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이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장래 희망이 의사인 학생들과의 대화가 가장 유쾌한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장유중학교 구본영 학생은 도덕과목 과제를 하기 위해 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당연히 흔쾌히 승락했었죠.

중학교 때 이미 의과대학에 진학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었던 저의 모습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것이, 지금은 왜 그 때 의대에 가려고 했으며 왜 의사가 되려고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이 인터뷰를 통해 힌트를 얻고자 했습니다.

이메일로 진행된 인터뷰의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우선 자기 소개를,,,,(음,,,)
2.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진 계기가 무엇입니까?
3. 의사가 되기위해 어떠한 준비를 했습니까?
4. 처음 의사가 되었을 때 든 생각은 무엇입니까?
5. 의사가 되어서 가장 보람을 느낄때는 언제입니까?
6. 의사가 되어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입니까?
7.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8. 드라마나 영화처럼 실제로도 잠을 많이 못자나요?
9. 의사로서의 하루 일과는?!!
10. 하루 일하는 시간과 수입은 어느정도....(개인적인 질문인가요,..?ㄷ)
11. 의사가 될려면 무엇을 잘해야 하나요?(재능이나, 성격 등)
12. 마지막으로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저에게 충고의 말씀을!!!!


질문을 받고 나서 저는 역으로 '왜 학생은 의사가 되려고 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 답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제가 의사가 되려고 한 이유는 그냥 어릴때의 기억?이 있어서입니다. 어릴때, 제가 병원에서 입원해 수술을 받은적이 있는데 그 때 당시에 저는 겁이 무척이나 많아 울기만 했어요. 그런데 그때 의사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해주신것을 보고(물론 수술할땐 마취를 받아 기억도 않나지만..)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최근까지 어쩌다보니 꿈이 자주 바뀌게되었는데 다시 이번 기회에 의사를 목표로 하게 되었습니다. 의사로 목표가  다시 바뀌게 된 이유는 역시나....할머니께서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을 하셨는데 그 때의 영향?때문이죠 ㅎㅎ  그거랑 또 의사 관련 책, 다큐멘터리 , 드라마 등을 보고 다시 한번 의사로서의 꿈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 사람을 돕는?것이 전 정말 마음에 들었거든요...ㅎㅎ




Middle School students / photo by fasri789


답변과 질문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의학이나 의사에 대해 심도 깊고 복잡한 고민은 없습니다. 어찌보면 그 나이에 당연한 것이고 저역시 그랬고, 대부분의 의사들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아마 고등학교에 가면 좀 더 혈실적인 고민을 할 것이고 의과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예과때 잠시 인문학적인 교육을 받으며 의학과 의료에 대해 고민하다가, 본과에 들어가서는 생각할 틈도 없이 공부와 시험에 매달리게 됩니다.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과정에도 고민할 시간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죠.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무엇이 좋은 조언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질문에 답은 했지만,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선생님들의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제 답변을 보시려면 more를 눌러주세요.

도덕과목의 과제가 아마도 장래 희망인 직업에 직접 종사하는 사람과의 인터뷰였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인터넷 짜집기기 아니란 것을 선생님께서 아실 수 있게 조금 난해한(?) 답변도 섞여있습니다. :)



[#M_ more.. | less.. |1. 우선 자기 소개를,,,,(음,,,)

양광모라고 합니다. OOO대학 졸업후 OOO병원에서 수련을 한 비뇨기과 전문의입니다.


2.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진 계기가 무엇입니까?


이공계를 선택해야할지에 대해 중학교 3학년때 매우 고민이 많았습니다. 요즘에야 외고를 나와 의대 가는 기이한 현상이 익숙하지만, 당시 외고를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저는 이과와 문과의 기로를 이렇게 일찍 정해야하는 것에 매우 고민스러웠죠.


그런데 외고에 떨어지게 되고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게된 후에 다시 진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의사란 직업에 대해 환상도 있었고, 남들이 좋다고 하니 해야한다는 생각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3년간 그렇게 의학계열을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다가 시험에 합격해서 의대에 들어갔습니다.


고민없이 의대에 들어온 탓에, 예과 기간에 의학과 의료, 환자와 의사, 의료 환경의 변화 등에 심각한 내적 갈등을 겪었고 전공을 변경할까도 고민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실제로 많은 의대생들이 그런 고민을 하게 되는데, 입시 위주의 교육만 받아왔기 때문에 자신의 진료에 대한 간접 경험이나 고민이 적어 생긴일 같습니다.


3. 의사가 되기위해 어떠한 준비를 했습니까?


의사가 되기 위해서 중 고등학교 때 별도의 노력을 하지는 않았지만, 의학 관련 소설이나, 관련 도서, 생물학에 관심은 많았습니다. 과학도 좋아했고요. 이건 준비라고 하기 보다는 적성에는 맞았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의학도 과학의 한 영역이기 때문에 과학적 사고, 논리적 사고에 대해 공부하고 합리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려고 노력도 했지만, 현실 속에는 무엇보다 높은 합격 커트라인 때문에 수능이나 의전원이라면 대학 성적을 잘 받는 것이 기본적으로 필요합니다.


4. 처음 의사가 되었을 때 든 생각은 무엇입니까?


의사 면허를 받게 될 때의 감동은 상당히 컸습니다. 의과대학의 긴 커리큘럼 속 많은 시험을 극복했다는 감동이죠. 하지만, 인턴으로 병원에 들어가서 느낀 것은 앞으로도 끝이 없이 남은 배움의 길, 환자를 만나는 두려움이였습니다.


5. 의사가 되어서 가장 보람을 느낄때는 언제입니까?


대부분의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환자가 고맙다고 이야기할 때입니다. 너무 당연한 것 같지만 그냥 예의상 하는 이야기 말고, 의사로써 최선을 다했고 환자 역시 최선을 다해 치료에 임하고 결과가 좋든 좋지 않든 한 팀으로써 서로를 격려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이 의사를 하는 보람입니다.


부수적으로는 다른 의료기관이나 의사들이 미쳐 생각하지 못한 질병을 진단하거나, 학회나 학술지에 나만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거나, 의사로써 인정을 받을 때도 기쁘죠.


6. 의사가 되어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입니까?


의사가 되기 전 의과대학 시간이 육체적으로 견디기 힘들다면 의사가 되고 나서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많이 시달립니다. 물론 수련기간 레지던트 시절 부족한 수면도 힘들겠고 전공 분야에 따라서 다른 부분도 있지만,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 이야기 하면 뭐니 뭐니해도 환자와의 관계에 따른 스트레스가 가장 힘듭니다.


특히 의학적 한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환자와 좋은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의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속에서는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고 서로 불신하게 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이는 의학의 발전에 따라 과거 보다 불확실성이 더 확대되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좀 복잡한 이야기죠. 의사나 환자나 치료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해 두려워합니다. 환자와 함께 이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과정이 진료이고 치료입니다만, 의사나 환자 모두 간과하기 쉽습니다.


때문에 치료 결과가 기대와 다르다고 의사를 탓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상당 부분은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 설정 부터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 아무리 평소 환자에게 잘하는 의사라도 항상 의사 환자 관계가 성공적이지는 못하기 때문에 모든 의사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7.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존경스러운 환자분들을 만나는 것은 의사로써 굉장한 기억이고 보람입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겪게되는 불안한 심리적 상태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http://healthlog.kr/235) 제가 종양 파트에서 근무할 때 한 암환자분과 그 가족분들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과, 그리고 그 가운데 제가 도움을 드렸던 기억이 오랬동안 남아있네요.


8. 드라마나 영화처럼 실제로도 잠을 많이 못자나요?


네. 경우에 따라서는요. 항상 그렇게 살수는 없지만, 어느 병원에서 무슨 과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매우 다르고, 또 수련과정을 끝 마치고 나서 어떤 진로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다릅니다.


보통 더러운 것, 힘든 것, 위험한 것을 취급하는 직업을 3D라고 하는데 의사들의 직업도 사실 3D에 해당됩니다. 일부 외과는 기피 현상이 심해져서 그냥 두면 의사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생각될 정도로요.


9. 의사로서의 하루 일과는?!!


매우 평범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진료실에가서 진료를 보고 퇴근하고 집에오는 것이죠~ ^^  대학 병원에서는 아침 6시에서 7시 사이에 출근해 회진을 돌고 간단한 컨퍼런스를 참석하고 8시-9시 사이에 수술에 들어가 오후 5-6시 경 수술을 마치고 나옵니다. 수술이 없는 날은 외래 진료를 보고 외래 처치실이나 검사실에서 검사나 처치를 하기도 합니다.


저녁 회진을 6-7시 사이에 돌게되는데, 수술실에서 진행하는 국소 마취하에 진행하는 검사들이 언제 끝나는가에 따라 시간이 좀 유동적입니다. 때문에 환자분들과 보호자분들의 원성을 사기도 하죠. 의사를 기다리게 되니까요. 저녁 회진 후 간단한 식사를 하고, 새로 입원한 환자분들 병록 청취 및 차트 정리 그리고 다음날 수술할 환자들의 수술 설명을 하면 보통 저녁 9-11시 사이에 (입원 환자와 차트 수술 할 환자 정리 양에 따라 다름) 퇴근할 수 있습니다.


10. 하루 일하는 시간과 수입은 어느정도....(개인적인 질문인가요,..?ㄷ)


병원에도 주 40시간 근무제가 도입되었지만, 의사는 예외입니다. 때문에 교수님들도 그렇고 전임의(임상 강사)들도 그렇고 전공의(레지던트)도 그렇고 주 6일은 기본적으로, 전공의들은 매일 나옵니다. 시간으로 치면 전공의는 병원에 살림 차리고 기본적으로 산다고 생각되는데 구본영 학생이 의사가 될 때에는 좀 바뀔지도 모르죠.


의사 뿐 아니라 어느 조직이든 결정을 해야하는 (decision making) 관리직이나 CEO는 근무 시간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책임과 성과에 따른 급여이지 시간 수당의 개념이 아니 거든요. 의사도 그런 관점에서 봐왔는데 최근에는 노동자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근무 시간을 단순 노동으로 환산하더라도 전공의나 전임의들의 경우 월급이 매우 적거든요. 특히 위험 수당이나 연장 근무에 대한 보상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도제 시스템 속에서 공부의 연장이니 참으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했고 그 기간을 참고 나오면 보상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최근 병원 봉직이나 개업 후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공의시절에도 적정 월급을 주는 변화입니다. 자세한 급여 사항을 알려드리고 싶은 병원 마다 차이가 큽니다. 또 전공 마다도 차이가 커요.


11. 의사가 될려면 무엇을 잘해야 하나요?(재능이나, 성격 등)


어느 직업이나 사회성이 결여된 사람은 적응하기 힘들죠. 때로는 공부만 했구나 싶은 학생들도 보는데, 요즘 사회는 공부만 잘해서 인정 받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의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것 보다는 다양한 사회 경험과  독서에 힘쓰고 학교 행사등에 추최자가 되보기도 하고, 리더로써 리더쉽을 발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병원의 조직 사회도 매우 리더쉽이 필요합니다.


12. 마지막으로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저에게 충고의 말씀을!!!!


열심히 공부하시고, 꿈을 이루기 위해 항상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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