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일이 좀 지났습니다만, 하트재단에서 발행한 블로거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하트재단에서 심장병 아이들을 도와주는 일이야 늘 있었던 일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비뇨기과 선천성 질환인 요도하열 환아 들을 지원했더군요. 하트재단에서 다른 선천성 기형에 관심을 가진 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 내용에 캄보디아 의사의 인터뷰에 나오는 이름을 보고 놀랬습니다. 기사에 담긴 내용을 먼저 보시죠.



"(우리나라 캄보디아에는) 수술이 필요한 아이들은 많은데, 제대로 된 수술을 해 줄 방법이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이 번 한국에서 오신 의료진을 통해 그의 수술을 지켜보고, 경한 환자의 경우 직접 수술을 해보며 조금씩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Dr.전(전형진, 비뇨기과전문의)과 같은 (한국) 전문의의 기술과 지식을 전수받길 원합니다."


혹시 저기 나온 비뇨기과 전문의 전형진 선생님이 제가 아는 전형진 선배인가 싶었던 것이죠. 뭐가 그렇게 놀랄 일이냐고 되물으실 수도 있습니다만, 같은 의국에서 생활(2년 선배)하면서도 봉사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눈치챌만한 일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연락을 통해 확인했더니, 그 선배님이 맞더군요. 캄보디아 의료봉사를 나가는 김안과 병원 블로그를 통해 캄보디아 의료 상황을 전해 듣기는 했지만, 또 절친한 선배에게 그 쪽 상황을 자세히 물어봤습니다. 아빠처럼, 친구들 처럼.. 서서서 소변을 보고 싶어요 2탄이라고 생각하시고 봐주세요.

(대화 내용을 그대로 올린 관계로 경어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image source : 하트재단


양깡 : 전형진 선생님, 깜짝 놀랬습니다. 우연히 하트재단의 블로그에서 선생님 이름을 발견해서 알게 되었지, 만약 못보고 넘어갔으면 감춰질 뻔 했네요. 선생님 이렇게 좋은(?) 분인 줄 수련 중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물론 농담이죠) 같이 피부/미용으로 개업하자고 하시더니 혼자 이렇게 배운 것을 가지고 선행하시다니, 배신감 느끼는데요? (예전에 선배님이' 결국엔 돈이구나..' 라며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던 것을 비꼬아서 한 농담입니다.)


형진 : 조용히 갔다 왔는데 들켰네. 원래 나 좋은 사람이야. 별로 티를 안내서 그렇지. 하하. 사실은 내가 가기로 된 건 아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됐지.


양깡 : 원래 좋은 일 하려고 하신 건 아닌데 떠밀려서 가신 거군요.


형진 : 사실 올해부터 봉사에 좀 관심을 가지고 지금 근무하고 있는 육군 수도병원(현재 군의관 재직 중)에서 지역사회 봉사나 단체와 연계가 가능할까 고민도 하고 계획도 만들어서 보고도 하고 그랬는데 성과가 없었어. 소아와 관련된 과들과 함께 위탁가정이나 고아원과 같은 곳에 진료를 나가보고 싶었거든. 큰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 않은 면이 있구나 싶었는데, 때마침 캄보디아 봉사를 간다고 하시는 선생님께 연락이 왔지 뭐야. 요도하열 수술에 관해서 질문 하시길래, 이런 저런 말씀을 드렸는데 '그럼 네가 가는 것이 나보다 낫겠다'라고 말씀하시고 추천하게 돼서 가게 되었지.


양깡 : 하트재단과 함께 하는 줄 아시고 가신 거세요?


형진 : 처음에는 온누리 교회 다니는 간호사분이 연락하길래 교회에서 봉사 가는 것인 줄 알았는데 하트재단과 연계 된다고 하더라고. [캄보디아 수술진 훈련 프로젝트] 라고 캄보디아 의료진에게 수술등을 연수하는 프로그램이였어.




양깡 : 캄보디아 가서 어떤 요도하열(hypospadia)만 수술한 건가요?


형진 : 사실 수술해야 할 환아 들은 굉장히 많았지. 요도하열이 12-13명 정도 있었고, 기타 비뇨기과적 수술을 요하는 질환 환아들도 많이 있었지. 이미 너의 기억 속에는 까마득한 이야기가 되었겠지만, 선천성 부신 증식증 환아도 있었고 (congenital adrenal hyperplasia), 평범한 탈장이나, 음낭수종도 있었고. 거기에 수술을 하는 소아외과 선생님이 정리한 수술을 하게 되었지.


양깡 : (선배가 그렇게 좋은 사람이였냐는 농담에, 제 머릿속에 까마득해진 비뇨기과 이야기라고 역공을 펼치시는군요. 네, 사실 전 요즘 제가 비뇨기과 의사인지 헷갈립니다. 매일 고혈압, 당뇨 환자만 보기 때문에 --;) 그 케이스들 다 수술하고 온 거에요?


형진 : 다 하고 오려고 했는데, 거기 운영되는 수술방이 딱 하나야. 거기 마취과에서 다른 과도 수술해야 하고, 또 응급환자를 대비해 스케줄을 짜야 한다고 해서. (다는 못했다는 말)


양깡 : 수술방이 하나에요?


형진 : 부탁해서 아침부터 밤까지 다 썼는데 요도하열 수술이 2-3시간 걸린다고 하니 오전에 수술 1건, 오후에 2건 하라고 하더라고. 3박 4일 여정이었는데 첫날은 도착해서 숙소에서 잠자고, 수요일 오전에 진료보고 오후부터 수술하기 시작했지. 마지막 날은 토요일이라서 원래 수술을 못했지. 요도하열만 7명 수술하고 왔어.


양깡 : 요도하열도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어떤 타입을 수술했나요?


형진 : 쉬운 케이스부터 해서 점차적으로 어려운 케이스로 진행했고 (distal 에서 penoscrotal type) 목적이 수술을 하는 것뿐 아니라, 거기에 근무하는 소아외과 의사가 수련을 통해 직접 해볼 수 있도록 하는 의미도 있었기 때문에.. 또 심한 케이스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여러 명 수술하기 더 힘들었고. 거기 근무하는 소아외과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혼자 수술할 수 있겠다고 하더라고. 지금도 메일은 주고 받고 있고.


양깡 : 수술은 잘 되었나요?


형진 : 비교적 잘 된 것 같아. 그런데, 가장 쉬운 케이스였던 첫 케이스 환아에서 부작용이 생겼다고 해서, 12월쯤 다시 캄보디아 가서 수술하기로 했어. 거기 소아외과 선생님도 한번 와줬으면 하시더라고.


양깡 : 12월에 또 가신다고요? (또 다시 농담) 선생님이 그렇게 착한 사람이셨나요? 전공의 수련 때 못 봤던 모습입니다.


형진 : 본 심성은 착했다. 하하. 12월에 같이 갈까?


양깡 : 비행기 표만 좀 대주세요. 그러면 생각해보겠습니다.


형진 : 야, 니 비행기표까지 끊어주긴 나도 힘들어.




양깡 : 하하. 제가 가도 별 도움이 안돼서 가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될 겁니다. 캄보디아 의료 시설은 어때요?


형진 : 앙코르와트 소아 병원은 세계 각지에서 후원을 많이 받는 것 같아. 하트 재단에서도 지원해서 수술 많이 하고 있고. 병원장은 하버드 의대 출신인데, 국경 없는 의사회 출신인가 봐. 월급은 받고 있지만, 봉사하는 의미로 병원장 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생각보다 위생이나 시설 면에 있어서 나쁘지는 않았어. 부족한 것은 전문 인력이지.


양깡 : 캄보디아가 여행하기는 좀 위험한 상황 아닌가요?


형진 : 어. 좀 그렇다고 하더라고. 또 캄보디아가 환경 오염이 심하다고 그러던데, 누군가는 그래서 선천성 기형이 많다고 그러던데 정말인지는 모르겠다.


양깡 : 비뇨기과적으로 의료 지원을 한다면 어떤 부분이 있나요?


형진 : 거기에는 소아외과 2명과 일반외과 1명, 마취과 1-2명이 수술을 하더라고. 그 인력으로 웬만한 수술은 다 하는 것 같은데, 인력은 적고 전문화된 인력은 좀 부족하고 트레이닝 기회도 적어서 그런 도움을 바라더라고.


양깡 : 그래서 [캄보디아 수술진 훈련 프로젝트] 가 생긴 건가요?


형진 :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비뇨기과 지원을 하면서 만들어진 것 같던데. 나도 가서 그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니까. 처음에는 요도하열 수술만 몇 케이스 하면 된다고 했는데 무슨 트레이닝 프로그램이라고 하니. 게다가 앙코르와트 소아 병원 환자 말고 타 병원 환자도 와있더라고. 완전히 사기 당했구나 싶었지. (물론 농담) 하하. 거기 아이들 수술 받고 싶어도 제 때 수술 받을 시설이나 의사가 없어. 많이 불쌍해. 인력 지원이 가장 절실하고, 그 다음에는 수술 기구와 같은 지원도 필요하고.


양깡 : 같이 미용으로 개업하자고 그러더니, 몰래 선천성 기형 아이들 수술해주시는 것 봐서는 비뇨기과 전공을 포기하시진 않으실 듯?


형진 : 심각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사실은 뾰족한 답이 없다.


양깡 : 그러죠. 다음에도 하트재단에서 비뇨기과 의사가 필요하면 선생님을 찾겠네요?


형진 : 그렇진 않을 것 같아. 나보다는 더 경험 많은 교수님들이 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고, 하트 재단에서도 그렇게 할 예정이라고 하더라고. 그 때 스케줄이 안 맞아서 어떻게 나에게 연락 오게 된 거지머.




양깡 : 겸손의 말씀까지. 캄보디아 의료봉사를 해본 분으로 혹시 지원 생각이 있거나 지원 예정인 의사나 단체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형진 : 캄보디아에는 의료혜택을 못 받는 불쌍한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널리 알려야 할 것 같아. 병원에 경제적인 후원이나 전문 인력의 봉사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고. 앙코르와트 소아 병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병원장에게 이메일을 직접 보내서 의료 지원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아. 굉장히 열려있더라고. 내가 갔던 이런 식의 수련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가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병원 시설은 생각보다 괜찮았는데 세부적으로 보면 부족한 기구도 많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것 같아.


비뇨기과를 지원해 픽턴(과가 정해진 인턴) 때 수술 환자 스케줄을 올리지 않은 당시로써는 대형 사고를 쳤을 때 많은 위로를 해주셨던 좋은 선배입니다. 당시엔 비뇨기과 지원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으로 생각했었거든요. 잘 안다고 생각한 선배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자비를 들여 또 여름 휴가를 써가며 봉사 갈 정도의 열정이 존경스러웠고, 그러지 못하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하트재단 홈페이지 정보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2008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민간단체지원사업으로 선정도니 캄보디아 빈곤아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의료 봉사나 후원에 관련하여 하트재단에 연락하실 분은 T 02-430-200이나 info@heart-heart.org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앙코르와트 소아 병원에 직접 후원이나 의료 지원을 원하시면 http://angkorhospital.org 를 통해 연락을 취하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