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소설이다. 이인화는 소설가이지만, 그 외의 영역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게임 길드워의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할 정도로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실제로 리니지, 길드워 게임폐인이었다 한다. 게임스토리 제작도구인 ‘스토리 헬퍼’를 제작하고 무료배포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크루인터랙티브를 통해 배포되기로 한 웹게임 <인페르노 나인>의 원작소설이 바로 <지옥설계도>라고 한다.

게임폐인까지는 아니었고 요즘은 그나마도 흥미를 많이 잃었지만, 그래도 게임을 좋아하고 이것저것 손을 많이 댔던 나로서는 <지옥설계도>에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꽤 기대를 갖고 읽었다. 책을 다 덮고 나서 느낀 점은, 아쉬움이었다.

설정의 빈틈은 없었다. 강화인간의 스토리는 매력적이었고, 인페르노 나인의 설정 또한 방대했다. 복잡한 설정으로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최대한 플롯을 쉽게 풀어가려고 한 작가의 노력도 엿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웠다.


너무나 방대한 설정을 제시하다보니, 읽으면서 머리가 아팠다. 처음에는 이런 저런 설정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소설 중반을 넘어가면서 어느새 설정부분을 슬쩍 포기해버리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강화인간과 인페르노 나인의 설정은 너무 방대해서, 소설 한 권에 집어넣기에는 부담스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분량을 늘려서 3권 이상의 소설로 썼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게 되면 분량의 압박에 더 부담이 생겼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소설이다. 게임판타지를 문학예술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순문학이 장르소설과의 경계를 허물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28>이 그랬고, <위저드 베이커리>가 그랬으며, <지옥설계도> 또한 마찬가지다. 장르소설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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