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두 아들의 엄마인 그녀는 큰 벌이는 아니지만 몇 년간 작은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해 왔다.
건강하다고 자부하였다.

이렇게 병 걸려서 잔뜩 치료해도 또 재발한다면서요? 원인을 알아야 예방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생리 기간이 되면 가끔 유방통이 있었다.증상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그러던 중 우연히 뭔가 만져 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고 애매하던 차에 직장 건강검진을 하였다. 오른쪽 유방에 뭔가 보여서 조직검사를 했다.

유방암.
크기도 작고 의사도 별로 심각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크기가 작지만 유두 근처에 있으니 전절제술을 하고 재건술을 동시에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하였다.
그녀는 종양 크기가 별로 크지 않은데 전절제술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의사의 설명에 따랐다.

수술하기 전에 각종 검사를 다했는데 유방에서 발견되었던 혹 그거 한개 말고는 이상한 게 없었다.

수술을 하고 특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퇴원하였다.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는 외래에서 들으라고 해서 오늘 외래에 오셨다. 간호사가 귀띔을 해준다. 환자가 자기 병에 대해 설명을 자세히 듣지 못해 항암치료를 해야하는지 여부도 잘 모르고 있다고. 왜 종양내과 선생님을 만나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불평을 했다고 했다며 잘 설명해 달라고 나에게 부탁을 한다. 아마 밖에서 티격태격 했나보다.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는 한참 있다 나온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 퇴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면 환자는 자기 병기를 제대로 모르고 퇴원하게 된다.
종양 크기는 1cm에 불과하였지만 겨드랑이 림프절을 14개 제거했는데 4개에서 악성세포가 관찰되었다. 림프절 때문에 1기인줄 알았던 병기가 3기가 되었다.

저는 종양이 작아서 1기일 거라고 들었는데요?

수술 전 영상검사에서는 림프절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수술 중 감시림프절 검사를 해보니 거기서도 악성세포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3기가 된 거에요. 그러니까 항암치료를 6번 혹은 8번 해야 합니다.

그녀는 깜짝 놀란다.

전 1기라서 4번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요?

4번 하는 항암치료는 겨드랑이 림프절이 모두 음성일 때이고 환자는 4개의 림프절에서 악성세포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6번 혹은 8번 하는게 재발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

HER2 결과가 면역염색결과에서 2+가 나왔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로 정밀 검사를 해서 양성 여부를 확인하고 양성이라면 표적치료제를 포함한 항암제 3제 요법으로 6번을 할 것이고, 음성이 나오면 8번 하게 될 거에요.

HER2가 뭔가요?

유방암 세포에서 발견되는 일종의 표지자 같은 거에요. 그게 있으면 꼭 이 표지자를 타겟으로 하는 허셉틴이라는 약을 1년간 써야 해요.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치료인데, 치료약값은 보험이 되는 반면 유전자 검사비용은 비급여입니다.

또 검사를 한다구요?

새로 검사를 하는게 아니라  이미 기존에 수술한 조직을 이용해서 검사하는 거니까 환자기 지금 무슨 검사를 또 할 필요는 없어요.

검사비용은 비싼가요?

네, 검사비용은 보험 급여가 안되서 46만원 정도 할거에요. 비싸지만 꼭 해야 합니다. 예후와 치료방법을 결정하게 되는 검사입니다.

누구는 항암치료를 6번 하고 누구는 8번 하는건가요?

원래 겨드랑이 림프절이 있는 환자에서는 아드리아마시신 포함한 항암치료 4번, 탁소텔 포함한 항암치료 4번 이렇게 하는데요, 올해 6월부터 겨드랑이 림프절 양성이면서 HER2 양성 환자인 경우 6번 항암치료가 보험이 되었어요. 환자 입장에서는 기존의 8번 하던 항암치료를 6번으로 줄이게 되어서 다행이죠. 예전에는 항암치료 8번을 다 하고 허셉틴을 투여해야 했지만, 이제 새로운 용법이 추가되면서 허셉틴을 항암제와 같이 투여하기 시작할 수 있게 되어 허셉틴도 빨리 시작하고 전체 치료기간도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HER2 유전자 검사를 확인하여 다음주에 결과를 보고 항암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

 항암치료를 하면 다 끝나는 건가요?

치료 후에 방사선치료도 해야 하구요,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니 5년간 호르몬제를 매일 하루 한알씩 드셔야 해요. 그건 그렇게 많이 힘든 치료가 아니니 너무 걱정은 마시구요.

5년이나 약을 먹어야 한다구요? 방사선 치료도 해야 하구요?

1cm 짜리 종양 한개인 줄 알았던 병, 1기 초니까 간단하게 수술하면 다 끝날 거라고 생각했던 병이, 항암치료 수개월, 한달 반 이상의 방사선 치료, 1년의 표적치료, 5년의 호르몬치료를 다 받아야 한다고 하니 환자는 어이가 없나보다.

환자 나이가 30대 중반이라 BRCA 검사를 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또 BRCA 검사에 대해, 그 의미에 대해 설명하였다. 내 병이 자식들에게도 유전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게 좋겠다고 설명하니 환자는 이제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다.

산 넘어 산
그녀는 충격이 가시지 않는 표정이다.

그렇게 심적인 충격과 부담을 계속 느끼는 상황에서 내가 무슨 설명을 계속 해봐도 별 소용이 없다. 환자들은 잘 기억을 못한다.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나한테 한마디 할수록 치료가 늘어간다.

난 그 이유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설명했다. 나머지 더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다음주 HER2 유전자 검사 나오고 나서 외래볼 때 더 얘기해자고 하였다.

그래도 그녀는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유방암은 왜 생기는 건가요? 전 인스턴트 식품도 잘 안 먹고, 술담배도 안하고, 주위에 암 걸린 가족도 없고,
뚱뚱하지도 않고 결혼도 했고 늦지 않은 나이에 애도 둘이나 낳았는데...

알려진 위험요인이 없다.

제가 도대체 뭘 잘못한 거죠?

환자 잘못 아니에요. 유방암이 왜 생기는지 잘 몰라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있지만 말이죠.

이렇게 병 걸려서 잔뜩 치료해도 또 재발한다면서요? 원인을 알아야 예방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외래 마지막 시간에는 신환이 몰려 있다. 나는 그녀들에게 엄청난 치료 스케줄을 전달해야 한다.
신환들과 이렇게 긴 대화를 나누고 나니 목이 아프다.

그래도 환자들 마음만큼 아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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