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숲 속 연가시와 귀뚜라미의 생태적 의미를 살펴본 흥미로운 논문이 나왔다. 일본 나라현 토츠강 유역은 1912-1916년 대규모 벌목이 이루어져 대부분의 나무들이 벌채 당했다. 이후 순환림이 조성되어 주기적으로 벌목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지역에 따른 숲의 수령이 다르기 때문에 숲의 생태가 재생되는 과정 등을 관찰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 연구팀은 여기서 연가시가 생태계의 순환과 복원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했다.

연구진이 다른 무엇보다도 기생충인 연가시와 생태계의 상관관계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연가시가 가진 숙주조종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귀뚜라미 등에서 성장기를 거쳐 성충이 된 연가시는 감염된 곤충이 산란처인 물에 빠져 죽기 쉽게끔 만든다. 때문에 기생충이 없었다면 이루어지기 힘든 뭍과 물 사이의 에너지 전달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연가시에 감염된 곤충은 물에 빠져 죽을 확률이 감염되지 않은 곤충에 비해 20여배나 높고, 지역과 종에 따라 민물고기 집단이 섭취하는 열량의 60%가 이렇게 직접 ‘배달’되어 오는 곤충에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Sato, Takuya, et al. “Nematomorph parasites drive energy flow through a riparian ecosystem.” Ecology 92.1 (2011): 201-207.)


이렇듯 연가시는 숲 내부의 생태계 흐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연구에 따르면 기생충의 개체수가 회복 되는 속도는 숙주인 곤충보다 훨씬 느렸다고 한다. 보통 숲이 벌목된 상태에서 숙주인 귀뚜라미가 이전의 개체수를 회복하는데는 약 30여년이 걸렸는데, 연가시의 경우에는 50년이 걸렸다. 연가시의 개체수 회복 속도가 느렸던데는 여러 단계의 생활사를 거치기 때문에 각각의 단계가 모두 회복되어 재적응하는데까지 시간이 더 걸렸다는 추측이 있지만, 어쨋든 그만큼 기생충이 생태계와 서식처의 파괴에 오히려 그 숙주보다 더 민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얼핏 생각하면 이제 막 다시 재생을 시작하고 있는 숲 속에 기생충 따위는 없는 것이 낫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태계의 복원이란 눈에 보이는 몇몇 종들의 - 특히 경제적 가치가 있는 - 개체수 증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생태계의 온전한 복원은 다양성의 회복을 의미하며, 기생충은 그 생태적 다양성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또한 최근의 연구들을 보면 기생충의 다양성이 높은 생태계일수록 질병이나 외부적 압력에 더 잘 적응하고 버태낼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나저나 이런 장기 연구 부럽다.

참고문헌: Sato, T., Watanabe, K., Fukushima, K., & Tokuchi, N. (2014). Parasites and forest chronosequence: Long-term recovery of nematomorph parasites after clear-cut logging. Forest Ecology and Management, 314: 166-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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