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환자 중 입원을 하고 있는 환자들은 대개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
난 왠만하면 입원을 잘 안 시킨다. 잘 먹고 잘 이겨내 보시라고, 최선을 다하는데도 잘 안되면 그 때 입원하시라고 한다.

우리 환자들은 컨디션이 왠만하면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다 하기 때문에 입원을 했다는 것 자체가 특별히 뭔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입원한 환자의 경우 심각한 가족 면담을 자주 하게 된다.

뇌, 안구, 폐, 뼈, 림프절로 15년만에 재발된 40대 초반의 여자 환자.
두통이 있다가 눈이 아파서 안과를 갔다가 재발이 의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초로 찍은 흉부 엑스레이가 허옇다. 공기가 통하면 까매야 하는 부분이 온통 허옇게 나왔다. 까만 부분이 거의 없다.

나는 그녀의 사진을 리뷰하다가 깜짝 놀랐다. 아니, 어떻게 이런 폐로도 숨을 쉴 수 있나?
그런데 막상 환자는 산소도 안하고 기침도 별로 안하고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다.
그녀 자신도, 남편도 재발을 믿기 어려워 하는 눈치다.
일반적인 재발의 양상과 좀 다른 것 같다. 정말 유방암 재발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15년전에 수술한 병원에서 조직을 가지고 오시라고 해서 우리병원에서 다시 한 조직검사와 맞춰 보기로 했다. 오늘 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을 전하러 아침 회진을 갔는데 젊은 남편은 계속 스마트폰을 하고 있다.
페이스 북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뭔가 문자를 입력하고 메시지가 왔다갔다 하는거 같다.
남편은 거기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관계가 어떻게 되시나요?

그제서야 나를 본다.

회진을 간 의사 얼굴을 보지도 않고 계속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남편. 미리 그를 만나본 전공의 말에 의하면 그는 재발한 부인을 걱정하며 크게 상심하고 직장을 그만 두어서라도 부인 간병을 하려고 마음 먹고 있다고 했다. 나쁜 분 아니다. 예의없는 분 같지도 않다. 의사의 진료에 비협조적인 분 아닌거 같다. 그런데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렇게 심각한 상황,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전이성 난소암으로 6-7년 이상 시간이 지났다. 난소암에서 쓸만한 항암제는 이미 다 쓰시고 2년 전에 우리병원에 오셨다.

간 전이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담즙 배출이 잘 안되는 모양인지 황달 수치가 3이 넘었다.
담즙 배출을 막는 덩어리가 있는 곳에 방사선 치료를 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담도에 관을 넣었다.

세달 전에 이 담즙 때문에 응급실에 오셔서 패혈성 쇼크로 위험한 상태까지 진행이 되었는데, 다행히 항생제 치료를 하고 좋아지셨다. 그 후로 환자는 각정이 되서 관으로 답즙이 조금만 안나오거나 한번만 열이 나도 응급실에 오신다. 가끔은 균도 자라고 가끔은 암성 열이기도 하고 늘 애매하다. 입퇴원이 반복된다. 퇴원하면 다음날 응급실로 오신다. 열 난다고. 가끔 균이 자라기 때문에 무작정 오지 마시라고 할 수도 없고 마냥 입원해 있을 수도 없다.

이 환자를 위해 치료적 목적으로 내가 뭔가를 한 것은 없다.
방사선 치료 한번 의뢰드리고, 관 삽입 의뢰드리고, 할 줄 아는게 없는 나는 그냥 컨디션만 봐드리고 있다. 서서히 나빠지는 난소암에 대해서는 더 이상항암치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 쓸 약이 없으니까.

그동안 가족들과 몇차례 면담을 했었다. 다들 극진하시다. 환자가 돌아가실 거라고 생각도 안하신다.
황달 수치는 서서히 올라서 오늘 8이다.

나는 지지부진한 지금의 치료 과정이 왜 그런지, 왜 이렇게 견딜 수밖에 없는지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는 과정을 설명하느라 마음이 어렵다. 그런데 서른이 다 된 큰 아들은 계속 스마트폰을 하고 있다. 옆에서 누나가 눈짓 손짓을 하는데도 계속 스마튼폰을 하고 있다. 그 아들은 나름 성심성의껏 엄마를 간병하는 착한 아들이다. 아마 내 말을 듣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겉으로는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것이다.

회진을 돌러가면 가서 아는 척을 하는데도 스마트폰을 계속 하고 있는 보호자들이 꽤 발견된다.
당황스럽다.



여기 좀 보세요 그렇게 말해도 별로 미안해 하지 않는다.
내 분신처럼 스마트폰이 우리 마음에 붙어있나 보다. 우리 모두 스마트폰에 중독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어제 들은 뉴스에서는 우리나라 5학년 이상의 초등학생 60% 이상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며 도시 70%, 시골 67%로 차이도 없다고 한다. 그런 시대를 맞이했으니 그러 인한 새로운 풍속도도 생기기 마련이겠지.

지하철을 타면 한 칸에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 풍경을 지켜보자면 기괴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나도 곧 그들 중의 한명이 되어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그렇게 스마트폰을 많이 쓰는 시대가 되었으니 이에 대한 교육자료 같은 것을 개발하여 보급하면 효과적이겠구나
그렇게 긍정적으로 마음 먹어야겠지만 어째 기분이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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