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질을 많이 해서 머릿니가 옮는다(http://www.independent.co.uk/news/world/americas/could-selfies-be-contributing-to-head-lice-among-teens-9151317.html)는 기사가 여기저기 실렸는데. 인디펜던트 기사 말미에도 적혀있지만, 사실 전체적인 감염률에 영향을 줄 정도의 행동 변화는 아닐 것 같고 클리닉 홍보용 노이즈 마케팅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물론 셀카를 찍으면서 머리를 접촉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낮게나마 있겠지만, 머릿니가 주로 유행하는 나이가 대체로 4-12세 사이. 이 나이대에서 셀카를 찍을만한 스마트폰을 지니고 다니는 인구가 그렇게 많을 것 같지도 않고, 셀카를 찍는 아주 짧은 접촉으로 머릿니가 손쉽게 감염되기도 쉽지 않을테고. 어쨋든 재미있는 아이디어기는 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국내에서 번역되어 나온 기사를 보면(http://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40225601031), 그리고 머릿니 관련된 다른 기사들을 보면 위생 문제를 언급하거나 ‘후진국병’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머릿니는 사실 직접적인 접촉에 의해 감염되는 질환이라 사실 개인 위생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머리를 매일매일 감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감염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몇몇 연구들을 살펴보면 모발이 약간 가늘고, 기름기가 적은 머리카락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있으므로 오히려 머리를 자주 감아 깨끗한 곳에 더 쉽게 기생할 수 있을 수도 있고.

후진국형 질환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한국에서 70-80년대를 거치며 머릿니 감염률이 크게 줄어들어 경제성장과 머릿니 감염률이 반비례 한다는 생각에 기반한 듯 한데, 이는 인과관계를 잘못 본 것이다. 시대에 따른 유병률 변화 추이를 보면, 세계적으로는 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머릿니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90년대 중후반부터 대도시를 중심으로 빈대 출현빈도가 잦아지는 것과 비슷하게 머릿니의 점진적인 증가도 하나의 요인으로 명료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이 크게 높아진 것, 보편적 교육의 확대로 주 감염 대상인 오랜 시간을 한 공간에서 보내게 된 것, 인구 이동의 증가 등의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별 감염률 데이터만 보더라도 경제 수준과 머릿니 사이에는 큰 연관성이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초등학교 내 연간 머릿니 유병률이 37.4%에 달하고, 프랑스, 독일, 덴마크의 경우 검사 시점에서 감염률이 각각 14.4%, 8.9%, 3.3%였다. 다른 지역의 경우 데이터가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코트디부아르의 감염률은 18.5%, 아르헨티나의 경우 61.4%였다.(2003-2007 기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근무하면서 머릿니 감염례는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모발이나 생활 환경, 인구 밀도 등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국내에서도 2010년 기준으로 유병률이 약 4.7% 정도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지역적, 집단별(국내에서도 보육원의 경우 감염률이 66.7%) 차이가 매우 큰 것이 특징인지라 정확한 경향성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도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보는 듯 하다.

결론: 후진국 따지는거 후져보인다.

참고문헌:
Oh, Jeong-Min, et al. “Prevalence of pediculosis capitis among Korean children.” Parasitology research 107.6 (2010): 1415-1419.
Harris J, Crawshaw JG, Millership S. Incidence and prevalence of head lice in a district health authority area. Commun Dis Public Health. 2003;6:246-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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