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영국 유학 시절 보고는 참 웃기다고 생각한 사진이 있었다. 임신 중인 여성이 담배를 피우며 ‘굴삭기 소리 때문에 태아에게 악영향이 갈까 걱정이다’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다. 처음 봤을 때는 뭐 이런 바보 같은 아주머니가 다 있나 그런 생각을 했었고, 사람들과 술 먹으며 우스개로도 이야기를 많이 했었더랬다. 그런데 오래간만에 트위터에서 돌고 돌던 이 사진을 다시 발견했는데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담배가 몸에 해로우며, 태아에게는 특히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너무 보편적이라 사람들이 별로 의문조차 가지지 않는 명제다. 따라서 임신 중 담배를 피우며 소음을 걱정하고 있는 임산부가 일견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사진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이 사진은 사람들이 위험을 어떻게 인지, 평가, 판단하는지, 그리고 행동을 결정하는데 있어 굉장히 다양한 요소가 작용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여기에는 정보 접근에 대한 불평등이 있을 수도 있고, 현재 생활 수준이나 상황에서 먼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담배의 악영향을 우선순위에 두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이 사진을 통해 어리석은 사람의 모습을 평가하기 보다는 어떻게 이해의 차이가 생겨났으며, 그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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