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깡 : 운동 처방이라고 하면 익숙한 분들도 있으시지만, 낯설게 느껴지시는 분들도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운동 처방의 필요성에 대해 간단히 말씀 해주세요.
마바리 : 운동이 가지고 있는 치료적인 효과를 최대화 시키는 방법이 바로 운동처방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최선의 처방이 필요하듯이, 상황에 맞는 운동처방을 통해서 운동의 치료적 효과를 높이게 되면, 의료에 소요되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환자들에게 직접 적용하면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다양한 질병 치료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활성화가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필요하다고 다 도입되는 것도 아니라서..
양깡 : 저도 의사지만, 운동 처방을 실제로 하는 의사분들을 만난적이 별로 없습니다. 운동 처방에 관심을 가진 의사들이 얼마나 되나요?
마바리 : 운동 처방에 관심을 가진 분들은 꽤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하신 분들도 몇 분 계십니다. 현실적인 한계(링크 참조)때문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분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의사가 진료실에서 운동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 및 처방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 있다면, 바로 환자에게 비용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죠.
양깡 : 현실적 한계에 대해서는 블로그에 포스팅하기도 했었고,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하시기도 하셨습니다. 특히 수요와 공급에 실패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어디인가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그 수요를 효과적으로 끌어 당기는 방법에 대해 혹시 생각하신 것이 있으셨는지요?
마바리 : 운동처방이 가장 필요한 분들은 나이가 많은 노인 분들입니다. 상황에 맞는 운동을 통해서 일상 생활에서의 활동 능력을 많이 높일 수 있습니다. 운동처방의 효과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필요계층이지만, 정작 환자들이 별로 원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운동처방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체계화된 운동처방이 필요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결국 운동처방의 수요는 꽤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거나, 노인 분들에게 공공의료를 통해서 공급하는 방법을 통해서 수요를 유발시키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양깡 : 운동처방을 하면서 난처했던 점이나 어려웠던 점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런지요?
마바리 : 치료 초기에는 주사치료와 운동처방이 같이 이루어지다가 호전되면 주사치료는 종료하고 운동교육을 통한 치료를 지속하게 됩니다. 환자입장에서는 주사치료가 종료되면 치료가 종료된 것이라고 인식하고 운동교육을 스스로 중단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병원 내에서 이루어지는 운동처방은 치료를 지속하기 위해서 어떤 보완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헬스클럽이 기간 단위로 회원권을 발급하는 방식이 가장 무난할 것입니다. 제가 진행했던 방식은 환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접근도 불가능했습니다.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운동처방의 비용부담을 제거한 것이 지속적인 치료의 장애물이 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 했습니다......
양깡 : 제닥( 양깡 : 최근에는 웰빙시대에 망하는 의사라는 제 과거 포스팅이 맘에 와 닿는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도 사실 굉장히 고민되고 아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의사들 모두가 그런 고민 속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런 의료 환경에서 살아남는 의사가 성공한 의사라는 결과론적인 시각이 더 맞는 이야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민 끝에 최근 준 가정의학과를 닫고 비만 클리닉으로 옮기시기로 하신 결정이 참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심정을 말씀해주세요.
마바리 : 현재 상황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결정이 그다지 힘들지 않았습니다... 운동과 건강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운동과 비만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만이라는 분야도 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제 블로그 포스팅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비만 관련 내용이 많죠. 비만과 관련되어서 진행해보고 싶은 연구 과제도 몇 가지 구상한 것이 있습니다. 상황을 봐가면서 연구를 진행해 볼 예정입니다. 거의 1년 동안 제가 해 보고 싶었던 방식으로 진료를 해 봤습니다. 운동을 통한 통증 조절과 환자 관리에 대한 경험도 앞으로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손해는 많이 봤습니다만, 가치는 있는 도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양깡 : 환자들 수요도 많고, 기꺼이 그 비용을 지불하며 의사도 편하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길과 질병 속 생사를 다투는 일, 또는 거기 까지는 아니더라도 만성 질환을 치료하며 지속적으로 환자를 만나고 관리하며 스트레스와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길 사이에 날 때부터 슈바이처가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의료 현실이 어떻게 개선 되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마바리 : 이렇게 힘든 질문을 하시면 대답이 곤란합니다. 머리 속에서 여러 생각이 맴돌고 있지만...... 결론은 간단합니다. 의사가 환자를 자기 소신껏 보면서도 병원 운영이 가능한 의료 현실이 되었으면 합니다.
양깡 : 운동 처방의 경험과 데이터는 사장되는 것인가요?
마바리 : 일단 제가 어느 곳에 가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좋은 경험이기 때문에 제 개인적으로 많은 활용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 외의 용도는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운동과 연관된 다양한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양깡 : 향후 블로그의 운영 방향이 바뀌게 되는 것인지요? 마바리의 운동교실 홈페이지는 어떻게 되나요?
마바리 : 블로그 및 운동교실 홈페이지의 운영 방향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더 이상 운동처방을 하지 않는 관계로 오히려 주제 선택이나 글 쓰는 것이 좀 더 편할 것 같습니다.
양깡 :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인데요, 블로그를 운영하시면서 병원 경영에 도움되지는 않으셨나요? 블로그 내부에 병원 배너도 있었고, 홈페이지도 활성화 되있어서 조금은 도움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마바리 :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글쓰기에 신경을 쓰다보니 시간을 많이 투자하게되서 오히려 좀 번거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하하.
양깡 : 아. 별 도움이 안되셨군요. 그건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닌데요? 그런 효과라도 있어야 의사 블로거가 좀 더 늘것 같은데 말이죠. 바쁘신 가운데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