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기생 갑각류 중 가장 귀여운 기생충이라 소개. 기생 갑각류가 대체로 좀 특이하게 생기긴 했지만, 이렇게 귀엽게 생긴 녀석은 또
처음이라. 학명은 Choniomyzon inflatus로 inflatus라는 학명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부풀어난 풍선을 닮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물론 단순히 귀엽기 위해 이런 모습을 택한 것은 아니고 숙주의 알을 흉내낸 것이다. 일본 근해에서 잡히는 부채새우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꽤 많이 먹는 것으로 알고 있다- 를 숙주로 하는 이 기생충은, 다른 모든 기생충들이 그렇듯 독특한 기생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바로 숙주의 알인척
하는 방법이다. 크기나 모양 뿐 아니라 색도 매우 비슷하다. 알을 밴 새우를 관찰하면 알 수 있지만, 상당수의 갑각류들이 알주머니를 배에 달고
다니며 정성스레 보듬어준다. 알주머니에 붙어 있는 이물질을 끊임없이 청소해 내는데, 이 기생충은 알인척하며 이 그루밍 과정을 피해가는 것이다.
그리고 유유히 숙주의 알들에 주둥이를 박아 넣고 하나씩 먹어치워 나간다. 귀엽다고 얕보면 큰일 난다.

이런 탁란(?) 행위는 기생생활에서도 흔히 발견되는데 대표적으로는 뻐꾸기가 있고, 알을 먹어치운다는 맥락에서는 중부 아프리카 탕가니카
호수에 사는 메기 종류가 매우 비슷하다. 이 호수에 사는 메기 중에는 입에 알을 넣어 양육하는 메기종이 있는데, 기생메기는 이 메기가 알더미를
수정시키는 찰나를 틈타 - 물고기는 체내가 아니라 체외 수정을 하므로 - 자신의 알더미를 몰래 섞어 놓고 도망간다.

숙주메기는 아무것도 모른채
기생메기알이 섞여 있는 알더미를 통채로 입에 넣고, 그 안에서 숙주보다 며칠 먼저 태어난 기생메기들이 나머지 알을 모조리 먹어 치운다. 그리고
어미는 아무것도 모른채 기생메기의 새끼들을 돌보아주게 되는 것이다. 마침내 이들이 성장해 자신의 입에서 전혀 다른 종의 새끼들이 튀어나올 때 이
어미는 얼마나 당혹스러울 것인가.

읽을거리 : Wakabayashi, K., Otake, S., Tanaka, Y., & Nagasawa, K. (2013).
Choniomyzon inflatus n. sp.(Crustacea: Copepoda: Nicothoidae) associated with
Ibacus novemdentatus (Crustacea: Decapoda: Scyllaridae) from Japanese waters.
Systematic parasitology 84: 157-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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