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애인복지,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다

2008년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장애인 가구 월평균 소득은 181만 9천원으로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 337만원의 54%에 불과하다.  한국의 국내총샌산 대비 장애인 관련 예산의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2005년 한국의 국내 총생산 대비 장애인 관련 예산 비율은 0.1%에 불과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평균은 이본다 무려 12배나 많은 1.2%였다.  장애급여 수급율과 국내총생산 대비 장애급여 지출 비율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장애인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8년 말 현재 45.8%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의 상황을 보자.  국민 전체로 볼 때 국민연금 미가입률은 20% 수준임에 반해 장애인의 국민연금 미가입률은 60%가 훨씬 넘는다. 2007년 12월을 기준으로 할 때 '국민연금법' 상의 장애연금 수급권자는 전체 국민연금 수급권자의 3.2%인 72,258명에 불과하다.  장애연금은 법률이 정한 장애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데, 2007년 기준으로 보면 장애등급 1급의 경우에 월평균 연금액이 406,004원이어서 같은 해 1인 가구 최저생계비 435,921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에는 장애인의 2.7%만이 법률이 정한 장애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공적 연금 전체를 포함하면 전체 장애인의 9.5%만이 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적 연금 전체로부터 배제된 장애인은 무려 73%에 이른다.

 정기적인 의료 재활과 직업 재활에 필요한 비용, 휠체어 같은 보조 기구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등을 '추가비용'이라고 하는 데 2008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월평균 추가비용은 약 15만 9천 원이다.  그러나, 한국의 장애인은 이러한 추가비용을 제대로 보전받고 있지 못하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2010년 현재 한국에서 18세 이상 장애인을 위한 추가비용보전제도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장애인의 생애 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아동기의 복지제도 가운데 앞서 언급한 장애아동수당과 보호수당을 제외하고 한가지 언급할 만한 것은 '재활치료서비스바우처사업'이다.  이는 모든 장애아동에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 가구 평균소득 100% 이하인 가구의 장애아동에게만 제공되고 있다.  현행 각종 바우처 제도의 문제점은 여기서 따로 논할 것 없이, 재활치료서비스는 모든 장애아동이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임에도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그 서비스 대상자가 제한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점만은 꼭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장애아동을 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도시 노동자 가구의 68%에 불과한 반면, 장애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은 10세 미만 아동을 기준으로 할 때 전체 장애인 평균액보다도 2.5배 이상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부모가 장애아동을 위해 노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 2005년의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부모가 장애 아동의 노후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못하는 비율이 10세 미만은 95.7%, 10세부터 19세 사이는 93.9%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11월에는 '장애아동특별보호연금보험법안'을 발의했다.  부모의 노후 또는 사망 이후 장애아동의 생계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 이 법의 취지이다.  장애아동의 보호자가 생존 중에 매월 일정액의 보험료를 납부하면 국가가 보험 가입자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보험료의 50% 이상을 지원함으로써, 보호자가 부양 능력을 상실했을 때 그 자녀가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일정하게 안정적 소득이 있는 장애아동 부모의 경우에는 이 제도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장애인연금 도입이 논의된 배경


장애인 일반의 소득 보장 문제로 넘어가 보자.  여기에는 크게 보아 세 가지의 유형이 있다.  기존 사회보험에 포함된 유형, 공공부조로 이루어지는 유형, 보편적 사회수당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유형이 그것이다.  사회보험에 포함된 유형은 '국민연금법' 상의 장애연금이 대표적이고, 공공부조로 이루어지는 유형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가 포괄하는 영역, 장애수당, 장애아동수당, 보호수당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아무런 기여금이나 심사도 없는 보편적 사회수당 방식의 제도는 한국에 아직 없다.


 '국민연금법' 상의 장애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로서 가입 기간 중에 장애인이 될 경우에만 혜택을 받는 것이다.  국민연금 미가입자이거나 국민연금 가입 연령인 18세 이전에 장애인이 될 경우에는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공적 연금제도에 가입되어 있는 장애인은 현재 추정장애인의 약 37.5%에 불과하며, 국민연금법 상의 장애연금을 받는 장애인은 2007년 12월을 기준으로 할 때 72,258명이어서 18세 이상 등록 장애인의 3.2% 수준에 불과하다.  장애수당은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보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소득 보전이 목적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소득보전 대책과 거리가 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장애인은 현재 사회보험과 공공부조의 혜택을 매우 제한적으로 받고 있고 이것만으로는 대다수 장애인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할 방도가 없기 때문에, 기여금을 내지 않는 연금, 곧 '무기여 연금' 형태의 장애인연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되었던 것이다.  

 무기여 연금은 앞서 언급한 소득 보장 유형에 따르면, 다시 자산심사를 통해 연금을 지급하는 공공부조 방식의 연금과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자산심사 없이 누구에게나 연금을 지급하는 사회수당 방식의 연금으로 구분할 수 있다.  
2009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무기여 연금이 없는 국가는 한국과 오스트리아 뿐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는 기존의 공공부조 제도에서 장애인이나 노인 등 노동능력이 없는 수급권자의 경우에는 일반 수급권자보다 훨씬 높은 소득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무기여 장애인연금을 운용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보고 있다.  일본은 1985년에 무기여 장애인연금 제도를 도입했다.  경재협력개발기구 국가 대부분은 국민소득이 1만 3천달러에서 1만 5천 달러 수준이었을 때 무기여 장애인연금 제도를 도입했는데,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가까운 한국은 이제야 도입을 결정했다.  물론 그 내용을 살펴보면, 무기여 장애인연금 제도를 도입한다고 말하기조차 몹시 부끄러운 일이다.

 
장애인연금 도입되고 장애인소득 삭감되고

2009년 10월 말에 입법 발의한 장애인연금 관련 법안의 정식 명칭은 '중증장애인연금법안'이다.  이 법안은 2010년 3월 31일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2010년 4월 12일 자로 '장애인연금법'이 공포되었다.  최종 법안에서는 정부안의 가장 큰 문제들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었던 '1촌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의 소득, 재산, 생활수준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준 이상인 사람은 수급권자에서 제외한다.'는 부양의무자 관련 단서조항이 삭제되었다.  따라서 장애인연금의 대상자는 18세 이상의 등록한 중증 장애인 중 본인과 배우자의 소득과 재산을 합산한 금액인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인 중증장애인이다.  

이 법에 따르면 장애인이라고 모두 장애인연금을 주는 것이 아니다.  연금지급 대상은 장애인복지법 상의 1,2급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3급 일부 중복장애인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소득에 따른 자격기준도 있어서, 시행령에서 정하는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에 해당하는 장애인만 그 대상자가 된다.  2008년 말 현재 전국의 등록장애인의 약 13.7%에 해당하는 약 32만 6천 명 정도가 시행 첫 해인 2010년의 장애인연금 수급 대상자가 된다.  장애인 10명 중 14명 정도에게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장애인연금과 누누이 비교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은 현재 65세 이상 전체 노인의 70%에게 지급하고 있는데, 장애인연금은 이와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그 지급대상이 적다.

이 법에 따르면, 연금 수급권자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최대 13만원, 경증장애인의 경우에는 최소 3만원 받던 장애수당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 보장 수급권자인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월 15만원의 연금을 받는 대신에 기존에 받던 13만원의 장애수당은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는 액수의 문제를 떠나서, 조삼모사 정책의 전형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연금 수급권자가 기존의 장애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될 경우, 일부 장애인은 소득이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장애인연금의 급여 수준이 매우 낮고 그 대상도 턱없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연금 수급권자도 기존의 장애수당을 그대로 받는 것이 현재 수준에서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최소한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된 장애수당의 목적은 추가 비용을 보전하는 것으로 바꾸고, 장애인연금은 추가 비용보전 부분을 부가급여라는 명목으로 슬쩍 끼워넣을 것이 아니라 소득보전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보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장애인연금의 재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7조 제1항은 '사회보장비용의 부담은 각각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역할 분담에 따라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부문 간에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고, 제3항은 '공공부조 및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일정 소득 수준 이하의 국민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에 드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고 되어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장애인연금법 시행령안' 제16조에 따르면, 국가가 특별자치도, 특별시, 광역시, 도별로 부담하는 장애인 연금 비용의 비율은 서울특별시의 경우에는 100분의 50, 그 밖의 특별자치도, 광역시, 도의 경우에는 100분의 70이다.  그리고 국가가 부담한 금액을 차감한 액수에 대해서는 특별자치도, 특별시, 광역시, 도 및 시군구 등의 자치구가 분담하되, 그 부담비율은 특별자치도, 특별시, 광역시,도의 조례로 정하고, 이를 미리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되어 있다.  본질적으로 현재와 같이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심각한 재정 불균형 상태가 지속되고 지방자치단체 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은 상태에서 이 같은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분명 큰 문제다.  따라서 이러한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장애인연금과 같은 범국가적 사업은 국가가 그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장애인연금은 무기여 연금의 최소한의 특징이 되어야 할 보편성의 확대, 소득보장, 사각지대 해소 가운데 그 어느것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 장애인 소득삭감 정책

보건복지부가 활동보조 서비스와 관련된 지침을 개악하여, 2010년부터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 정한 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이 아닌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서비스 본인부담금이 최대 4만원에서 최대 8만원으로 늘어났다.  한편 이러한 지침 개악으로 인해 활동보조서비스의 본인부담금 인상 뿐만 아니라 서비스 대상자 또한 더욱 엄격히 제한되었다.  신규 서비스 신청자 및 2년 이상 서비스 이용자는 반드시 장애등급 심사를 다시 받도록 한 것이다.  

 중증장애인 대부분의 장애 관련 순소득은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국민기초생활 보장 수급권자인 중증장애인의 장애관련 순소득조차 이전 대비 최고 19%, 3만 3천원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여기서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지급해 오던 추가 장애수당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했는데, 이것마저 폐지될 경우 장애인의 소득은 훨씬 더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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