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 하면서 혹은 치료를 마치고 경과관찰 중인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

선생님, 뭐 먹으면 몸에 좋아요?

뭐 먹으면 안돼요?

뭐 먹으면 재발을 막는데 도움이 되나요?


제발 먹는 거보다 운동하는 거에 집중하라고 그렇게 간절하게 말씀드리건만 ㅠㅠ

그래도 무엇을 먹을 것이냐는 우리 환자들의 영원한 화두이다.



<원칙>

식탁에 차려서 온 가족이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드세요.

같은 재료라도 액기스, 즙, 다린거 그렇게 먹지말고 원래 재료 그대로의 '음식'으로 드시는게 좋습니다.

남들 건강생활을 위해 애쓰는 만큼 같이 애쓰시면 되요. 난 암환자니까 특별히 어떻게 해야한다 그런 생각 마시구요.

인스턴트 음식이나 탄 음식 드시지 마시고, 신선한 야채, 과일 그런거 드시면 좋겠죠?
 

항암치료 끝났으니까 이제 고기 열심히 안 드셔도 되요.

특별히 뭘 먹으면 좋다는, 그런 건 없어요.


유기농 야채나 과일을 먹는게 암의 발생과 재발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미국 암학회에서 제시한 바에 따르면 유기농을 먹는 것과 암 발생과의 연관성은 아직까지 입증된 스터디가 없다고 하네요.  


그래도 환자들은 궁금해 한다.

종합비타민, 오메가3, 살레니움, 고용량 비타민 C, 미슬토, 프로폴리스 등등

먹고, 맞고, 뭔가를 하는 것들이 도움이 되냐고 물으신다.


2012년 12월호 미국 의사협회 저널 (JAMA, Journal of American Medicine Association) 에서는 스터디 시작 당시 50세 이상의 미국 내 남자의사 14,641명을 코호트로 모집하였고 이때 당시 1312명이 이미 암을 진단받은 상태였다. 연구는 1997년부터 2011년까지 수행되었고 평균 11.2년을 추적관찰하였다. 당시 이 코호트 스터디에 등록이 되면 멀티비타민 복용군과 위약군으로 배정이 되었다.


추적관찰 기간동안 2669명의 참여자가 암을 진단받았는데,
전립선암이 1373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210명의 대장암 환자가 발생하였다.

위약군에 비해 매일 멀티비타민을 복용한 그룹에서 전체 암 발생율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추었지만 (17.0 event (복용군) and 18.3 events (위약군) per 1000 person-years, HR 0.92;95% CI, 0.87-0.998, P=0.04)  


세부 그룹별로 나누어 보면
전립선암 그룹에서는 9.1 vs 9.2 event (복용군 대 위약군) 로 차이가 없었고

대장암에서도 1.2 event 대 1.4 event 로 역시 차이가 없었다.

또한 암으로 인한 사망율을 낮추는 것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1312명의 기존 암 기왕력을 가진 그룹에서 매일 멀티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이 2차암 발생율을 억제하는 경향을 보이기는 하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의 일차목표인 암 예방에 미치는 멀티비타민의 역할이 긍정적일 수 있음을 보이기는 했지만, 수치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통계적 유의미성을 겨우 갖춘 것 같다. 그리고 특정 그룹에서만 도움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이런 연구의 결과와는 달리 특정 비타민이나 전해질, 미네랄 등을 규칙적, 고정적으로, 장기간 복용하는 것이 암 발생율 혹은 암 재발율을 낮추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도 많다. 심지어 해롭다는 연구도 있다. 예를 들면 폐암을 진단받은 그룹에서 셀레니움을 정기적으로 복용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 추적관찰을 했는데, 셀레니움을 정기적으로 복용한 그룹에서 폐암의 재발율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된 적도 있다.


이렇듯 뭔가를 먹는 것이 암의 발생, 예방, 재발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연구는 참여 인원도 많고 추적관찰도 길기 때문에, 개인 연구자가 진행하기 어렵다. 또 기본적으로 식생활을 다 똑같이 통제한 상태에서 이러한 실험적인 약제들만을 차이가 있게 만드는 방식으로 연구 설계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이 많고 해석이 어렵다.


또한 장기적으로 오래 먹는 것이 다 안전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런 류의 연구에서는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 일쑤이다.  


그래서 당혹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나는

뼈전이가 된 암환자에게 조메타 뿐만 아니라 칼슘과 비타민D를 적극적으로 주는 편인데

최근까지도 비타민 D의 암억제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 D는 햇을 쬐면 가장 많이 합성될 수 있는 영양소인만큼 마음으로 크게 부담이 없는 영양제였다.


미국은 의사의 처방전없이 비타민 D를 살 수 있는 부담이 없는 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타민 D만 따로 제조되어 나오는 상품이 1가지 있는 걸로 알고 있고

나머지는 다 칼슘과 섞여있는 복합제재이다.


얼마전 칼슘을 과하게 먹으면 심장의 관상동맥에 칼슘이 침착되어 혈관이 딱딱해지고 협심증 등의 관상동맥질환이나 뇌경색 등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걸 보고 마음이 영 불편했다.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는데 말이다.


연구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가 저렇게 나왔다가

도대체 어떤 장단에 맞춰서 연구 결과를 현실적으로 적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일단 공부할 여유와 시간이 없으니 전문가 선생님의 도움을 청해본다.



우리병원 유방암 환자들의 뼈 건강을 관리해 주시는 내분비내과 이유미 선생님께 이것저것 여쭤보기로 했다.


미국와 우리나라의 식단과 식습관에는 큰 차이가 있어서

음식을 통한 필수 칼슘의 섭취량이 기본적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미국인들은 하루동안 필수 칼슘 섭취량이 1000mg이 넘는 것에 비해

한국인들은 450-500mg 정도의 칼슘을 음식으로 섭취하는 편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기본 섭취량을 넘어서
추가적으로 약제 형태의 칼슘을 더 먹는 것이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른다.

쓸데없이 칼슘을 너무 많이 섭취하게 되면 심장을 먹여살리는 관상동맥에 잉여 칼슘이 침착되어 심장병을 유발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합성 약제의 형태가 아니라 음식으로 이를 추가할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것 자체가 큰 연구 토픽 중의 하나이다.


씹어먹는지 그냥 삼켜먹는지, 약마다 함유하고 있는 비타민 D의 용량, 칼슘의 용량에서 차이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섬세하게 조절하면서 약 복용을 교육해야 할지가 관건이다. 때에 따라서는 약을 끊어주는게 필요할텐데, 약을 주기 시작하는 것은 쉬워도 언제 끊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어렵게 느껴진다.

환자 중에 타과 진료를 보러가기 싫어하는 경우에는 - 지방에서 그 진료 때문에 별개로 서울에 또 와야 하고 나는 더이상 새로운 의사를 만나고 싶지 않다 -   내가 칼슘과 비타민 D를 조절해 주는데 영 자신이 없다. 관련 검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매번 낯설다. 내가 늘 고민하던 주제가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


처방은 다소 보수적으로 하는게 나은거 같다.

내가 호감을 갖는 약제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 1-2개 나온 것으로 의사로서 나의 믿음을 주는 것이 때로는 위험할 수도 있다.


여러 개의 3상 연구에서 동일한 효과와 유의미성을 입증해야 한다.
나의 처방 패턴이 이런 유행에 부화뇌동 하지는 않은지 잘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하물며 이런 지경인데 임상연구로 입증되지 않은 채 비싸기만 한, 심지어 해로울 수도 있는 수많은 건강보조식품이나 한방혼합약제 등을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환자들이 무엇을 먹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다.


일단 공부 좀 해야겠다.

Do not harm.

환자에게 특별히 도움이 되게 잘 하지는 못할지언정 환자를 나쁘게 하지는 말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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