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TV에서 아무렇지 않게 혈액형 성격이 어쩌고 얘기하는 걸 듣고 간만에 각성 수준이 높아져서 써보자면

혈액형으로 사람 구분짓는 거나 인종, 출신 지역에 따라 사람 구분짓는거나
근거 없고 부정확한 편견/고정관념에 기초해서 타인을 마구 단정짓는다는 점에서
사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입니다. 둘다 엄청난 '폭력'이라는 것이지요.

근데 전자는 '굿즈' 까지 나와서 널리 팔리고..
방송이나 생활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되고 (....)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어 보입니다.

나치 독일은 20세기 초 카를 란트슈타이너가 고안한 ABO식 혈액형 이론을 우생학적으로 악용하여 피의 형질에 따라 인간의 기질이 결정된다는 연구를 진행했다. 1927년 후루카와 다케지가 이 이론을 일본 제국에 알려 준 뒤 일본에서는 한시적으로 혈액형 붐이 일어났다. 1970년 방송 프로듀서인 노미 마사히코가 쓴 혈액형 성격설에 관한 책이 인기를 끌자 그 이론은 다시 부활했고, 이후 대한민국 등에 전파되었다. 혈액형 성격설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으며, 혈액형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도 차별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1. '그냥 재미' 라는 우호적 차별


그냥 '재미'라고 쉽게 넘기지만 혈액형성격론처럼
실은 인간을 엄청 구분짓고 차별하는 기능을 하는 걸 '우호적 차별'이라 합니다.
때로는 이런 우호적 차별들이 공격적인 차별보다 더 위험하다는 연구들도 있었어요.
거부감 없이 쉽게 파고들기 때문.

'어디 출신 애들은 이렇대~ 여성/남성은 이렇게 다르대'류의 수 많은 가십 거리들,
웃기지만 알고보면 인종, 지역, 성차별적인 농담들도 그 예가 됩니다.

이런 우호적 차별은 심지어 차별의 '피해자'인 사람들도 대수롭지 않게,
저항할 새도 없이 차별적 내용에 순응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점에서도 위험합니다.
겉으로 봤을 때는 그닥 해로워 보이지 않거든요.

어떤 식으로든 인간을 구분짓는 '재미로 하는 이야기'들을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이것들입니다.

우호적 차별들은 한번 널리 퍼지고 나면 만약 불편하다고 이야기 해도
'그냥 재미로' 이야기 하는 건데 뭘 발끈하며 과민반응하냐는
되려 당당한 반응들이 돌아오기 마련이라 더 대응하기 어려워지기도 하고요.


2. 주관적인 '내 느낌'을 근거로 삼는 오만함


또 혈액형 성격론이 틀렸다는 이야기를 해도
'근데 내가 느끼기엔 정말 맞는 거 같아'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저는 인종, 지역, 성차별 하는 사람들도
'근데 내가 느끼기에 걔들은 정말 열등한 거 같아'라고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불확실하고 주관적인 '내 느낌'만을 근거로 타인을 단정지으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상하고 오만한 일이 아닐까요.

늦은 새해 소망이라면..
방송에서든 일상에서든 거리낌없이 혈액형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좀 줄었으면,
사람들을 단정짓고 구분지으려는 시도들이 좀 줄었으면 합니다.
결국 다 우리 자신에게 돌아오는 거니까요.



3. 기타 사실들

+ 참고로 한 연구에 의하면 혈액형에 따른 성격 차이는 나타나지 않으나
혈액형 성격론을 '강하게 믿는' 사람들은 '나는 A형이니까, B형이니까 이렇다고'라며
그런 행동들을 합리화하고 강화하며 진짜 그런 사람이 될 가능성
(스스로의 정체성을 혈액형 성격론의 틀에 맞춰 형성하고 그런 행동들을 더 많이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재미'로 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사이에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있진 않나요?



+ 또 연구에 의하면 사람의 성격은 무슨무슨 '타입'으로 딱 잘라서 나뉘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들을 이거 아님 저거로 '흑백으로 이분화'해서 나누고 싶은 욕망은 우리 안에 강하게 자리하고 있지요

참고: MBTI의 에러 http://jinpark.egloos.com/1256678, 편가르기 http://jinpark.egloos.com/1308087
출처:혈액형성격론이라는 인간 구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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