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읽어보니 내용도 판타지가 아니었다. 백두산호랑이, 백호 흰머리를 쫓는 개마고원 포수의 이야기였다. 대를 이어가며 얽힌 원한 속에서 피어나는 애증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엮고 있었다. 실제로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러시아를 넘나들며 자료를 준비하고 실제 호랑이의 습성을 치밀하게 조사했다고 한다.

 소설을 읽다보면 정말 내가 개마고원의 폭설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호랑이를 사냥하는 개마고원 포수라는 독특한 배경과 인물은 꽤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읽는 이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굉장히 치열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매력적인 소설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만큼 대중의 관심을 얻지는 못한 느낌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다른 제목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밀림무정’은 주인공 ‘산’이 살아가는 비정한 세상을 그대로 말해주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밀림’이라는 말만 들으면 아프리카나 아마존을 떠올리기 때문에 좋은 이미지를 주지 못했던 것 같다. 마치 퓨전판타지나 무협지를 떠올리게 하는 표지도 조금 아쉬웠다.

 색다른 소재와 시선을 잡아끄는 전개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새로운 느낌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분께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