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탐정과 의뢰인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소화기 내과 전문의이신 늑대별님의 블로그를 보면 이런 탐정 역할을 종종 소개하실 때가 있는데, 최근에는 소화기 내과로 오시는 산부인과 환자 이야기 Fitz-Hugh-Curtis syndrome에 대해 말씀해주셔서 떠오른 이야기입니다.


나타나는 증상이나 현상과 질병의 원인이 참 동떨어지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비뇨기과에도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소화기내과, 산부인과와도 밀접하게 의뢰를 주고 받는 과중에 하나일 겁니다. 결석만 하더라도, 산부인과, 외과, 소화기내과 모두 감별하기 어려울 때도 없지 않습니다. 물론 확진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초반에만 응급실에서 살짝 분류하기 어려운 수준이죠.


그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일들도 있습니다. 먼저 비뇨기과 이야기를 하기 전에 치과에서 만날 수 있는 환자의 경우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다음 사진을 봐주세요.




46세 여성인데요, 평소 건강하셨고 현재에도 건강하신 분입니다. 약간의 빈혈 소견이 있었고 잇몸이 많이 부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Gingival Hypertrophy (치은 비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혈액 검사 소견으로 WBC 10,300 per cubic millimeter, hematocrit 26%, platelet count 81,000 per cubic millimeter 였습니다. 이 경우는 단순 잇몸질환이 아닌 백혈병으로 진단 되었습니다 (AML subtype M4). 항암치료 2 싸이클 후에 잇몸은 돌아왔습니다.


이건 예고편이고요, 제 전공도 아닙니다. ^^; 비뇨기과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는데요, 발기가 지속되는 priapism(지속발기증)이란 병이 있습니다. 발기가 안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의 경우도 문제가 됩니다. 통상적으로 지속발기증은 성적인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본인도 성적인 흥분을 느끼지 않고 있는데 발기가 병적으로 지속되는 것을 말합니다.



Flickr : www.ipernity.com/home/allanimal's photostream


흔히 볼 수 있는 병이라곤 할 수 없고 연구마다 다르지만 10만명당 한해 1-2명 꼴로 발생합니다. 원인도 다양합니다만, 발기유도 주사 사용을 한 뒤 지속되는 경우도 있고 외상 후에 생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혈액학적 질환 예를 들면 앞서 보여드린 경우와 비슷하게 백혈병에서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전에 지속 발기증으로 응급실로 내원한 10대 후반의 남자 학생이 있었는데 겸상 적혈구 빈혈증(Sick Cell anemia)로 진단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질병을 모르고 있다가 지속 발기증으로 병을 발견한 것입니다. 응급실에서는 발기가 지속되니 비뇨기과를 호출한 것인데, 10대의 나이에 발생하는 경우 혈액학적 질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은 했지만 저도 놀랬죠. 은퇴를 앞둔 남성의학 노 교수님이 지나가면서 'sick cell anemia 일꺼야..' 했는데 단번에 맞추셔서 또 놀랐죠.




사진 상단에 반달 모양의 적혈구가 보이시죠? 그래서 sick cell 입니다.



의사는 탐정하고 비슷하죠? 물론 범인을 못 잡을 때도 있고 의뢰인이 사실을 털어놓지 않아 헛탕칠때도 있고 탐정의 능력 부족으로 사건을 해결 못할 때도 있습니다. 의사가 신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단지 최선을 다할 뿐이죠. 아무튼, 비뇨기과 의사가 겸상적혈구를 진단해서 응급처치 후 혈액 종양내과로 전원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전일 같은 탐정이라면 좀 곤란하죠? 게다가 중년이라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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