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산업이 의학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나 의료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합니다. 이제는 진료실에서 약의 선택에 있어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분명 제약 산업이 새로운 신약 개발 통해 생명 연장이 가능하도록 한다거나, 경구용 발기 부전 치료제와 같은 삶의 질을 개선하는 행복한 약물(happy drug)들을 만들고는 있지만, 경제적인 논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항상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세계 2위 제약사인 GSK 1873년 사진 / photo by Origins of Business

의학 연구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제약산업이 진료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의사의 양심적 진료, 자율권을 직/간접적으로 옳아 맬 수 있기에 의료윤리에서는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스페인에서는 의사들이 제약 산업 이런 영향을 차단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No Gracias' 운동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NO Thanks you'란 의미로 제약사의 홍보성 선물, 식사 대접, 금품등을 거절하는 운동이라네요.

이런 움직임은 국제적인 ‘No Free Lunch' 운동의 일환이라고 합니다. 아주 작은 선물이라고 하더라도 약물 선택에 있어 편견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 영향력은 나와는 상관없다고 이야기하고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하더라도 무의식중으로 선택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지난 4개월간 스페인에서 이 운동에 참여하는 의사가 1200명으로 서약서(manifesto)를 준수하겠다고 서명을 했다고 하네요. 이 운동을 주관한 의사들은 이를 통해 의사가 명확한 과학적인 근거(scientific evidence)에 입각해서만 진료를 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시민들의 관심과 제약사와 보건 당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모든 비즈니스에서 홍보를 위해 다양한 증정품이나 런치쇼, 디너를 마련합니다. 때문에 의료에 있어서만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불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반면 제약회사의 이익과는 무관한 환자의 이익을 지켜야하는 의료인으로써 당연히 독립성 유지를 위해 더 투명해져야한다는 주장도 유효합니다.

자본주의에서 의료 역시 진료 중심이 아닌 경영 중심이 되고 있는 마당에 어찌 보면 이런 움직임은 순수하긴 하지만 현실성 없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의학적 근거에 따른 양심적 진료, 자율성을 규제하는 측면에 있어 건강보험 공단의 지급 기준이 더 큰 걸림돌이 되는 실정이기에 이런 제반 문제의 개선 없이 투명성만 강조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 있을 것인가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의료 영역의 복잡한 현실, 특히 국내는 해외와 달리 의료의 역사와 현실이(한의학과의 관계, 의약분업, 다국적 제약회사에 비해 경쟁력 약한 국내 제약업계) 더 복잡하다고 생각되는데요, 이를 쉽게 풀 수 있는 묘책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관계된 모든 기관이나 개인들이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고 서로 신뢰하고 양보한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의료와 의학 발전에 있어 제약 산업을 통해 얻는 긍정적인 면(의학 연구, 교육)을 유지하면서 진료 속 독립성은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먼저 제약 산업의 진료실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 현실성 있는 수가 설정이 시급합니다. 그와 동시에 투명성이 권장되야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큰 틈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제약회사의 마케팅이나 의사의 윤리성만 이야기하는 것은 개선 의지만 꺽을 뿐입니다.


'No Free Lunch' FAQ




Source :
Spanish doctors say "no thank you" to drug industry gifts, BMJ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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