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linical Perspicacity (임상적으로 촉이 좋은..)
오늘 아침 우연히 읽게된 William Olser 경의 전기를 기술한 종설을 보던 중에 발견한 단어.
JAMA 에 실린 종설이지만, 이건 뭐.. 사용한 어휘들이 의학용어 보다는 철학 용어들이 많아서,
제대로 읽기가 장난이 아니다(물론 내 영어 어휘력이 딸리는 탓도 있다만..).
오슬러경의 능력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기술되어 있는데,
유난히 눈에 들어온 단어가 perspicacity 이다.
원래 뜻은 '명민한 통찰력'이겠지만,
우리 식으로 해석하자면 소위 '임상적으로 촉이 좋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

부끄러운 말이지만, 이런 단어는 난생 처음 봤거든요?

그래서 좀 더 찾아보니.. 으아... 무려 데카르트가 설파한 단어더군요.
그의 주장에 의하면 intelligence 는 크게 두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디다(출처는 Wikipedia):
intelligence = sagacity + perspicacity
sagacity : which enabled reasoning about the details in order to make deductions
perspicacity: which provided an understanding or intuition of distinct detail.

즉, perspicacity 로 통찰을 하고 (영영 사전을 보면 penetration 이란 뜻도 함유하고 있다. 한자로 '통'할 '통'자를 쓴다는 점에서 동서양의 개념이 똑같구나..), sagacity 로 추론을 하는 것이 바로 '지성' 혹은 '지적 능력'이니라..는 말씀.

내 분야에서 예를 들자면,
불명열 환자를 처음 대할 때,
꼼꼼한 병력 청취와 정확한 이학적 검사를 거쳐서 훌륭하게 추리를 해 내야 함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환자가 제공하는 기본적인 단서들을 접하면서 본능적으로 소위 말하는 '감'을 잡는 걸로 시작하곤 한다.
이 '감'이라는 것은 정확도 면에서 처질지는 몰라도, 쌓이는 연륜에 비례해서 적중률이 올라가기는 하거든.
물론, 이 '감'에 너무 의존하면 과학도로서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내면적으로 저항하면서,
진정한 논리 전개의 영역으로 애써 내 자신을 강제로 들여 보낸다.

이 '감'이 바로 penetrating insight, 즉 perspicacity 였구나.
제대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충실히 임하기는 하되,
그 직전에 거의 본능적으로 내게 찾아오는 perspicacity 를
아주 적대시 할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발열 환자를 보면서 '이 분은 ㅇㅇ균이 나올 것 같다'라는 감이 항상 오는데,
의외로 적중률이 꽤 괜찮았던 것도 우연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오슬러 경처럼 신의 경지는 아니니까 신뢰도는 상당히 떨어지겠지만,
이날 이때까지 살아오며 쌓인 내 나름의 경험 축적들이 거짓된 것은 아닐테니까 말이다.

결론은..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자(...응? @.@;).. -- 기승전병...ㅋ

* 출처: JAMA. 1999;282:2252-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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