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반농담처럼 “유기농 때문에 기생충학이 먹고 살만해졌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유기농 식품에 의한 기생충 감염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본 논문은 별로 없었다. 이번달 한국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는 재미난 논문 두개가 나왔는데, 첫번째는 살충제와 돼지회충의 -돼지회충은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 생존률을 살펴본 논문이다. 살충제가 돼지회충알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 위해 널리 쓰이는 5가지 살충제를 희석시킨 용액에 6주간 넣어 두었다. 그리고 알의 생존률과 성장 속도를 측정해 보았는데, 일반 식염수에 있었던 알은 6주 후 90%가 생존, 살충제에 넣어둔 알들은 75-85%만이 생존했다. 또 알 내부의 성장속도를 비교해 보았더니 식염수에서는 6주 후 73%가 알 안에 유충이 성장했으나, 살충제에 넣어둔 것들은 36-54% 가량에 불과했다.

즉 다량의 살충제가 살포된 지역에 있는 기생충알은 상대적으로 생존성이나 감염력이 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사람 기생충들이 충분히 전파될 수 있는 감염 사이클이 생길만한 감염자가 존재하지 않으며, 감염 경로도 매우 제한적이라 살충제 사용에 의해 기생충 감염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생기기는 힘들겠지만, 유기농 식품에 있는 기생충들이 더 건강(!)하다고 볼 수 있겠다.(Effects of Some Pesticides on Development of Ascaris suum Eggs: http://www.ncbi.nlm.nih.gov/pubmed/24623893)

두번째는 부산에서 일반 건강검진(내시경)을 받던 44세 남성이 다량의 왜소조충(Hymenolepis nana)에 감염되어 있던 이야기다. 왜소조충은 인체에서 발견되는 촌충들 중 가장 작은 촌충으로, 전세계에서 발견된다. 감염은 별 다른 증상을 일으키지만 경우에 따라 2000여 마리가 넘는 촌충들이 기생해 위장관 장애나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감염례가 매우 적은 편으로 현재는 거의 보고되지 않고 있다. 왜소조충은 크게 두가지 경로로 감염된다. 하나는 외부 감염으로 대변을 통해 배출된 알을 곤충이 집어 삼키고, 안에서 유충으로 자라났다 최종숙주인 쥐나 사람에게 감염되어 한살이가 완성되는 것이다. 또는 알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먹어서도 감염된다. 다른 하나는 자가감염으로 장 내에서 산란, 부화한 알들이 그대로 다시 자라나 성충이 되는 방식이다.

환자는 대체로 유기농 음식들을 많이 먹었다고 이야기 했다. 정확한 감염경로는 추정하기 어렵지만, 감염량이 상당히 높았던 점이나 식습관 등을 통해 유기농 식품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연구진은 추측했다. 살충처리 되지 않은 유기농 식품에는 왜소조충의 유충에 감염된 밀가루 벌레 등 다양한 곤충이 잔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충분히 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기회는 갖춰진 셈이다.(Heavy Hymenolepis nana Infection Possibly Through Organic Foods: Report of a Case: http://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949000/)

두 연구 모두 유기농이 기생충 감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충분한 대답은 아니지만, 기생충에 감염될 기회를 늘려줄 수 있다는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있다. 유기농을 통해 기생충 붐은 과연 돌아올 수 있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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