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국 내 광절열두조충 발견 소식으로(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02/25/0200000000AKR20140225101900017.HTML) 기생충이 실시간 검색어 10위 안에 올라가고, 트위터 페북 할거 없이 관련 기사를 전해 주시는 분들로 들썩였다. 오래간만에 기생충이 관심을 좀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광절열두조충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광절열두조충은 흔히 물고기 촌충으로도 많이 불리는데, 소촌충이나 돼지촌충을 거의 발견하기 힘들어진 고소득지역에서도 심심찮게 감염례가 보고되는 녀석이다. 이 녀석은 숙주 특이도가 낮은 것이 특징인데, 이 때문에 개, 고양이, 곰, 사람 등 물고기를 먹는 잡식/육식 동물들을 가리지 않고 감염시킨다. 지금도 심심찮게 발견되는 것은 이런 특징 때문도 한 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녀석은 날 생선을 많이 먹는 지역에서 감염례가 많이 보고되는데, 지역적 분포는 전세계에 걸쳐있다.

광절열두조충은 Diphyllobothrium 속에 속하는 13종의 촌충을 뭉뚱그려 이야기 하는데, 외형상으로 각각의 종류를 분류하기 쉽지 않아 종까지는 잘 분류하지 않고 있다. 제일 흔하게 발견되는 것은 D. dendriticum과 D. latum으로 스칸디나비아에서 발트해, 러시아 서부, 동북아시아에서는 D. latum이 흔하나, 세계적으로는 D. dendriticum이 더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절열두조충 경우 2차대전 이전에는 북미 지역에서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오대호 근처로 뱃속에 촌충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많이 이주하면서 유입되어 이후 유행지역이 되었다. 이에 대한 글은 로버트 데소위츠의 ‘뉴기니 촌충과 유대인 할머니(New Guinea Tapeworm and Jewish Grandmother)’라는 책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광절열두조충도 비교적 복잡한 생활사를 거친다. 성충에서 숙주의 대변을 통해 배출된 알은 물에서 부화하고, 1차 유충이 갑각류에 잡아 먹힌다. 일차 중간숙주인 갑각류 안에 들어간 유충은 갑각류의 장을 뚫고 들어가 체강에 들어가 성장하며, 숙주인 갑각류가 이차 중간숙주인 물고기에 잡아 먹힐 때까지 기다린다. 물고기 안에 들어가는데 성공한 유충은 마찬가지로 장벽을 뚫고 근육 내에 자리 잡고 최종숙주인 포유동물들에 잡아먹히기를 기다린다. 최종 숙주 안에 들어가면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 하는데, 약 7-14일 정도면 알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광절열두조충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 내에서 가장 길게 자라나는 촌충으로, 성인의 장내에서 일반적으로 10m 정도까지 자라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문헌상 남아있는 가장 긴 광절열두조충의 길이는 18m이며, 일본 도쿄에 소재한 메구로 기생충 박물관에 가면 길이 8.8m의 박제된 촌충을 만나 볼 수 있다. 광절열두조충은 다른 촌충과 달리 한 숙주 내에 여러마리가 함께 생활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 사람 안에서 총 연장길이 330m의 촌충들이 배출된 예도 있다고 한다.(출처: Manson’s Tropical Diseases). 그 긴 길이 때문에 하루 1,000,000개 이상의 알을 배출 할 수 있다. 기사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3.5m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에 속하지만, 13세 아동에서 배출된것을 고려하면 비교적 이례적인 사례로 볼 수 있겠다.

그 큰 크기에 비해 광절열두조충은 거의 아무 증상도 일으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별 다른 증상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가벼운 복통, 메스꺼움, 약간의 피로감 정도만 나타난다. 과거에는 광절열두조충의 특징인 비타민 B12(적혈구 생산에 관여)의 갈취로 인한 악성 빈혈을 일으키는 환자들이 많았으나 - 때문에 과거 감염률이 높았던 북유럽(핀란드)의 빈혈 환자 수가 매우 높았다 -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영양상태가 양호하기 때문에 B12 결핍으로 인한 악성 빈혈의 발병은 거의 보고되지 않고 있다. 또 B12 결핍이 오더라도 촌충을 제거하면 즉시 상태가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면 크기에 비하면 매우 얌전한 녀석이다.

기사 말미에 ‘처방 없이 시중에서 구입하는 기생충 약으로는 광절열두조충 같은 조충류(촌충) 기생충을 제거하지 못해 정기적인 분변검사가 필수’라는 이야기가 있어 ‘치료제가 없다’는 식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알벤다졸은 촌충류에는 효과가 낮은 편이지만, 흡충이나 촌충류에 주로 사용되는 프라지콴탈은 국내에서 생산도 되고 있고 분변검사를 통한 진단 후 처방전이 있으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프라지콴탈은 일회 투여로도 충분히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약품이다. 감염 경로 부분에 있어서는 지역적인 차이가 커서 추가적인 역학조사가 필요할테지만, 국내에서는 주요 감염원으로 추측되는 연어와 송어의 값이 매우 비싸서 수거해 검사하는 비용이 만만찮아 연구가 쉽지 않다는 슬픈 한계가. 연어의 경우에는 대체로 냉동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 영하 10도 미만에서 48시간 이상 노출시 유충 사멸 - 송어를 통한 감염이 더 많지 않은가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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