎ

Grant, A. M., Campbell, C. F., Heevner, H., Schumaker, J., & Tugman, J. (2013). Rethinking the Extraverted Sales Ideal: The Ambivert Advantage. Psychological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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