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


작가 고마츠 사쿄
출판 폴라북스
발매 201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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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도 어쩔 수 없는 배달민족이라, 왜놈들에 대한 전반적인 감정이 그리 좋지는 않다.
그런데, 왜놈들은 특유의 오다쿠 문화가 배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느 한 분야에 '한 놈만 패' 정신에 충실히 임하여 조낸 파고 또 파는게 남달라서 그런가?

결국은 뭔가 말도 안되게 엄청난 성취를 이루어내는 사례들을 만나다보면 애증이 교차하는 양가 감정을 종종 느끼게 된다.

뭐, 흔히들 말하는 '머리와 가슴으로는 반일, 허리 아래는 친일'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디즈니나 드림 웍스와 충분히 맞짱 뜰 수 있는 재패니메이션의 위력,

이미 유럽은 다 석권한 일본 만화,

세기말에 연수차 갔던 미국에서 초등생들을 완전히 지배하던 포케몬 문화..

벌써 10여년도 더 지났으니, 당시 일본 문화에 사로잡혔던 미국 초딩들이

지금은 가장 젊고 활발한 미국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있을 것 아닌가?

그들이 미국 사회내에서의 또다른 친일파(?)로 성장해 있겠지?

문화 뿐 아니라 과학 방면은 또 어떤가?

수도 없이 받은 노벨상도 그렇고, 최근 pleuripotent stem cell 을 쉽게 만드는 법을 Nature 에 실은
미모의 30대 여성 과학자는 차치하고라도 (솔직히 난 이것은 fraud 라고 의심하고 있다만..)

당장 내가 임하는 쪽의 일부 분야만 국한해 봐도 그렇다.

지금까지 규명된 Cytokine 의 과반수 이상이 일본 과학자들에 의해 발굴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말이지..

이 작품을 감명깊게 읽으면서도 계속 들었던 의문은 다음과 같다:
'오다쿠'라는 용어의 어원 그대로, 집에 틀어박혀서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한 가지 주제에만 천착하는 셋팅이라면
그에게 주어진 물리적인 공간은 협소할 뿐인데, 어이하여 그가 만들어내는 작품 내면의 스케일은 이리도 크고 넓을까?

분명 아서 클락의 'Childhood's end' 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은 티가 나지만 아시아권에서, 그것도 1966년에  이렇게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 넘는 큰 규모로 이야기를 엮어내었다는 건 범상치 않은 성취물임엔 틀림 없다.

본 작가는 이 작품 이후에 '일본침몰'로 크게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현재 일본 SF 의 역대 최고 작품 1위는 바로 이 작품이 꼽히고 있다.

60년대 중반에 나온 작품이라, 읽다보면 약간 촌스러움(?)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 당시에 이미 이런 작품이 튀어 나왔다는 일본 SF 계의 저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사족) 이런 시각으로 왜국의 영화, 애니, 소설 등의 여러 작품들을 보다보면
얘네들은 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를 할 생각이 추호도 없는지 어렴풋이 짚히긴 한다.

이 녀석들은 생각을 하는 양상이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끝없이 사유하거나(하루키 같이...)

아니면 현실을 외면하고 무한한 미래나 이 세상 위의 meta 세상(공각기동대, 파프리카..)만을 바라본다.

과거를 돌이켜봐야 최근 100년은 가볍게 무시하고, 에도시대에 주로 집착한다.

설사 근대를 돌이켜 본다 해도 개항 직후 료마, 후쿠자와 유키치 등의 개화 시절, 딱 거기까지만 본다.

그 이후에 우리나라와 중국에 한 짓들은 까맣게 skip 하고 말이지..

한마디로 자신들을 cosmopolitans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질감이 없기 때문에 그들의 작품들은 서구에서 잘 먹히는 게 아닌가 한다.
과거는 고의건 아니건 절대 되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내일만을 보는, 그런 성향 말이지..

이게 어쩌면 가해자들의 공통된 성향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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