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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늑대 : 마크 롤랜즈 지음



경험은 무언가 이야기거리를 만든다.  단순히 경험에 대한 이야기의 확장이 될 수도 있지만, 거기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지식을 더한다면 이야기는 깊고 넓게 증폭된다.  증폭된 이야기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재미 이상의 생각을 만들어 준다.  잔잔한 공감이 되는 이야기라면 아마 감동까지도 선사할 것이다.  나의 경험에 나의 생각을 더하여 타인에게 들려준다는 일은 그런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경험은 제목처럼 철학자가 늑대와 함께 한 11년간의 동거를 말한다.  우연히 늑대를 키우게 된 철학자의 경험이 철학자 자신의 생각과 만나 깊고 넓게 증폭된 인문학적 경험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덩치가 큰 개를 원했던 철학자가 늑대를 만나 함께 생활한다는 것 자체로도 독특하긴 하지만, 독특함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운동감각이 있고 섬세하고 철학적 사고를 할 줄 아는 저자가 풀어놓는 브레닌의 행동, 심리, 반응 등에 대한 관찰과 묘사는 개와는 분명 다른 늑대라는 종에 대해 충분한 비교이해가 될 정도이다.  저자는 늑대인 브레닌을 무척 사랑하고 아꼈음은 당연하게 책의 내용에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는 인간중심의 사고와 행동이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브레닌을 대표하여 늑대라는 존재의 위상을 인간의 위상수준에 가깝게 올려놓으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물론 늑대만이 아닌, 생명을 가진 모든 생물들의 존재에 대한 존중심을 보여준다.  책을 읽어나가는 입장에서 무척 공감하며, 그런 사고는 이미 생태론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운동이자 그런 사고를 지닌 사람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생명있는 존재들에 대한 존중을 실천해나가고 있다고 본다.  차이는 다만, 저자는 자신의 철학적 사고를 대입하여 인간 외의 동물들에 대한 존중심을 논리적으로 설명해나간다는 점 뿐이다. 

저자는 늑대만이 가진 사고와 행동에서 인간과 비슷하거나 인간 이상의 이해와 사고를 발견해낸다.  늑대라는 종 자체의 존재감이 인간의 존재감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말한다.  늑대라는 존재 자체를 존중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생각이 너무 많았고, 늑대에 대한 사랑이 많은 생각속에 섞여 혼란을 자아내는 듯 하다.  첫번째로 인간의 영역속에 들어와 적응한 늑대는 자체로서 인간과 어울려야만 하는 야생의 생명체였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남들이 보았다면 우려했을 만한 브레닌의 모습을 충분히 이해해주었다는 점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일테고(이해를 못했다면 이 책도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야생의 생명체를 인간의 공간안에서 키우는 일에 대한 사유는 저자도 충분히 표현을 해 내었다.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야생성을 거세당해야만 했던 브레닌의 모습이다.  저자는 늑대의 모습을 충분히 존중해주고 있긴 하지만, 이미 브레닌은 어릴적부터 야생성을 거세당하며 자라오고 있었다.  두번째로 저자는 브레닌과 살면서 다른 생명들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다보니 채식주의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참치정도는 먹는 페스카테리언으로 변신하는데, 이는 철학적 사고와 생명존중에 의한 결과라기 보다는 넘쳐나는 생각과 벌인 일종의 타협으로 보인다.  인간의 잡식성은 당연한 본능이다.  이에 반하여 채식주의자가 되는 이유는 환경파괴와 대량사육이라는 비윤리적 생명학대에 반한다는 의미가 대부분이다.  물론 생명존중의 이유도 분명 존재하지만, 육식이 본능인 늑대에게까지 사료와 참치만 먹이는 일은 넘쳐나는 자신의 사유를 결국 늑대에게까지 강요하여 괴로움을 주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자의 생각이 좀 더 설득력을 얻으려면 개나 늑대들을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개나 늑대와 사람이 인간의 영역 외에서도 어울릴 수 있는 경우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비약이 좀 과한지는 모르겠으나 브레닌과 지내며 한껏 높아진 생명에 대한 철학적 사고와 존중의 수준은 현실적으로 그런 경우를 만들어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을 가져다 준다.  다른 철학자들은 이 책의 내용이 무척 심오하고 성찰적으로 보이는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너무 많은 생각을 안고 휘청거리는 저자의 모습이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었다.

그래도 저자는 얼마나 근사한 사람인가!  늑대를 키운다는 일도 무척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늑대의 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며 사랑했고, 함께한 삶과 사랑 속에서 자신의 생활을 충만하고 보람차게 바꾸었고, 사고는 깊고 풍부하게 가꾸었다.  나 역시 동물들을 좋아하여 어릴적과 군시절 직접 기르고 함께 지내던 개들을 이 책을 읽는 동안 떠올렸고, 앞으로도 여건만 된다면 덩치 좋은 개나 요염한 고양이들을 키워보고 싶은 생각을 더욱 키웠다.  이전의 다른 생명들과의 만남은 회상과 경험이라면, 생각을 점점 키우고 있는 지금의 내가 앞으로 함께 할지도 모를 동물들과의 만남에서는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저자보다는 조금 냉정한 견지를 취하고 싶긴 하지만, 내가 그들을 사랑하게 되면 나 역시 조금은 남다르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생각의 열매를 거두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저자와 늑대 브레닌은 나의 그런 욕구를 책 전체를 통해 자극해주었다.  


민욱아빠  heroyw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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