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통해 느끼게 되는 서양의 사고방식은 동양의 그것과 무척 다르다.
하나의 결론을 미리 설정해놓고 다양한 관점에서 결론에 대해 논리적 설명을 하는가 하면, 다양한 문제제기를 통해 논리를 전개하여 마지막에서는 공통된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낸다.  학위를 위해 논문을 써 보았거나, 서양의 수많은 저자들이 써낸 책들이 산더미처럼 존재하는 시대에 조금이라도 책을 접해본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논리나 전개방식에 대해 매우 익숙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왠지, 결론에 이르고 난 후의 느낌은 '그렇구나'하는 깨달음과 성취감과 함께 약간의 허탈함이 생긴다.  마치 산꼭대기에 올라 더 오를 길이 없어 이제 내려가야 한다는 느낌처럼, 열심히 산을 오르며 열과 땀으로 데워진 몸이 이제 막 내려가려 움직일 때 불어오는 바람에 한기를 느끼며 살짝 떨리듯, 무언가 아쉬움이 생긴다.  

반면에 동양의 사고방식은 하나의 주제로 가만히 깨달음을 채워가는 과정이다.  논리의 방식이나 과정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끊임없는 생각과 고민으로, 그리고 시대마다 존재했던 다양한 인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결론을 만들어낸다.  본문에도 나오지만 동양의 공부는 마치 배어들어가는 것과 같다.  하나의 주제라는 물감이 하얀 천의 귀퉁이에 닿았을때, 얼마나 넓고 깊게 물들어가고 배어들어가는가, 이 과정에 최종적인 모습이 존재할까 싶지만, 주제로 물들어간 다양한 천의 모습이 결과로서 세상에 받아들여진다.  각각의 인간이 이렇게 하나의 주제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머리와 몸에 배인 지식은 한 인간만의 모습을 형성한다.  이는 시대마다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결론이 도출되며, 결론의 일관성이 없기에 다양성을 빙자한 혼란의 원인이기도 했지만, 단지 지식의 축적이라는 표면성과는 다른 머리와 몸을 아우르는 탄탄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고와 공부의 방식이었다.

 '공부한다'라는 말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요즘처럼 공부 많이하는 세상이 있었을까?  수많은 정보와 자료의 홍수속에서 차분할 수 없이 우겨넣어야 하는 공부에 사람들은 지쳐서 나가떨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양산되는 엘리트는 대부분 조직안에서의 영혼없는 톱니바퀴가 되거나, 여전히 어딘가에 의존해야만 하는 덩치큰 애어른이 된다.  보편적으로 따져보아도, 우리는 그렇게 공부를 했지만 실제 직업활동이나 생활에 배운 것을 적용하는 부분은 매우 작다.  엄청난 지식을 접했지만, 우리사는 세상은 점점 상식을 잃어가며 천박해져가고 있다.  우리는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답은 지금 이 순간 내리기는 어렵다.  단지, 머리에 지식을 가득 채워넣어가며 길러진 인간이 생각과 행동이라는 관점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긍정보다는 부정적 생각이 크게 다가옴이 사실일 뿐이다.  머리의 지식이 녹아서 몸으로 배어들지 않으면,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따로 작용하는 딜레마적 인간이 되지 않을까?  또는, 왜곡된 이해를 통해 이기적이거나 파괴적인 인간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지금 우리가 받아들이는 지식이라는 것들의 실체는 몸으로 녹아들 수 없는 딱딱한 금속같은 것일까?  싸움닭같이 공부할 것들에 파묻혀 닭장안에서 성장하여, 그렇게 받아들인 공부라는 것이 자신에게 선사한 결과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던 나와 친구들의 대학시절을 바라보고, 우연히 시작한 독서가 어느정도 규모를 갖추게 되니 젊은 시절의 공부와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공부의 괴리감을 깊이 느끼게 된 지금의 순간에, '공부'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와중에 만난 이 책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동양의 고전을 통해 우리시대의 공부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무언가의 실마리를 느끼게 한다.  그것의 일부는 아마도 몸에 배이지 않는 상식과 염치는 아닐지 조심스레 가닥을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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