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갑작스런 심 정지로 CPR 받으며 요단강에 한 발 담궜다가 간신히 생환하고 정신까지 말짱히 돌아온 Cardiology 중환자 이야기(무용담이지 뭐..)를 내 전공의에게서 들었다. 나는 내 전공의에게 농담 삼아 "그 환자분에게 넌지시 한 번 물어봐라. 혹시 혼절한 동안 유체이탈해서 자신을 살리려고 소생술을 하는 의료진들의 뒤통수와 등허리를 바라보고 있었는가? 그러다가 찬란한 빛이 온 몸을 감싸더니, 먼저 하직했던 가족 친지들이 나타나고, 천사 가브리엘의 인도하에 빛을 향해 갔는가?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니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돌아오지 않았는지?"하고 제안했다. 물론 걔가 정말로 그 환자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하지만, 소위 죽었다 깨어난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정말로 '임사체험'이라는 것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도 매우 궁금함을 금할 수 없다.



어쩌면 내가 죽을 때에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의 두려움 보다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고조되기 때문이랄까. '임사체험'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거의 40여년전에 레이몬드 무디 박사가 저술한 'Life after life' 에서 비롯되었다. 그냥 산발적인 '임사체험' 에피소드들을 보다 대규모로 체계적인 interview 를 통하여 '과학적'으로 쓴 저서이다. 그러나, 이 주제 자체의 선정성과 흥행성(?) 때문인지, 이 저서 이후의 이 주제에 대한 행보는 과학 분야에서는 별로 관심을 안 보인 반면, 비 과학 분야에서 수도 없이 많은 헛발질들을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유체이탈에 대한 흥미가 가장 고조되었는데, 가장 최근까지도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께서 화술 구사에 즐겨 사용하시던 초식(?)으로도 유명하였고, 실험정신 가득한 서바이벌 막장 드라마의 대가 임 모씨께서도 방영중에 즐겨 쓰시던 technique 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유체이탈은 영혼이 빠져나온 현상이라기 보다는, 우리 뇌의 평형 감각이 왜곡된 현상이라는 과학적인 증거들이 2002년부터 Nature 지를 비롯한 권위 있는 학술지에 발표되기 시작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체이탈은 '임사체험'을 겪는 그 순간동안 필연적으로 뇌에 가해지는 저산소성 스트레스로 인해, temporal-parietal 영역의 일부가 오작동하여 마치 '내 영혼이 빠져나와 내 몸을 보는 듯한 착각'을 겪게 된다는 것.

뭐... 앞으로도 더 과학적으로 규명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최소한 영혼이 빠져나온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좀 삼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걸 너무 믿으면 베르베르의 소설 '타나토노트' 처럼 치사량에 채 못 미치는 약제를 주입하고 임사체험/유체이탈 유도를 해 보려는 정신나간 시도들이 행해지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참고 문헌 : Blanke O, Ortigue S, Landis T, Seeck M. Stimulating illusory own-body perceptions. Nature. 2002 Sep 19;419(6904):269-70.
Blanke O, Arzy S. The out-of-body experience: disturbed self-processing at the temporo-parietal junction. Neuroscientist. 2005 Feb;11(1):16-24.
Blanke O, Ortigue S, Landis T, Seeck M. Stimulating illusory own-body perceptions. Nature. 2002 Sep 19;419(6904):269-70.
Blanke O, Arzy S. The out-of-body experience: disturbed self-processing at the temporo-parietal junction. Neuroscientist. 2005 Feb;11(1):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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