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런 기사가(http://www.theguardian.com/global-development/2013/dec/11/malaria-deaths-children-under-five-halved-who?CMP=twt_gu)실렸다.
2000년과 2012년 사이, 5세 미만에서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률이 51% 감소했다는 내용이다. 전체 연령 그룹에서는 약 45% 가량이
줄어들었다. 한해 100-200만명의 사람이 말라리아로 사망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수백만명의 목숨을 구한 셈이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정말 세상이 더 나아졌다고 볼 수 있을까? 기사를 읽다보면 말라리아 유행의 기본적인 판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아직도 말라리아가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은 십수년전과 마찬가지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이며, 약물 저항성 말라리아가 가장 처음으로
보고되는 곳은 동남아시아 분쟁 지역이다. 새천년개발목표나 글로벌 펀드를 통해 절대적인 수치는 감소했을지언정 기본적인 판은 그대로라는 이야기다.
이는 지표의 변화가 구조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않음을 드러내주는 좋은 예다.

새천년개발목표 등 다양한 국제 개발 안건들이 상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 개발 안건들에는 비교적 명확한 목표치와 지표가 있다.
말라리아를 타겟으로 하고 있는 MDG 6C를 보면, 2015년까지 말라리아나 기타 주요 질병의 발병률을 역전시킨다는 목표를 주로 하여 5세 미만
아동들에 대한 모기장 배포율, 고열 환자에 대한 항말라리아제 투여 여부 등을 지표로 삼고 있다. 물론 이런 분명한 수치를 목표로 달려가는 것은
지금 구체적인 시행수칙을 가지고 전세계적인 협동을 이끌어내기 좋은 방식이다. 그리고 MDG에 대한 비판도 많이 있지만, 초기 목표치에 대해 적지
않은 성과를 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지표상의 수치가 변화한 것이 꼭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사업 진행으로 연속성 없는 단회성 사업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으며, 애초에 질병에 의한 피해자가 발생하게 된 기본적인 의료시설이
본격적으로 강화되지도 못한 지역이 많다. 말라리아나 특정 질병만을 타겟으로한 의료 기반의 강화가 꼭 지역 사회의 전반적인 건강의 증진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표의 변화를 구조의 변화로 이해하는 것의 가장 큰 맹점은 애초에 문제점이 있게 한 근본적인 원인을 덮어버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말라리아, HIV/AIDS, 결핵, 그리고 각종 소외열대질환들이 계속해서 유행하는 것은 어찌보면 표면으로 드러난 문제점들이다. 그 기저에는 기초
의료의 부재, 국제 사회 내에서의 불평등, 소득의 분배, 빈곤 등이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다. 절대 빈곤선의 감소를 예를들어 빈곤 지역에서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줄었다 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생각해보면 하루 2달러가 하루 4달러로 늘었다해서 불평등 수준에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나기는 힘들 것이다.

다른 고소득지역에서 연간 소득이 한해에 수백 수천달러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상대적 불평등이
이런 지표의 절대적이 수치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인가. 질병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이미 인적 물적 자원의 한계상황에서 운영되고 있는 빈곤지역의
보건체계를 일반적인 건강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지표의 설정으로 몇몇 ‘질병’의 문제로 국한시켜, 이들 특정 질병에 자원을 집중하여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겉으로 보이는 수치가 구조적인 문제를 왜곡 은폐시키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