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가장 커다란 사회적 변화를 일으킨 것 중의 하나는 누구나 탈 수 있는 개인용 이동기계인 자동차가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20세기에 번성한 대부분의 도시들은 자동차들이 잘 다닐 수 있고, 자동차들을 주차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고,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들을 위한 도시를 만드는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최근 발전하고 있는 작으면서도 전기충전이 가능한 전기자동차와 이들에게 쉽게 접근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유경제 개념의 발전과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은 21세기형 새로운 도시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듯하다.

MIT 미디어랩의 조이 이토(Joi Ito) 소장은 미래의 도시가 현재보다 인구밀도가 높으면서도 건강한 생태계에서 살아갈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2013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혁신도시 포럼(Innovative City Forum)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제 생각에는 기술이 도시들을 변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기술이 일반화되고 그것이 인프라로 이용되기 시작하면 도시의 형태가 바뀝니다. 가장 커다란 변화는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에서 나타났는데, 아직 도시계획이나 도시의 디자인에는 이런 기술적인 환경의 변화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못합니다. 우리들이 해야하는 것은 도시를 새로운 정보기술의 관점에서 처음부터 완전히 다르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MIT에서 개발한 시티카(City Car) 계획은 사실 그의 이런 이야기에 정확히 부합되는 기술이다. 작으면서도 공유가 가능하고, 언제든 간단히 주차할 수 있는 그런 자동차는 마치 인터넷과 정보기술을 돌아다니면서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터미널인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모바일과 스마트 기술의 시대를 연 것과 같이 새로운 도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에는 자동차라는 가장 흔하면서도 중요한 정보기술 터미널의 보급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이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아이폰이 기존의 휴대폰 제조사들의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낸 것처럼, 새로운 혁신기업이 이런 변화를 선도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량이면서도 공유가 가능한 전기자동차, 그리고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충전 인프라, 그리고 운영 알고리즘과 인터페이스 기술 등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자동차를 제조해서 파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도시의 인프라를 계획하거나 새롭게 재편하고, 운영과 관련한 서비스 산업과 유지보수와 같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산업과는 다른 부분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이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보다 먼 미래의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주거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아주 작은 일종의 아파트이면서,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그런 변형가능한 집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 작은 거실과 침실, 그리고 간단한 오피스의 역할을 하고, 움직이는 벽이 있으면서 변형이 가능한 아파트가 저렴한 가격에 보급될 수 있다면 이는 도시의 주거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이와 같이 작으면서도 효율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에 거주하고, 걸어다니면서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면서 도시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미래의 도시 형태는 자동차가 발명되기 이전 유럽의 여러 유명한 도시들이 목표로 했던 것과 유사한 특징이 있다. 프랑스 파리는 자동차가 발명되기 이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매우 작지만 밀집된 거리들이 여럿 연결되어 있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나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걸어다니면서 일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파리는 위에서 언급한 여러 새로운 자동차 기술과 문화, 거주 등의 다양한 시험장을 자처하면서 미래형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그렇게 가정한다면, 새로운 자동차 기술은 개인이 소유하고 활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대중교통의 성격을 가지되 필요로 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을 미래에는 제일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기술은 아마도 언제 어디서나 간단히 호출해서 이동할 수 있는 개인용 자동차(무인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와 특정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호출할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대용량 대중교통 버스나 트램 등을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이런 미래의 변화를 위해서는 도시를 계획할 때 과거 상업지구와 주거지구를 나누는 것과 같은 천편일률적이면서도 기능적인 접근을 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가?"에 촛점을 맞춘 기획이 나와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학이 있고, 그 주변에 매력적인 아티스트들이 몰려들며, 인근에 사람들이 쉽게 거주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교육이 제공되고 외부와의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동이 자유로운 일종의 중심지가 곳곳에 산재하면서 이를 연결할 수 있을 때 해당 도시의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다. 큰 산업을 한 두개 유치하고, 몇 개의 기업이 입주한다고 도시의 장기적인 가치가 증가하지는 않는다.

이런 변화가 가속화되기 위해서는 천편일률적으로 자동차를 위한 도시공학 및 설계를 해왔던 기존의 전문가 그룹들의 사고부터 크게 바뀌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도시의 행정이나 계획을 세우는 각 도시의 공무원들과 시장을 위시로 한 리더십을 가진 그룹들도 새로운 시도를 위한 기술과 미래에 대한 혁신을 시도하는데 인색해서는 안된다.


참고자료:
Creating healthier ecosystems in future cities by rethinking urban areas from scratch Innovative City Forum 2013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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