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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병원과 일반 병원의 차이


군병원은 일반 병원과 조금 다른 특성이 있는데, 일단 일종의 네트워크 병원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800병상이 조금 넘는 수도병원을 비롯해 대전이나 부산 등 400병상 이상의 후방 중대형 병원들과 일동, 춘천 등 200병상 미만의 전방지역의 중소형 병원들이 서로 환자를 공유하는 형태다. 전방병원에서는 주로 경상 환자들을 다루고, 중증 환자나 수술이 필요한 급성기 환자들은 수도병원에서, 기타 후방병원들은 수술후 요양이 필요하거나 만성 환자들을 받는다. 전시상황을 염두에 둔 구조라고 하는데, 이런 이유로 ‘후송’이라는 기묘한 제도가 생겨났다. 전력의 대다수가 주둔하고 있는 전방지역 병원에서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은 수도병원으로 보내 수술을 받게 하고, 수술 후 거동이 가능해지는 즉시 더 후방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을 보내 요양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수도병원은 수술에 필요한 병상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기타 다른 병원의 기능을 어느정도 특화(?) 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어쨋든 외부에서 군의료체계에 대한 질타가 거세지고, 특히 비효율성이나 전문성 문제가 두드러지자 국방부에서는 민간의료체계를 어느정도 도입하는 것으로 이를 타개해보려 한다. 수도병원은 서울대병원(아마도)와 운영에 대한 협약을 맺고 운영체제를 개선해나가는 한편, 민간 병원처럼 철저히 실적에 중심을 두는 방식을 전개해 나갔다. 그러면서 수도병원에서 내세웠던 지표 중 하나가 바로 병상점유율과 회전율이었다. 복무 중인 사람들은 급여/비급여 및 발병 시기 여부와 상관 없이 모두 무상으로 진료와 수술이 가능하며, 군과 관련 없는 일반 사람들은 이용이 불가능한 시설의 특성 탓에 사실상 수익구조가 전무한 병원에서 점유율이나 회전율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쨋든 이걸 무척이나 강조했었다.

군이라는 특성상 현역 군인이 부대에 복귀하면 일반 민간 병원에서 퇴원한 것처럼 개인적으로 외래를 방문하여 수술이나 처치에 대한 추적을 받기 어렵고, 전문적인 의료시설로의 정기적인 방문도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치료가 완전히 마무리 될 때까지 입원 치료를 필요로 한다. 이런 이유로 군병원에는 겉으로 멀쩡해보이는 환자들도 병원에 계속 남아있게 되고 입원 기간이 일반 병원보다 갑절로 늘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군에는 후송이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후방병원의 남는 병상으로 수술 후 환자들을 채워 넣을 수 있다. 회전률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면서 환자들의 조금만 이동 가능한 상태가 되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다른 병원으로 채워 넣는 일이 잦아졌다. 당연히 수술한지 며칠 되지도 않아 덜컹거리는 버스나 기차를 몇시간씩 보내면 민원을 넣지 않을리가 없다. 민원을 둘째치고라도 수술 부위에서 아직 진물이 나오고 있는 사람을 버스태워 대전 부산까지 내려보는게 윤리적으로 맞는 일인가 싶기도 하고.

병상 점유율도 최소 80-90%를 유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는데, 수술에 대한 실적 압박도 함께 하다보니 상당히 불필요해보이는 수술 환자들까지 병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비인후과 쪽에서는 비염 때문에 비중격 수술을 하는 환자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이런식으로 군 복무 중 발생한 질환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아주 애매한 질환들에 대해 겸사겸사 무료로 수술도 받고 휴가 얻은셈 병원에서 쉬어가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이쯤되면 과잉진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법하지 않을가.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정작 군대에서 다뤄야할 환자들에 대한 수술은 외부 민간 병원에 보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군진의학을 전투력 보존이라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중점적으로 다뤄야할 사안으로 전시상황에서는 중증외상환자관리일테고, 비전시상황에서는 예방의학 쪽의 접근일텐데 둘 다 군의료체계에서 제대로 처리되는 적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군이라는 특성상 병원에는 심심찮게 절단, 폭발물 사고, 관통상, 총상 환자들이 들어온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가 민간 병원으로 곧장 전원된다. 군병원 내에서 수술 했을 경우 군병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잘못 되었을 때 민원의 소지가 될 여지도 상당해 그냥 마음 편히 민간병원에 보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 수술을 할만한 전문의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군병원에서 평시에도 중증외상환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대체 전시상황에서 다친 군인들은 누가 돌봐주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사실 몇년 전 국방부에서 중중외상환자 관리센터를 수도병원 내에 설치 운영하려는 시도를 했었는데 완전히 물거품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예방 측면에서도 금연클리닉이나 지역 보건소와 연계에서 추진하는 정도, 그리고 외래 환자들에게 인바디나 재주면서 건강관리라는 말도 안되는 슬로건을 내거는게 전부다.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원인인 호흡기계 감염이나 가벼운 근골격계 외상에 대한 대책도, 통계도 연구도 거의 없는 실정이니 예방이란 개념 자체가 거의 없다고 보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외상환자들이 오면 평시 기준으로 민간 병원에 전원시키고, 군병원 내에서 수술 받은 환자들은 전시상황의 기준을 적용해 후방 병원으로 끊임 없이 후송시키는 이중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다 자신들이 기본적으로 확보해야할 능력조차 배양하지 못하게 있는게 군의료체계의 현실이다. 안에 있으면서 이렇게 운영하느니 차라리 군병원을 없애버리거나 요양 전문으로 돌리고 운영비를 모조리 MOU 맺은 민간병원에 돌려서 군인들이 밖에서 치료 받는게 낫지 않겠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사실 근본적으로 군의료체계가 존재해야 하는 존립 근거 자체를 본인들이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선을 요구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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