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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인구 급감-영할머니를 떠나보내며
  • 아침에 들은 슬픈 소식

내 환자중 최고령 할머니이신 영할머니(가명, 94세)께서 몇 일전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였다. 할머니는 실제 나이는 주민등록증 나이보다도 훨씬 많으셨는데 정확히 본인도 기억하시지 못하셨다.

하지만, 항상 정정한 모습으로 진료실에 들어오셔서 내가 '70세도 안되보이신다'는 농을 건네면 할머니는 수줍게 웃으시며 며느리 나이가 70이라고 하셨드랬다. 얼굴은 시골분 같이 않게 희고 이마에 점이 하나 있으시며 넉넉한 웃음을 가져서 볼 때마다 '보살'같다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할머니는 독실한 불교 신자셨다.)

그러던 할머니께서 얼마전 속이 불편하다고 말씀하셔서 사위가 시골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대도시로 옮기신 후 잠깐 외출한 사이 정신을 잃으시고 병원에 도착하시자 얼마 후 돌아가셨다고 한다.

가족분들은 워낙 고령이신데 건강하게 사시다가 고생하시지 않고 편안히 돌아가셨기에 호상이라고 했지만, 그 소식을 들은 주치의였던 나로써는 맘이 무척 아팠다. 마지막으로 내원하셨던 진료 기록지를 보니 혹시 오시기 힘드시면 방문하겠다는 이야기와 할머니께서 고사한 이야기, 그리고 힘들면 인편이라도 보내시라고 적은 이야기들이 적혀있었다.

이 소식을 전해준 분은 영할머니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주할머니(가명, 90세). 80가구 정도 모여 사는 시골 중에서는 비교적 큰 마을에 사시는데 동네 사람들과 '다음 차례는 나로구나' 농담하시며 왔다고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앞으로 30년은 더 건강하게 사실겁니다'라고 말을 건네자 '원장님, 늙어서 힘들게 살면 그게 욕보는 기요'라며 자리를 일어나셨다.

이렇게 혼자 사시던 노인분들이 돌아가시면 그 집은 계속 빈집으로 남게된다. 새로 이사오는 사람은 없으니 당연하고 지나다 보면 흉물스럽게 변한 빈집이 곳곳에 보인다.


  • 농촌 인구의 격감

내가 근무하는 진료실에 5년간 고혈압으로 등록된 분들은 500분정도 된다. 그러나 현재 약을 가져가시는 분들은 200명 조금 안된다.



<외래 추적관찰 중 추적 실패한 분들에 대한 Kaplan-meier survival 분석>

처음 발령을 받고 나서 이 분들이 어디로 가셨는지 조사를 해본 적이 있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듯, 논문을 작성하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건소의 이용행태에 대해 논문을 작성해볼 욕심도 있었던 것이였다.

하지만 자료를 조사할 수록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 500분중 돌아가신 분들이 150여명 되셨고 100여분은 시골을 떠나 대도시로 (아마 자녀분 계신 곳) 이사를 갔으며 나머지 50여명 정도는 이 곳에더 질병을 다스릴 수 없어 큰 병원으로 이송한 경우였다.

내가 있는 시골은 시골이 아니라고 할 만큼 비교적 큰 곳이다. 하지만 해마다 인구는 줄고 있다. 그나마 이 곳을 지키며 작은 농사를 하며 자식들에게 가을에 쌀이나 콩, 양파, 감자를 보내는 낙으로 사시는 노인분들이 대부분이고 젊은 사람은 적다. 이 들을 생각하면 한미 FTA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관련된 "농촌 노인들 : 진통제를 먹으며 일할 수 밖에 없는 현실"글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아이들은 매우 귀하다. 학교는 학생 수를 채우지 못해서 통합되고 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한 학교로 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이 아이들이 있는 것도 상당 수가 부모가 생업으로 키우기 힘들다며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긴 경우다.


  • 인구 감소는 지역 경제의 쇄퇴때문

예전 농업이 주 산업일 때엔 농촌에 아이들이 넘쳐났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산업화가 되면서 대도시로 인구의 이동이 있게 되었고 남겨진 사람들은 농사 이외에는 할 것이 없는 지금의 노인들이다.

FTA로 피해를 입게 된 경우 보상을 해주겠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것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 설령 지금의 노인들이 보상을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뿐일 뿐, 이 곳에 살 사람 더이상 없게 되는 것이다.

지방자치제로 살림을 자력으로 꾸리는 곳도 많지만, 대부분 지방의 중소 도시는 중앙 정부의 지원 없이는 살기 힘들다. 나름대로 지역의 농산물의 브랜드화와 관광지 개발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으나 아직 경제적으로나 주민 관심이나 부족한 것이 많다.


  • 작은 관심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아직 대한 민국 구석 구석에는 두고 두고 보존할 만한 우리 옛 삶의 모습이 남아있다. 애인과 국내 여행을 계획한다던지, 아이들과 체험 학습을 해본다든지 하는 것은 작은 실천이다.

더 나아가 많은 기업이 쾌적환 환경에서의 근무 조건을 제공하며 지방으로 이전을 했으면 좋겠다. 특히 IT 업이라면 각박한 대도시에서 매연이 가득한 출퇴근을 하는 것 보다는 좋은 공기와 쾌적한 근무 여건, 넓은 주차장을 가진 지방에서 근무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니 삶을 마감한 영할머니 이야기부터 인구가 줄어드는 농촌 이야기까지 번지게 되었다.
영할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글을 마친다.

"할머니 하늘에서도 항상 웃으시며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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