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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수수께끼
의사는 탐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때로는 의뢰인(환자)의 퀴즈를 풀어야하는 경우도 있다. 시골 지소에 있으면서 상담 또는 자문을 요구하는 어르신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때로는 명확히 무엇이 의문이고 무엇을 알아내야할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어렵다. 부끄러운 병, 수치스러움의 감정 때문이 아닌 대화의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기도 하며, 스스로 정리가 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최근에 오신 분은 심장의 판막질환으로 수술을 권유받았으나 거절하고 약물 치료중인 고령의 어르신 이였다.




Puzzle / photo by NaNa

30분이 넘는 대화의 결론은 더 나은 삶의 질에 대한 갈망과 실현 불가능이란 현실적 한계를 재확인한 것이였다. 상당히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신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지나간 이야기들을 정리하면, 심장 내과 전문의이자 주치의인 모 대학 교수님 덕에 수술을 거부한 상태에서도 살아있기는 하지만, 아픈 팔다리 관절과 최근에 생긴 통풍으로 사는 것이 곤욕스러워지셨다고 한다. 통풍은 조절되었지만, 퇴행성 관절과 허리 통증은 고질적으로 괴롭히고 있어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다고.

TV, 신문 등에 나오는 몸에 좋다는 것들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주치의인 교수님에게 물어도 딱히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란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허리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용하다는 한의원에서 침도 맞고, 정형외과 등 일부 병원에서 소위 뼈주사라는 것도 맞았는데 맞을 때만 조금 낫다가 통증이 지속되었다고 한다.

특히 뼈주사는 며칠 효과는 가지만 전반적인 통증 조절에는 큰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일시적이라도 효과가 있었기에 주기적으로 뼈주사를 맞는 것은 괜찮은지 교수님에게 여쭤보니 맞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고 한다. 아마도 뼈주사는 스테로이드 국소 주사가 아닌가 싶은데 현재 추측하기로는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국소적인 혈종 등의 부작용과 스테로이드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 때문이 아니셨을까 싶다.

오늘은 나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기 위해 내원하신 것이다. 하지만, 전후 사정을 잘라내어 좀더 객관적(?)이고 편견 없는(?) 의견을 듣고자 노력한다. 예를 들면 이미 병원의 심장내과 교수님의 자문 결과는 OOO이었다는 이야기는 빼고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오늘 같은 지소에 있는 한의사 선생에게 침을 맞고 또 약을 먹자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도 뒤로 돌려놓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꽤 엉켜있는 질문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환자의 바램을 정리하는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결론적으로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시 한번 현재의 삶에 불만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의사가 아닌 인간으로써 그래도 혼자 병원을 다니실 수 있는 정도면 80이 넘으신 연세에 비해 건강하신 편이고 통증을 조절할 수 있는 다른 안전한 방법도 찾고 재미있는 소일거리를 만들어 보시라는 별 도움은 안 되는,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가능한 따듯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무엇이 할아버지를 잠시나마 흔들리게 했을까? 기존에 이미 있었던 의학적 자문에도 불구하고 뭔가 다른 가능성을 찾는 행동을 하는 것은 사실 너무나 당연하다. 내가 환자라고 하면 좀 더 나아지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것이다. 때로는 이런 행동이 결과적으로 위험할 수도 있고 때로는 돈만 지출하게 만드는 상술에 빠져들게 하기도 한다. 환자가 가장 합리적인 행동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 의사는 의학이라는 객관화된 잣대로 조언을 하는 것에서 좀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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