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를 반박하는 내용이다. 이 책에 보면 '수술용 마취제는 엄청난 휴우증을 남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학이나 과학에 있어서 그 근거를 밝히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근거없는 막연한 이야기들은 근거있는 사실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를 조성한다. '수술용 마취제는 엄청난 휴우증을 남긴다.' 에서도 그 진가는 여실히 드러난다. 차라리 마취담당 의사의 부주의나 기타 프로포폴 등의 남용, 오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끌어다썼다면, 동정의 표라도 줬을까. 소단락의 주제는 마취제를 비난할 목적으로 잡아두고 실상 뚜껑을 열어보니 마취제와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없고 방사선 조사 혈액의 위험성이나 오진과 수술의 남용, 종국에는 말도 안 되는 신경재생설을 들먹이며 사람들이 비주류 의학의 세계로 입문토록 유혹하고 있다. 뭐, 그 세부근거의 터무니 없음은 역시 두말하면 잔소리다.  

마취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마취의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그 종류에는 어떠한 약물들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마취에 이용되는 약물은 크게 4가지 정도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정맥용 마취제. 흡힙 마취제, 근이완제, 마약성 진통제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마취 중간에 혈압이나 맥박을 조절하기 위해서 심혈관계통의 약물이 이용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정맥 마취제는 주로 마취 유도제로 사용되며 그 종류에는 빠른 시간내에 무의식 상태를 유도할 수 있는 Thiopental sodium 이나 요즘들어 방송 등에서 자주 접하는 Propofol(Diprivan, Pofol), 강한 진통작용이 특징적인 Ketamine, 진정작용이 강한 Midazolam 등이 있다. 흡입마취제는 아산화질소, enflurane, isoflurane, sevoflurane, 및 desflurane 등이 있으며, 근이완제로는 Succinylcholine, Acetylcholine이 있는데, 이는 호흡 유지를 위한 기관내 삽관을 용이하게 하고 수술시야를 좋게 하며 마취제 사용량을 일부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약성 진통제는 마취 자체보다는 수술 후 통증 조절이나 부위마취시 마취보조제로 많이 사용된다.


["수술에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마취가 필수다. 처음에는 알코올 또는 모르핀, 아산화이질소, 에틸테레트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크롤로포름(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한다. 클로로포름은 치명적인 1급 발암물질로 실험 기구, 의류, 이불 등을 소독하는데 주로 사용하도 최루탄의 원료로도 사용한다."] (81가지 이유 중)


헌데 앞서 설명한 마취약제의 종류 중 클로로포름과 관련된 이야기는 단 한구절도 없다. 그 이유는 왜 일까? 아마도 클로로포름 하면 십중팔구 중고교 시절의 개구리 해부 실습을 떠올릴 것이다. 하얀 수건에 무색의 액체를 적셔 덮어두면, 칼로 배를 가르는 해부실습 중에도 개구리를 꼼짝않고 누워있게 만들었던 그 것. 일종에 마취였던 것이다. 클로로포름의 마취제로서의 역사는 꽤나 오래되었다. 제임스 심프슨이라는 산부인과 의사에 의해 발견된 마취 효능은 1853년 스노우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레오폴드 왕자의 무통 분만에 성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여왕 마취라는 별칭까지 얻고, 급속도로 대중화되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재는 마취제로 쓰이지는 않는다. 유기용매로 쓰일만큼 독하기 때문에 환자가 중태에 빠지거나 사망하는 일이 잦았고 간 독성 등이 보고 되었으며, 자연 상태에서 산소와 광화학 반응을 통해 포스겐이라는 물질을 생성하는데, 이는 전쟁무기로 사용 될만큼 독한 가스(염산)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1800년대 후반에 그 위험성이 경고되었고, 현재는 마취용도로 사용조차 하지 않는 물질을 예로 들며 마취의 위험과 공포를 조장하는 일은 전형적인 주류의학 비난자들의 수법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마취제의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08년 3월 개봉한 영화 어웨이크는 심장이식 수술 중 각성을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마취나 수술 중 각성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전신마취를 시행하는 환자의 0.1~0.2%의 극소수에 해당하는 사례며 의식 및 혈압, 맥박, 체온 등 생체활력징후를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모니터링 장비의 활용과 환자 상태 변경에 따른 진정제 등의 약물 투여로 충분히 대처, 예방할 수 있는 문제다. 또한 일각에서는 마취 후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것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별한 문제만 없다면 전신마취에 쓰이는 흡입마취제나 정맥마취제의 효과가 몸 안에서 완전히 제거된 후 의식은 돌아온다. 물론 기존에 유전 질환, 뇌 자체의 질환이나 손상이 있는 경우, 뇌혈관 질환이 동반된 경우, 혹은 출혈, 쇼크 및 패혈증, 심각한 심장, 폐, 신장 또는 간 등 중요 장기의 기능 저하가 동반된 경우 드물게 의식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숙련된 마취과 의사에 의해 시행된 마취의 경우, 건강한 성인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문제 외에도  전신 마취 후에는 가볍게는 기도부위(목)의 이물감으로부터 치아 손상, 폐렴 등이 부분 마취의 경우에는 시술 부위의 주사 통증, 일시적인 배뇨곤란, 마취부위의 일시적인 근력 약화에서부터 효과적인 마취의 실패, 경막천자로 인한 심한 두통, 감염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누구에게나 100% 발생하지 않고, 충분한 사전 검사 및 전 조처로 예방 가능한 문제이며, 결정적으로 마취함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훨씬 크다. 따라서 숙련된 마취과 의사에 의해서 그 필요에 따라 행해지는 마취 행위는 전혀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위 문제와 별개로 최근에 발생하는 마취로 인한 의료사고들은 일반인의 마취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사고의 원인에는 무분별한 적응증 이탈 수술, 과다한 수술 소요 시간, 과다 출혈, 감염 등의 합병증, 대리수술 등 수술 자체적 요소와 더불어 숙련된 상주 마취과 의사의 부재 역시 한 몫 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문제는 대부분 마취 자체의 문제보다는 마취 이외의 수술 관여 요인 때문에 발생한 것들이다. 애꿎게도 마취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들의 이면에는 지나친 저수가 탓에 병원들이 상주 마취 전문 인력의 고용을 꺼리는 경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성형 등의 분야에서 환자들의 과다한 수술 욕구와 그 욕구를 영리목적으로 전용, 공장형 병원을 운영하는 몰지각한 일부 의사들의 탓이 크다. 결국 이러한 문제 때문에 검사나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마취의 위험성으로 인해 치료를 미루게 되고, 여기저기 대체요법을 찾아 헤메다 치료 시기를 놓쳐서 건강이 악화되고 생명을 위협받는 기형적인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해결이 시급하다. 제대로 시스템이 갖추어진 병원에서 숙련된 마취 전문 인력에 의해 시행되는 마취는 안전함을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이를 테면 마취를 자주하면 머리가 나빠진다던가 봉숭아 물을 들이면 마취가 안된다는 근거없는 낭설 등에 대한 '사실 바로잡기'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대중의 비뚤어진 미에 대한 의식 개선과 동시에 의사들의 소명의식 제고와 철저한 윤리의식이 재정립을 통해 비만이나 성형 분야에서 행해지는 불필요하고 위험한 수술을 줄여야 한다. 덧붙여 현행 저수가체계 개선을 통해 일선 의료 현장에 적절한 전문 마취 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부차적 노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일반적인 마취의 과정]
① 수술담당의사 방문 및 술전 검사, 마취과 자문
②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의 술전 환자 방문
③ 전투약 : 진정제나 진통제와 항콜린성 약물을 사용
④ 마취유도
⑤ 근육이완제 투여
⑥ 기관내 삽관 (경구 또는 경비)
⑦ 인공호흡 및 흡입마취제 투여
⑧ 마취유지 : 수술중 환자의 활력징후와 근이완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마취제의 투여량을 결정하고, 수술중 출혈이나 수술의 종류에 따라 수액투여량을 결정한다.
⑨ 마취회복 (흡입마취제 투여중단, 근이완제 길항제 투여, 기관튜브발관) : 기관튜브는 근이완이 완전히 회복되고 환자의 호흡과 반사가 정상적으로 돌아온 후 기도와 구강내 분비물을 완전히 흡인한 후 발관한다. 발관한 후에는 마스크로 100% 산소를 투여하며 환자가 호흡이 원활한 것을 확인한 후 회복실로 보낸다.
⑩ 회복실에서 의식 및 활력징후 회복 후 병실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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