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Food Project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글을 하나 읽었다(http://humanfoodproject.com/please-pass-microbes/). 탄자니아의 하자베(Hadzabe) 부족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들은 전세계에 몇남지 않은 진정한 수렵채집집단으로, 탄자니아 북서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1000명 미만의 소규모 부족이다. 이 부족은 여러모로 독특한데, 주변에 거주하는 다른 부족들과의 유전적 연계성도 상당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코이산 어족과 비슷하지만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최초로 발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탄자니아의 평원에 살아가며 다양한 외부와의 접촉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백여년간 생활방식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인류의 기원을 가장 고스란이 간직하고 있는 집단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여기에 Human Food Project에서 일하고 있는 한 연구원이 이들과 공존하고 있는 미생물군을 채집하고 분석하기 위해 부족을 방문했는데, 주변 환경에 있는 미생물군에 적응하고 획득하기 위한 다양한 행동들을 목격했다고 한다. 부족 사람들은 갓 잡은 사냥감들의 내장을 조리하지 않고 그대로 먹는다고 한다. 또한 이들이 먹는 물의 대부분은 주변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얼룩말이나, 기린, 멧돼지 등이 같이 사용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독특한 것은 동물의 내장에 남아있는 반쯤 소화된 소화물로 손을 ‘씻는’ 행동이었다. 어찌보면 극단적인 형태의 미생물군 교환이라 볼 수 있는 이런 행동들은, 과거 수렵채집시대에 다른 동물들과도 상당한 양의 미생물 교환이 일어났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과연 이런 수많은 미생물들의 도입은 인간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을까.

무엇보다 궁금한 질문은 수렵채집 생활을 청산하고 위생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온 지난 세기, 그리고 멀리는 지난 천여년간 인간의 미생물군은 얼마나 많은 변화를 거쳐왔을까 하는 점이다. 즉 주변에 존재하는 미생물군과의 접점을 잃고, 충분한 다양성을 획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진화하고 있는 인간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저자는 인간이 잃어버린 수많은 미생물군을 아직도 간직하고 유지하고 있는 이런 일부 수렵채집집단들이 어떻게 보면 일종의 노아의 방주 역할을 하지 않을까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한가지 더 재미난 실험을 더 소개하고 있다.(http://www.sciencemag.org/content/341/6150/1241214) 쥐에서 장내미생물군을 이식한 실험이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쌍둥이 쥐에서 한쪽은 비만으로, 한쪽은 보통 체격으로 키워 장내미생물을 추출했다. 그리고 무균상태에서 키워진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은 비만쥐에서 채취한 장내미생물을, 한쪽은 보통 체격의 쥐에서 채취한 미생물을 넣어보았다. 결과는 예상대로 비만쥐의 미생물을 받은 집단은 비만으로, 보통 체격쥐의 미생물을 받은 집단은 보통 체격으로 자라났다. 그리고 이후 이 두 그룹의 쥐를 한데 합쳐 키워보았다. 쥐는 다른 쥐의 똥을 집어 먹는 습성이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미생물군을 지니고 있더라도 한곳에 합쳐 키우다보면 자연스레 미생물군이 섞이게 되리라 예상했다. 결과는 보통 체격 미생물군의 우세였다. 비만쥐의 대변에서는 보통체격 쥐의 미생물들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았지만, 보통체격쥐들에서는 비만쥐에서만 발견되는 미생물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비만쥐들 안에 이 미생물들이 자리잡자 몸무게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이런 연구결과들에서 볼 수 있다시피 후천적으로 획득한 형질이 꼭 쥐의 유전자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이라는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생물들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될 수 있으며, 동시에 이런 형질들이 수평적으로 전파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후생유전학과 함께 형질의 유전과 전파가 꼭 수직적으로만 일어나지는 않으며, 한 생물의 형질이 단순히 그 생물의 유전자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할 수 있겠다. 결국 그 생물을 규정하는 것은 지금처럼 단순히 하나의 종이나 유전적 특성만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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