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주제나 현상을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사유의 작업을 철학적 사고라 함에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무리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의 삶에 있어 필요한 것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철학적 사고라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상식수준의 논리와 이해만 갖춘다면 그닥 어려울 일도 아니고, 정신적인 면에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필요한 요소일 것이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떤 딱딱함을 극복한다면, 우리의 삶에 있어 사유하는 모든 과정은 일반적 의미의 철학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어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철학이라는 단어가 딱딱하고 어렵기만 한 이유는 어쩌면 사유의 기회조차도 갖지 못할만큼 복잡하고 여유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기때문인지도 모른다.  또는 사유할 이유를 느끼지 못할만큼 물질이나 자본에 익숙해지고 의존적인 무념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철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철학에도 나름의 전문적인 논리와 논리의 첨예함을 쌓아 만들어낸 심오한 사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데카르트, 칸트, 헤겔등등의, 한번쯤 들어본 철학자는 많아도 그들이 말하는 그들의 사유를 바라보면 이름과는 달리 무척 생소하고 어렵기만 하다.  때로는 그들의 사유가 대체 논리적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고, 이걸 현실세계나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용하고 녹여내야 싶을 정도로 이질적이기까지 하다.  저자가 쉽게 풀어낸 삶 속의 철학적 사유를 말하는 책이 아닌 한, 나 역시 철학에 관한 책들은 조금만 깊이 들어가도 어렵고 이질적이어서 쉽게 이해해내지 못했다.  게다가 철학의 전문분야에서는 철학의 계보를 이야기하며, 시간과 철학자를 이어내려오는 사유의 연결고리를 분석하기도 한다.  의학이 일상에서 풀어내는 수준의 이야기가 있다면 철학도 일상속의 철학이 있고, 반면에 의학의 의사들끼리 이해될 수 있는 전문적인 영역이 있듯, 철학도 철학자들이 공부한 전문적 영역이 존재한다.  사실 이 책은 그런 전문적 영역 안에서 이루어지는 내용이 다루어진다.  그래서 어렵다.

움베르토 에코나 마이클 센델과 같은 무척 익숙한 인물들이 보이지만 인터뷰 내용은 무척 어렵다.  철학의 전문적인 영역에서 첨단을 이끌어가는 이들이 그들의 간략한 과거와 진지한 현재를 이야기하고, 그 안에는 그들이 현재 이어나가고 있는 그들만의 사유를 이야기한다.  인상적인 것은, 이들을 인터뷰한 이들은 철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계속 공부를 이어나가는 이들인데, 철학교수들에게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이들의 자세역시 무척 진지하고 분석적이며 첨예하다는 점이다.  철학을 공부하는 이들이라 해도, 철학의 최전선을 이끄는 학자를 대함에 있어 긴장보다는 진지함과 예리함이 살아있기는 무척 어려운 일일텐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철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입장에서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공부하고 파악해야 할 것이 무척 많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철학의 계보와 대륙철학과 분석철학등의 개략적 이해, 그리고 근래의 철학적 이슈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어렵지않게 읽어나가며 나름의 이해와 정리를 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역자는 철학입문서로도 좋다 추천하지만 읽고난 후의 개인적 느낌은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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