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환경이 과거와는 많이 변했습니다. 그 범위도 변했고 이용 방법도 많이 변했습니다. 그래서 생기는 과도기적 고민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바램이 모순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의료 이용자는 의료를 모르기에 단지 바라는 것을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정부나 정치인들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보건당국 역시 이중적인 기준을 들이대는데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현재 의료에 대한 고민은 하면 할수록 단순하지 않고 여러 문제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한숨에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중 하나는 의료는 공공재일까 하는 고민입니다. 병원이 영리기관이 아니라면 경영난의 책임은 병원의 몫일까요? 병원의 몫이라고 한다면 수입성이 떨어지는 전공분야(예. 선천성 기형 수술을 하는)의 의사를 계속 고용해야 할 의무는 없는 것일까요? 대학병원의 교수들의 수입이 공개되고 노조에서 수입이 적은 교수의 감봉 또는 퇴진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Severance Hospital / photo by Tennessee Wanderer

의료가 공공재인가 상품인가에 대해 경우에 따라 다른 잣대가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위키에 있는 공공재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공재(公共財)는 어떠한 경제주체에 의해서 생산이 이루어지면 구성원 모두가 소비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말한다.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 Wikipedia


보통 정부재정에 의해 공급되어 모든 개인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공공재라고 합니다. 건강보험 하에 있는 현재 국내 의료상황은 공공재로써의 성격이 분명 있습니다. 국민 누구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보건의료서비스를 향유할 권리가 있습니다. (의료의 범위가 과거의 정의와 달리 넓어졌기에 최소한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예를 들면 노화는 질병이 아니지만 지금은 의료 서비스 대상이되고, 키가 좀 작은 것도 병이라고 할 수 없지만 지금은 의료 서비스의 대상이 되기도 한 것처럼 그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최소한이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의료 서비스는 수요발생의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면이 있기에 공급을 조절하는 보건당국이나 이익단체와의 이견이 늘 뉴스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10 여 년 전에 신생 의과대학들이 늘어난 것도 그러한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방에 대학 병원이 많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서울행은 멈추지 않습니다. 실제로 암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대부분이 소위 서울의 빅5라고 불리는 병원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입니다. 남에게는 어떻게 설명하든, 의료직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도 이러한 행동은 일반 이용자와 다르지 않습니다.

의료 소비자의 권리 향상을 이야기할 때 선택권을 높이자고 이야기합니다. 저도 이에 동감하고 의료 정보가 더 많이 공개되어 더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의료 기관 선택에 있어 선택권은 이미 매우 높은 실정입니다. 분명 같은 수술을 할 수 있고 그 성적도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학병원급의 병원이라고 하더라도 이왕이면 더 큰 곳에서 수술 받고자 합니다.




Seoul Asan Hospital / photo by sofiesunmee

이러한 의료 이용은 소비자가 선호하는 대형병원에 있어 기나긴 진료 대기, 수술 대기를 가져왔습니다. 이런 불편은 큰 병원이 내 지역에도 생겼으면 하는 요구가 되고 그러한 요구가 지자체 실시 후 지역 정치인들에게 전달되었으며 많은 부분 수용되었습니다. 그 결과 지방에 의과대학이 새롭게 생기고 대학병원이 들어선 곳도 많지만, 돌이켜 보면 지방 대학병원은 환자도 줄고 해당 의과대학 졸업생들도 서울로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은 서울에 있는 대형 병원들만 더 커져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규모가 커지게 되면 환자들은 그 병원을 더 선호하게 되죠.

이것을 보면 의료 서비스가 제한된 자원으로 비경합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공공재를 말할 때 이야기하는 특성인 비경합성은 나의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를 감소시키지 않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공공재로써 의료를 강화하려면 이 의료 서비스의 분배와 할당을 강제해야 하고 의료의 효율성을 강조해야 하는데 이는 병원뿐 아니라 이용자나의 자율과 상충되는 부분입니다. 1, 2, 3차 병원간 의뢰 구조가 있지만 형식적이고 보건소에 대학병원에 가기 위해 소견서 발급만 해달라고 오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의료 이용자나 정치인이나 의료의 공공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현실은 선택에 있어 과도한 자율성을 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는 의료 서비스간의 경쟁을 유발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고 내가 가고 싶은 의료 기관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어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효율적인 서비스 분배가 이뤄지지 않게 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의료 이용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란 것은 결국 의료가 이미 시장에 의해 움직이게 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용자는 내가 더 싸게 좋은 서비스를 받으면 그만이란 생각에서 벗어나 의료 전반에 대한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를 둘러싼 당연지정제, 영리 병원 문제들도 찬반을 떠나 심도 깊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단순하게 이용자의 요구에만 따르다 보면 장기적인 안목 없이 의료정책이 만들어지기 쉽습니다. 임기응변으로 적당히 돌려 막기식의 대응보다는 효율적인 의료의 배분을 위해, 남을 배려하는 의료의 이용을 장려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분명 있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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