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메디케어(코메디닷컴)에서 나온 기사 중 눈길을 끈 제목이 있어 클릭을 했습니다. '환자가 서로 의사정보를 알려주면 안 되나요?'란 제목이었는데요, 그 내용을 보니 코메디닷컴(의료포털) 내부에 있는 병원 평가시스템에 대해 메디컬투데이에서 쓴 글에 대한 반박 기사였습니다. 오보 여부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에서 해결할 문제지만, 환자의 의사와 병원 평가 시스템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할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해외의 의사 평판 시스템



해외에서는 환자들의 의사 평가(평판) 시스템이 활성화되있습니다. 가장 활발한 곳은 미국이며, 영국 및 호주, 캐나다도 이런 평판 시스템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런 정보를 유료로 판매하기도 하는데 유료 사이트 중 가장 유명하고 큰 HealthGrades 에서는 의사 정보당 29달러 두 번째 의사 조회 시에는 9달러를 받고 있으며 미국 증시(나스닥)에 상장되기도 했습니다. 무료 사이트 중에는 RateMDs가 유명한데 565,000 건의 평가와 156,000명의 의사와 치과의사가 등록돼있습니다. 이들 사이트의 방문자는 한 달에 수백만에 달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환자들의 필요와 서비스의 방향이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이들 사이트는 매우 유용합니다.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에 있어 먼저 경험한 사람의 조언을 듣고자 하는 욕구는 인터넷이 보편화된 시대에 있어 당연시 여겨지는 욕구입니다. 의료도 예외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이 없을 때에도 입에서 입으로 평판이 이뤄져 왔는데 인터넷의 확산으로 더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최근의 web 2.0 이라는 키워드와 결합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의료, 건강 영역에 있어 web 2.0을 health 2.0 또는 medicine 2.0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환자들이 알고 싶은 것들은 아주 단순한 것부터 복잡한 것까지 다양합니다. 의사가 예약시간을 지키는가? 의료진 및 직원들은 친절한가? 잘 설명해주는가? 해당 시술은 얼마나 자주 시행하나? 해당 시술의 개별 의사의 성공률은? 처치에 대한 비용은? 학술 활동(논문)은? 등등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이에 대해 특정 사이트에서 조사해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거나, 환자들로 이뤄진 무료 평판 시스템에서 정보를 참고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미국이란 의료시스템이 우리와는 다르기에 이런 변화가 일찍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서 보내주는 리스트 중 병원을 선택해야 하고, 의료비 자체도 우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지요. 최근에는 보험회사에서 자사 보험에 가입돼있는 병원 정보와 의사 정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여담입니다만, 민영화가 의사에게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는 의사나 일반인도 있고 반대로 환자에게도 나쁜 제도라고만 알려져 있기도 한데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같은 환자의 선택권이 높아지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어떤 제도든 장점과 단점이 있을 뿐이죠.





의사 평판시스템을 바라보는 의사의 시각



미국의 의사들은 이런 평판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당연히 기분 좋을 수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의사의 전공과 경력, 시술의 경험 및 성공률 등에 대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하고 환자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은 환자나 의사에게 좋을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만, 환자에 의한 평판에 있어서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람은 어디든 있기 마련이기에, 실제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악평을 하거나, 약이 필요하지 않아서 약을 처방하지 않은 경우임에도 약을 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는 등 부당한 평판이 있고 그로 인해 의료진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AMA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특히 익명이 보장되니 인신 공격성 평판이 있을 수 있고, 그 평가가 항상 참고할만하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게다가 의료진은 환자 정보를 웹에 공개할 수 없으므로 적절한 해명의 기회를 보장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불평등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평판 시스템 마다 부당한 평판에 대한 이의제기를 받아들이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어뷰징을 방지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갖추고 있기는 합니다만, 의사로써는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죠. 반면 이런 평판 시스템 속에서 행복한 의사들도 생겨난 것도 사실입니다. 산부인과 의사인 Dr. Berger는 앞서 설명한 RateMDs 에서 높은 평판을 받으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시스템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일부 문제점을 개선한다면 의료진에게도 나쁘지 않은, 때로는 좋은 시스템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케팅 측면뿐 아니라 의사 환자 관계에 있어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병원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환자의 순응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사 평판 시스템의 국내 적용



안타깝게도 국내에 적용하기에는 이른 면이 있습니다. 의료 소비자의 혁명의 시대라고 하는 요즘이지만, 국내 대다수의 국민들은 의료에 대한 관심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이런 의료 시스템의 변화가 소비자의 욕구로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이런 욕구 자체가 매우 낮습니다. 앞으로 EHR, PHR 시스템과 해외 유수의 사이트들이 국내에 들어와 의료 포털을 형성하게 되면 이런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적도 있었습니다만, 의사나 환자나 큰 관심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코메디닷컴의 이런 시도는 의미가 큽니다. 그러나 참여가 저조하고, 이런 평판 시스템에서 참여자가 적다는 것은 신뢰를 보장할 수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적절한 아니 최소한의 평가라고 할만한 참여자가 있는 정보만 부분적으로 공개했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면도 있기는 합니다만, 그렇다면 계속 유명무실해졌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운영에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한 명의 평가자로 이뤄진 것을 실제로 도움되는 정보라고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그 평가가 좋지 않았다면 해당 병원이나 의사의 기분은 좋지 않았을 겁니다.



참여자 수의 문제뿐만 아니라 일부 평을 보면 의료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적절한 평가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평판이 그대로 남아있고, 이의 제기가 불가능한 구조를 가졌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무료사이트지만 RateMDs에서도 합당한 이의제기를 받아들이고 해당 평가를 삭제하는 기준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은 보완해야할 것 같습니다. 혹시 있었는데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왕 제대로 된 의료 포털을 꿈꾸기 위해서는 의료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야 하고 적절한 평가를 위한 교육도 병행되야할 것입니다. 이는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Reviewer등 동참하는 의사들과의 포털 이용자의 소통 증대로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WebMD를 보면 기사마다 관심있는 독자들과 별도 게시판에서 대화를 나누는 리뷰어의 모습을 종종 보는데 그런 시스템이 좋아보이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우리 현실에서는 의사 리뷰어를 고용하기 힘들고, 그런 역할에 대해 모델이 될 만한 사례가 없어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평판 시스템에 이용자의 저조한 참여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이벤트가 오해를 불러 일으킨 해프닝 같습니다만,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미국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최근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추후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이런 사이트가 불법은 아닙니다만, 때로는 평판에 만족하지 못해 명예훼손 등으로 소송이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어떤 형태든 환자에게 의료진의 능력에 대한 정보가 넘어가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민감한 정보(평판)에 대해서는 해당 의료진에게 연락 되야 하고 평판이 아닌 객관적 사실에 있어 잘못된 것이 있는지 공개되기 전에 수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는 보장 되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스템의 효율성을 보장하면서 안전장치를 고려해야할 부분이죠.



해외에서는 환자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평판에 가담해주길 요구하는 일도 흔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병원을 홍보할 수 있고 환자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변화도 될 수 있겠지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의료제공자나 의료 소비자나 이런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높게 가지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Source : How patients rate doctors - BMJ, 2008; 337:a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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