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관련 기사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 있었는데, 기생충 감염에 대한 사회의 반응을 사회의 의료화(medicalization of society) 측면에서 접근해보면 흥미롭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국에서 간흡충을 제외한 나머지 기생충 감염은 매우 드문 감염성 질환이다. 제작년 진행된 8차 전국 장내기생충 감염통계를 보면 간흡충을 제외한 양성률은 0.4%에서 0.01% 미만으로 집계 되었다. 감염률과 감염량이 이정도로 낮은 상황이라면 기생충으로 인한 증상보다 광범위한 구충제 사용에 의한 부작용에 더 큰 우려를 나타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생충 감염은 사람들에게 실재하는 위험으로 인지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위험성이 과장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기생충 감염에서 기생충 감염량(체내 기생충의 총 숫자)이 높지 않은 이상은 대체로 특이할만한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으며, 현재 일부 고위험 지역을 제외하고는 실제적인 감염 위험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습관처럼 구충제를 복용하는 상황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는 단순히 기생충이 매체에서 자극적인 주제로 소비되기 좋다거나, 사람들의 전반적인 인식 수준이 낮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한 구충제의 효능에 대한 맹신도 그렇다. 종합구충제라는 이름으로 약국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시중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분류의 구충제는 플루벤다졸이나 알벤다졸 성분으로, 구충, 편충, 회충 등에는 효과가 있지만 현재 더 높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는 촌충, 흡충에는 효과가 없다.

한국에서는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기생충관리예방법을 통해 집중적인 투약 및 관리사업을 계속해왔고, 덕분에 큰 성공도 거두었지만, 지금은 이런 강력한 의료의 개입이 있었던 역사적 맥락에 현재의 과장된 위험성을 더해 ‘과도한 의료화’가 유지되고 사례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HIV를 통한 성의 의료화, ADHD 등 정신과 질환의 의료화 등이 의료의 비중이 커지면서 본래 사회 문화 윤리적 문제이던 것이 의료의 문제로 넘어온 예라면, 기생충 질환의 경우에는 반대로 의료의 문제이던 것이 지금은 그 위험성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예가 아닐까. 뭐 그런 뜬금 없는 생각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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