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의 응급실. 새벽 2시의 모습.


이번주는 유난히 응급실로 내원하는 환자가 많았다. 비단 외과 뿐만 아니라 내과, 정형외과 등 여러 분과의 전공의들은 1주일동안 뜬 눈로
밤을 지새야 했다. 이틀에 한번꼴로 당직을 서는 나 역시 당직날 1시간 반, 혹은 달랑 30분만 잘 수 있었던 덕분에 금요일이 되자마자 스테이션
컴퓨터 앞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루에 최고 20명까지 응급실 환자를 봤으니 말이다.



대망의 불금. 1주일간의 혹사로 수 많은 전공의들이 넉다운 되었다. 자정에 환자를 보러 응급실에 내려갔다가 잠깐 스테이션에서 잠들었던
나는 새벽 1시에 핸드폰 문자노티가 된 환자를 "응급실 스테이션"에서 엎드려 자다가 2시에 보고 있었고, 모 과 전공의는 아예 당직실에서
내려오지 않아 환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해당 내과 분과로 환자를 분류해서 노티해야 했던 내과 야간 당직 전공의는 아무리 불러도 전화조차 받지
않은 채 넉다운 된 소화기내과, 신장내과 당직 전공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고, 밤 사이 야간 당직용 수술방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모
과 전공의는 뜬금없이 스테이션에 전화해서 외계인의 언어(?)로 통화했다고 하니 이 정도만 설명해도 우리가 주중에 얼마나 쉼없이
달렸을까나.



3교대로 일하는 응급실 인턴들은 스테이션 곳곳에서 엎드려 자는 전공의들을 차마 깨우지 못하고, 그나마 고참 간호사들이 필요한 타이밍에
전공의들을 흔들어 깨운다. 자다 깨어 환자에게 가서 횡설수설인지 설명인지 모를 단어를 나열하다 보면 그제서야 잠이 깨기 시작한다.



일부 남자전공의들은 자다 깨어 뒷머리가 엉망진창으로 뻗친채로 스크럽복에 슬리퍼를 신고 내려와 환자를 본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특별히
손질하지 않아도 늘 그 모습(?)을 유지하는 내 머리카락이 참말로 고마울 따름이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