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 주사"를 "체력과 면역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생약성분의 항암제" 라고 일부 대체요법 센터에서 광고하고 있다. 식약처 허가도 받은 모양이다. 단 3개 병원에서만 시판할수 있는 "제한적 시판 허가"이다.

서울삼육병원에서도 임상시험을 하는 것 같다. 서울권에서는 이 병원이 유일하다고 하다. "천연 전도사" ㅎㅎㅎ씨의 블로그에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ㅎㅎㅎ씨의 블로그에 따르면 "1997년 우리나라의 응용약물학회지(제5권 4호)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항암제로 개발된 에스비주사는 일반약리작용 결과 중추신경계, 자율신경계, 소화기계, 호흡 및 순환기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예상 임상적용 용량 범위 내에서는 전신적인 부작용이 전혀 없는 매우 안전한 약물로 사료된다.”고 평가하고 있다."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논문에 그렇게 쓰였다면 좀 이상하다. 일반적인 논문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이 아니다. 논문은 객관적인 언어로 씌여져야 하고, 제대로 된 학술지라면 리뷰어들이 "전혀" "매우" 이런 단어를 쓰도록 놔뒀을 가능성이 그리 많지는 않다. 아무튼 원문을 확인하는 일은 들이는 시간에 비해 가치가 그리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넘어가고....

아무튼 SB 주사에 대해 갑자기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내 환자 때문이다. 60대 여자분으로 대장암에서 전이된 다발성 폐전이가 있다. 항암제는 7월 이후로 중단했고 더 이상 효과적인 치료약제가 없어서였다 보통은  완화의료돌봄의 단계로 넘어가는 시기이고, 아직은 전신상태가 그리 나쁘진 않지만 곧 호스피스기관을 설명드려야 할 때가 될 것이다.

두달만에 오셨고 흉부촬영에 나타난 병의 진행은 예상대로였다. 사진은 7월, 9월에 찍은 것.


"정말 다른 치료가 없을까요?"

두말할 나위가 없는 폐전이의 진행이 보인다. 게다가 환자는 기침도 더 심해졌다고.... 기침약을 추가로 드리기로 했다. 아마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환자는 나가셨고 따님이 뭔가를 더 물어보고 얘기하고 싶은 눈치였다.

"좀 나빠지셨어요. 하얀게 폐전이병변인데 더 늘어났죠. 기침도 그래서 심해진 것 같고요... 객혈이 있거나호흡곤란이 심해질 수 있어요. 산소를 준비하셔야 할 수도 있고..."

"정말 나빠졌네요..."

근심에 찬 눈빛으로 사진을 들여다보던 따님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은 더 이상 항암제를 못한다고 하셔서...엄마는 치료를 안하면 많이 불안해하시거든요. 그래서 다른 대안이 없나하고 찾아보다가...  SB 주사라는 걸 맞았어요."

"아.... 그러세요?"

"근데 그걸 맞고 더 체력이 떨어지신것 같아요. 가끔 열도 나셨고요. 입맛도 떨어지셨어요. 괜히했나봐요..."

"네...."

"정말 다른 치료가 없을까요?"

"새로 도입될 신약이 있는데 좀 많이 비쌀거에요. 써도 약 1.4개월 정도 수명연장 효과에요. 환자마다 차이가 있고, 잘 들어서 더 효과를 보실수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그 정도라는 얘기구요. 쓰시면 전신체력도 좀 약화될 수 있고요. 손발바닥이 부르트거나 물집이 생기는 부작용이 꽤 생겨요."

최근에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대장암치료제인 스티바가 얘기이다. 아직 우리병원에 들어오진 않았다. 월 600만원 이상 나갈 것 같아서 얼마나 처방을 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기대효과와 부작용을 정직하게 얘기해주는 것이 의사의 본분이다.

따님은 좀더 지켜보다 결정하겠노라고 하며 나갔다. 2개월은 좀 길다면서 한달 있다가 보기를 원하셔서 10월 초로 잡아드렸다.

SB 주사가 정말 효능이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고 하나 삼육병원, 대전둔산한방병원, 안양샘병원에서만 쓸 수 있는 제한적 판매허가라고 한다. 그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 치료를 받았던 환자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전혀 부작용이 없는" 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발열과 식욕부진이야 효과만 있다면 견딜 수 있는 부작용일 수도 있다. 문제는 무작위배정 비교임상시험을 통해 증명된 효능이어야 믿고 사용할 수 있다. 식약처 허가는 그것이 없으면 참 어려운데 어떻게 제한적이지만 받아낸 것인지 잘 모르겠다.

혹시 일반적인 의약품과 천연물 신약에대한 허가 기준이 다른 건 아니겠지?

1상, 2상은 일부 병원에서 한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회사의 웹사이트에는 출판된 임상시험 결과가 링크되어 있지 않고 "임상 2상 진행 중(폐암. 대장암), 임상 1상은 영남의대 실시 임상 2상은 경북대 및 계명대에서 진행했으나 지방병원의 한계 (암환자의 대부분은 서울에 있는 대형 종합병원에서 치료하기 때문)적정 환자를 못 아서 현재 안양 샘 병원에서 진행."이라고만 되어 있다.

어떻게 "2상 진행중'인 약품이 시판허가를 받는단 말인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일이다.  그저 임상시험을 한 것만으로 성공한 것인 양 여기는 섣부른 낙관주의가 말기암환자들의 정신적 금전적 피해를 조장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ㅎㅎㅎ는 최근에 말기암환자에서의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하는 것이 의사들의 탓이라고 비난하는 트윗을 수차례 올린 바 있다. 내가 보기엔 정말 나쁜 사람들은 말기암환자에게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위의 환자에게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으려고 했고, 더 이상의 항암치료 없이 지켜보면서 생을 정리하도록 도와드리려고 했다.

그런 환자에게, 그들은 이익과 위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한 후 동의서를 받고 임상시험으로 진행했어야 하는 약물투여를 환자에게 돈을 받고 했다. 대체요법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천연물 치료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상당수의 검증과정이 비과학적이기  때문에 그 치료의 상당수들이 비윤리적인 것이다.

참고 문헌 : 천연항암제의 우수한 효능과 최소의 부작용이 의학적으로 밝혀지다 - SB주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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