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까지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다양한 소수자의 삶을 만나고 보아왔다.  한국사회의 일반인식의 틀 안에서 안주하기를 거부하거나 안주할 수 없는 사람들, 또는 외부에서 그 틀안으로 들어와 거주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삶은 무척 순탄치 않았다.  그 순탄치 않음을 바라보아야 하는 사람의 시선은 그리 편하지 않다.  그리고 한국이라는 사회는 그들의 존재와 삶이 많이 알려지고 이해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힘들며 불행을 강요하는 곳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은 그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차별을 강요하며, 제도는 그런 그들의 불행을 해소시켜주기엔 너무도 굼뜨고 소심하다.  인간의 보편을 이야기하기엔 너무도 많은 헛점들이 존재하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또다른 소수자들을 만나야 한다.  바로 난민이라 불리는 외부인들이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저자들을 소개하는 책의 날개들만 읽고서도 답답함이 밀려왔다.

 곳곳에 소개되는 난민에 대한 이러저러한 정보들은 구체적이면서도 답답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내용들이었다.  한국이라는 사회가 포용력있는 사회라면 나의 답답함은 조금 줄어들었을까?  어쩌다 이런 척박한 나라까지 흘러들어와 온갖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은 아마도 내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욤비는 한국으로 들어온 난민들 중에 운이 좋은 케이스라 스스로도 말하지만 책의 내용대로 이미 그는 한국사회에서 머무르는 소수자들이 겪을 수 있는 고생이란 고생은 거의 겪어보고, 부실하고 냉담한 제도의 폐해도 충분히 겪은 후였다.  이 책의 내용을 보편적으로 풀어보자면, 한국사회에서 소수민이 겪는 고통과 소외, 그리고 그런 그들을 돕고 그들을 적대시하는 내부의 인식과 제도들과 함께 싸워주는 이들에 대한 작은 기록이기도 하다.

난민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이 국가주의의 폐해를 인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콩고의 독재체제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권거래 등등의 사이에서 저항하다 가까스로 탈출하여 난민이 된 욤비의 경우는 국가주의로 표현되는 한정된 영토안에서의 권력은 정의롭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를 억압해도 될 만큼 정당한 존재인가 하는 익숙한 고민을 자아낸다.  동시에, 그런 핍박을 피해 도착한 욤비가 마주한 한국이라는 국가는 그를 아무렇지 않게 거부하거나 그를 받아들이는데 소극적이어도 될 만큼 한 인간에 대해 폭력적이어도 되는가 하는 고민역시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동시에 국가라는 테두리 또는 지형적 특성으로 그려지는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사회의 인식은 과연 인간적인가 하는 고민은 또다른 시선에서 해 보게 된다. 그렇다면, 국가라는 권력과 지협적 사회인식이 이루는 어떤 조합에서는 난민이라는 핍박에 의해 유랑을 강요당하는 인간에 대해 매우 가혹한 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도달할 수 있는데, 한국이라는 국가사회는 그런 가혹한 환경 중 하나임은 욤비를 통해 증명된 바나 다름없고, 따라서 위에서 말한 답답증은 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는 기분으로 남게 된다.  한국사회 안에서 자의식이 있는 개인이라면 어쩔 수 없이 느끼는 기분일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생각해야 하는 소수자의 범위는 이제 좀 더 넓어졌다.  그리고 난민이라는, 우리사회에서의 새로운 소수자의 개념은 우리가 알고 인식해야만 하는 대상이 되었다.  사실 사유를 할 줄 안다면, 성정체성적 소수자들을 통해서는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종에서 그들의 존재가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워나갈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을 통해서는 자본의 흐름에 따른 국가별 부의 차이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과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가를 이해하려 할 것이다.  경제적 약자들을 통해서는 한 사회내에서의 부의 차별적 분배가 인간의 삶과 사회구조를 어떻게 변화시켜가는 것인가를 배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난민이라는 소수자들을 통해, 국가주의의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인간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일 뿐이라는 단순한 결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겠지만, 끊임없이 각인되는 인식의 틀과 경계지음의 습관은 우리를 사유하고 공부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드는 셈이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부분이지 않을까.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엔 이후의 욤비의 삶과, 욤비 이후의 한국사회에 거주하는 난민들의 삶이 궁금해진다.  욤비는 고난했지만 긍정적인 삶을 이어나가려 한다.  욤비 이후의 난민들은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팍팍한 제도에 가로막혀 고난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국가라는 틀에 의해 인간의 삶과 존엄은 언제까지 무시당하고 핍박을 당해야 하는 것일까?  난민이라 불리는 이들이 소수자들의 하나라는 이유로 한국사회에서 상처받는 일이 점점 줄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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